우주는 거들 뿐, [퍼스트맨]은 상실에 관한 영화다
@스포일러 내용이 많습니다. 주의하세요!!@
과거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
현재 상실을 겪은 사람들.
다가올 미래에 상실을 당할 지도 모르는 사람들.
결국 달 착륙은 가슴 아픈 추억이 된다.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은 사건은 세계적인 사건이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생중계로 시청했던 사건이다.
하물며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이들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굳이 영화로 만들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영화도 그런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퍼스트맨]은 달에 초점을 두지 않고, 사람에 초점을 둔다.
영화 [퍼스트맨]은 단순히 우주의 신비를 그리거나 뻔한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달 착륙을 하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많은 사람들의 상실과 아픔을 조명한다.
가장 최초로 달에 착륙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누구보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었다.
닐은 이미 과거에 커다란 상실을 경험했다.
딸 아이의 뇌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썼지만 결국 딸을 먼저 관 속으로 보내야 했다.
자식을 먼저 관 속으로 보내는 부모의 심정만큼 비통한 것이 있을까. 이미 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실을 영화 초반에 겪게 된다.
이후 우주비행사로 합격한 이후에도 그는 계속되는 상실을 경험해야만 했다.
동료들을 잃는다.
사람이 사람을 잃는 것은 절대 “적응”되지 않는다.
갑작스런 동료의 부고 소식은 닐에게 형언할 수 없는 허탈감과 불안감을 주었고,
급기야 그들의 몫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큰 부담까지 안게 된다.
상실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도 언젠가 우주선을 타야 하기에 그의 가족 식구들은 혹시 모를 닐의 상실을 걱정해야만 한다. 미래에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실감(불안감)은 영화 종반까지 치 닫다가 달에 도착할 때가 됐을 때 비로소 겨우 해소된다.
한 마디로 영화는 상실감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화창한 지구의 날씨보다는 낯선 달의 날씨에 가깝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다 보고 난 후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닐 암스트롱이 경험했던 모든 상실과 추억, 그리움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인류의 도약을 위해 희생할 수 밖에 없었던 고독한 싸움.
그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아내와 아이들.
착륙이전에는 그렇게 달에 가는 것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달 착륙에 성공하자마자 닐을 환호하며맞이하는 이중적인 대중의 모습들.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우주를 구경하러 갔다가 인생을 배우고 온 듯한 느낌이었다.
닐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은 최적의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닐의 아내 자넷 암스트롱 역을 맡은 클레어 포이도 대단했다.
라이언 못지 않게 상실감을 표현하는데 있어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다.
닐의 동료로 나온 제이슨 클락은 영화[HHhH]이후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 같다.
미드[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멋진 연기를 펼친 코리 스톨도 반갑긴 마찬가지.
특히, 영화 [인셉션]에서 짧지만 강렬했던 배우 루카스 하스가 닐의 동료로 나와서 반갑기도 했고, 재밌는 발견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위화감 없이 모두 멋진 연기를 펼쳐주어서 영화에 더 몰입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라라랜드]를 연출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우주영화에서 라라랜드 같은 느낌이 괜찮을까? 의심했었다.
완전히 상극일 것만 같은 두 소재가 잘 어울릴 수 있을 지 내심 기대 반 걱정반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히려 우주와 라라랜드의 조합은 더욱 풍성한 우주체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영화 중간마다 라라랜드의 멜로디 비슷한 것이 흘러나오는데 참 그것도 재밌는 요소 중 하나다.
물론 이 영화는 우주영화다. 그래서 우주에 관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같은 영화에 비해 우주에 대한 묘사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긴장감을 말할 것도 없고, 충분히 우주영화로서의 손색이 없을만큼 잘 묘사한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만들었다고 대놓고 자랑하거나 홍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츤데레처럼 보여주되 내색하지 않는다.
아직도 달을 착륙하기 위해 우주선 문을 연 바로 그 순간을 잊지 못 한다.
어떤 잡음도 어떤 느낌도 없이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찰나의 느낌.
그 순간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느낀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는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P.S.: 닐은 최고의 조종사는 아니었다.
영화 초반에 닐이 항공조종사였을 때 그는 실력이 부족해 근신처분을 받기까지 한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나서도 그는 자신이 가장 먼저 달에 착륙하리라 생각하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위기대처능력이 뛰어났다. 매뉴얼에 나와있지 않은 대처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순간에도 그는 살아남는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배운 대로 잘 따라 하는 학습능력이 아니라,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대처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음모론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이다.
NASA가 그리도 많이 증명을 해 보였지만 못 믿겠다는 사람들은 결코 굽힐 줄 모른다.
특히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충격적인 발언을 하는 바람에 1969년에 있는 저 역사적인 사건이 거대한 사기극으로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서 더욱 내 입장을 분명히 하게 됐다.
만약 인간의 달 착륙이 거짓이고, 꾸며낸 이야기라면 인류 전체에게 사기를 펼친 닐 암스트롱과 NASA직원들에게 저주가 있으리라!! 인류의 첫 발을 내딛는 이 기적 같은 일을 단순히 소련과 자존심싸움 때문에 꾸며냈다는 것은 정말 하나님이 진노하실 거짓말이요 사기다.
이런 사기가 또 어딨겠는가?
그러나 만약 달 착륙이 사실이라면, 달 착륙을 둘러싼 음모론은 자신을 희생하면서, 목숨까지 바친 닐과 그의 동료들에게 큰 모욕이 될 것이다.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이것 또한 하나님의 진노를 받을 만한 큰 마녀사냥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