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이 정도면 자랑할만 하지[오징어 게임]

거니gunny 2021. 9. 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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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세계 1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스포일러 주의!!!@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나 영화는 애초에 기대란 것을 하면 안 된다. 

오히려 기대감 없이 시청해야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드라마 [오징어 게임]도 워낙 악명 높은 넷플릭스 작품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기대를 완전히 접고 시청했다. 

 

총평부터 말하자면, 

이 정도면 세계 1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별점 5개는 아니겠지만 장르가 요구하는 재미는 충분히 충족시켰다.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중에 이렇게 깔끔하게 끝난 9부작 드라마가 또 어디 있을까?

 

1. 오징어 게임에는 고구마가 없다. 

[킹덤] 같은 드라마를 보면 고구마 캐릭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보기가 싫다. 

물론 드라마에서 고구마 캐릭터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오로지 극의 구성을 위해 억지로 고구마 캐릭터를 넣은 것을 보면 당장 꺼 버리게 된다. 

(남들이 그렇게 재밌다고 칭찬하는 [종이의 집]도 초반 시즌에 나오는 고구마 커플 때문에 꺼 버렸다.)

 

[오징어 게임]에는 목이 콱콱 막힐 만한 고구마 캐릭터는 없어서 좋다.

가장 고구마일 것 같은 노인이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먼치킨처럼 이것저것 다 해낼 것 같은 중년 남성이 가장 약하고 어리숙한 캐릭터를 했기 때문에 역할 밸런스는 충분히 잘 이루어졌다고 본다. 

게임 드라마이기 때문에 반드시 배신은 존재한다.

문제는 그것을 누가, 언제 어떻게 하느냐인데, 억지 설정도 없었고, 충분히 납득할만한 설정 속에서 배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구마도 없었고, 어이없는 상황도 없었다.  

 

2. 클리셰가 많지만 반전도 꽤 많았던 오징어 게임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오징어 게임]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거~~ 의 없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꽤 많은 부분이 일본 작품과 닮았다.

(심지어 대사까지 똑같다. "할 수 있다"라는 대사는 [도박묵시록 카이지]를 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기억할만한 대사다. 인기가 많을수록 표절 시비가 많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신이 말하는 대로]라는 일본 작품에서 보여준 게임이기 때문에 "베낀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만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게임 방식은 똑같더라도 그것을 다루는 인물들의 반응들은 다르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보는 것은 억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놀이가 일본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도 있는데, 누가 먼저냐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일본스러운 괴기함보다 한국스러운 반응과 반전에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다른 작품이라고 봐야 옳을 듯싶다. 

 

오히려 놀이 소재보다 스토리에서 아쉬운 클리셰가 많다.

처음 경마장에서 실패하고 돈을 잃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진행하는 설정까지.

드라마나 만화에서 한 번 이상 접한 클리셰들이다.

이제는 너무 진부해서 아침드라마도 잘 안 쓸 소재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 스토리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이 드라마는 애초에 스토리를 보기 위해 켠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3. 아름다운 색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많은 말들이 있지만 미장센에 대해 말하는 글은 많이 보질 못했다.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 세계 1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장센이다. 

물감을 칠해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단색들을 볼 수 있는 독특한 촬영 공간이다. 

그렇게 단색들로 이루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마치 실제 게임을 보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 된다. 

단순히 장소만 그렇게 꾸민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에게 녹색 체육복을 입힌다든지, 

간부들에게 장난감 같은 마스크와 유니폼을 입힌다든지 하는 것들은 이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게 도와준 놀라운 장치들이다. 

비록 놀이는 한국식이지만 시청자들은 색감 때문에 한국 전통문화라기보다는 재미있는 게임으로 간주하게 된다. 

 

게임 장소 곳곳을 아름다운 단색으로 꾸며놓은 것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다. 

 

아쉬운 점

 

1. 게임 드라마인데 사연 읽어주는 라디오인 줄...

 

'주인공이 어떻게 빚을 지게 되었을까?'에 대해 관심을 가진 시청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작 알고 싶은 부분은 철저하게 베일에 싸이게 해 놓고서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한다.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침대에서 대화하는 장면도 솔직히 너무 길다. 

물론 사람들마다 사연들이 있지. 하지만 초반에 간부가 말하는 것처럼 모두가 실패한 인생들이고, 거기서 사연은 끝이 난다. 그런데 그 사연들을 길게 늘여서 알려주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2시간짜리 영화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굳이 9시간으로 꾸역꾸역 늘인 것 같다는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운 점은, 게임을 많이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넷플릭스 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도 같은 비판을 받았다.

초반까지는 게임을 중심으로 극이 잘 진행되다가, 후반부터 게임은 온 데 간 데 없고, 캐릭터들끼리 기싸움을 한다. 그래서 실망한 시청자들이 많았다. 

[오징어 게임]도 같은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초반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이 진행될 때는 굉장히 스펙터클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신이 없다. 당황하는 배우들의 모습들과 가차 없는 총소리. 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져서 긴장감이 팽팽하다. 

다음 게임에서는 주인공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런데 갑자기 게임이 꼼수 게임이 되어버린다. 

공평하게 게임하자고 해 놓고선 다른 모양 뽑기를 주질 않나, 

주인공이 생각해 낸 방법이 고작 혀로 핥아서 녹이는 것이라니... 뽑기라는 놀이 자체가 정적인 데다가 뚜렷한 창의성이 드러나지 않는 게임이라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일관성 있게 옛날 놀이를 할 것이라면 끝까지 게임을 한국 놀이로 했어야 했는데, 

뜬금없이 강화유리 선택하기 게임으로 바뀐다. 

일관성이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오징어 게임"은 가장 허탈하게 끝난다. 

드라마 제목이기도 한 [오징어 게임]이 가장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에서는 아주 유명하다. 예능 [무한도전]에서도 보여준 놀이인데, 이 놀이는 단체전일 때 그 재미가 극에 달한다. 누가 달리고 누가 막고, 그 사이 재빠르게 누가 치고 달리느냐의 싸움이 백미인데, 이 게임을 1대 1로 싸운다니!!

고도의 심리전과 순발력, 강인한 체력이 요구되는 게임을 그냥 치고받고 싸우는 것으로 끝낸다니...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장면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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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꽤 잘 만든 드라마이다. 

일본 게임 드라마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가서 

꽤 재미있는 창작물이 되었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 드라마의 백미다. 

스토리를 떠나서 연출과 연기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중간중간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도 과하지 않게 들어가서 19금의 기대치를 한껏 만족시켰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준수한 기성복이 나타난 것 같다. 

 

이 드라마는 홍보를 잘해서가 아니라 작품 자체가 흥미롭기 때문에 흥행한 것 같다. 

시즌 2가 벌써 기다려진다. 다음 시즌에는 좀 더 게임에 집중하는 요소가 많아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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