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마이 홈] 후기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드라마를 만들면 이런 맛이 나는구나!!!
은은하고 고소한 옥수수차 맛 나는 드라마다.
@스포 주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드라마랑 감독이랑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묘하게 잘 어울린다.
드라마인데도 그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구수하고 따뜻한 매력이 있다.
오히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이 가진 색이 짙게 묻어난 드라마다.
음식을 만드는 장면 하며, 가족 간의 대화들이나 멤버 구성까지!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드라마로 확장해서 만든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영화 [걸어도 걸어도]와 많이 닮았다.
고소하면서 마지막에 조금 쌉싸름한 맛까지 더해진 보리차 같은 것이 영화 [걸어도 걸어도]라면,
이번 드라마 [고잉 마이 홈]은 고소하면서 끝 맛이 달달한 옥수수차 같은 맛이다.
1. 나가노에 가보고 싶다.
일본 나가노에 가면 정말 작은 치과 병원이 있을 것만 같고, 그 안에 나호와 아버지 가족이 살 것만 같다.
보는 내내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도쿄 같은 곳을 제외하고 일본에 이렇게 아름다운 강산이 펼쳐져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그만큼 드라마 속 배우들의 열연이 잘 녹아들었단 얘기고, 연출이 참 놀랍다는 뜻이다.
2. 제대로 입맛 돋우는 드라마!
음식을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장면은 언제 봐도 흥겹다.
[걸어도 걸어도]에서 첫 부분에서 음식 만드는 장면이 걸작이었던 것처럼 이 드라마도 음식 만드는 장면이 압권이다.
음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내 사에가 드라마 내내 흥미로웠다.
음식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푸드스타일리스트 츠보이 사에(료타의 아내이다).
영화 (음식) 출연과 요리책까지 내며 그야말로 오늘날의 인플루언서다.
거기다가 미모까지 출중하고 어찌나 예의가 바르고 사회성이 밝은지.
(게다가 역경을 딛고 일어날 줄도 안다. )
때로는 엄마처럼, 친구처럼 다가가는 엄마와 아내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말없이 다가와 우는 이를 위해 손수건을 건네주고,
추운 곳에 있었다고 따뜻한 손으로 등을 두드리는 모습을 볼 때면,
모든 남자의 로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육각형의 여성상이다.
(사에 역할을 맡은 야마구치 토모코라는 배우를 조금 조사해보니 과거 30년 전, 그 유명한 드라마 [롱 베케이션]의 여주인공이었다고 한다. 기무라 타쿠야와 함께 주연으로 했던 드라마 주인공이었다고 하는데... 놀랄 노자다!
이 사람, 64년생이다.!! 미친 거 아닌가? 아무리 연예인은 나이를 안 먹는다지만 30년 후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동안이다.)
3. 알다가도 모를 일본인 가족.
일본은 참 남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속으로는 온갖 판단 다 하면서 겉으로는 가면을 쓴다.
좋게 말하면, 예의가 바르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진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다.
어떨 때 보면 우리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들인 것 같기도 하다.
성격에 관한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단연, 할머니시다.
할아버지 남편이 바람을 폈는지, 이복자식을 낳았는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태연하게 그 주제를 가지고 딸과 수다를 떤다. 손녀딸이 초등학교에서 근신 처분을 받았는데도 “멋진데?”라며 신나 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멘털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극 중 역할이겠지만, 침착하고 태연한 사람들. 초반엔 부러웠다.
그런데 에피소드를 넘길수록 할머니 성격이 참 안됐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저 성격은 복장 터질 성격이다.
화를 낼 때 내지 못하고, 자기의 감정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겉도는 거다.
어디부터 잘못됐을까..? 남편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아내를 두고서 옛사랑에 목을 매는 것일까?
할머니가 무슨 죄라고... 마음이 안쓰러웠던, 손 한번 잡아드리고 싶었던 할머니다.
4. 유일하게 아쉬운 캐릭터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안 드는 캐릭터가 있는데 바로 10살짜리 딸 '모에'다.
부모 말은 오지게 안 듣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는 미운 10살.
거짓말도 엄청 태연하게 잘한다. 게다가 물건을 훔치기까지;;;
아무리 어리다지만 너무 숙성된 중2병 숙주를 보는 것 같아서 답답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어린 딸의 일탈과 비행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는 것.
과연 이것이 올바른 교육인지 모르겠다. 그저 나에게 저런 딸이 없다는 게 감사할 뿐.
5. 일본 드라마답게 교훈으로 가득 찬 내용이 많다. ㅎㅎㅎ
누가 일본 드라마 아니랄까 봐 명대사와 교훈들이 매 에피소드마다 넘쳐난다.
"내가 회사에서 잘리고 난 뒤에도
세상이 아무 일 없는 듯..
아니, 오히려 더 평화롭고 활기차게 돌아가는 걸 상상하니 너무 무섭고 섬뜻하더라고요. 공포영화 저리 가라예요."
-2편 19:10
"후회는 사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 에스케 아버지 노트& 쿠미의 말
6. 일본의 독특한 종교성
하나님은 안 믿어도 작은 요정은 믿는다는 일본인.
평소에도 궁금했다.
'아니, 세계 4대 종교는 그렇게 안 믿으면서 토착신앙은 왜들 그렇게 믿을까?'
그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 것이 이 드라마였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그 답을 조금은 찾았다고 생각한다.
4대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삶이 바뀌는 중대한 일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매주 일요일 교회를 가야 하고, 불교인이라면 매번 석가탄신일을 챙겨야 하고, 해탈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이슬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해당 종교인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하지만 토착신앙을 믿는다면 무게감은 완전히 달라진다.
토착신앙에 나오는 작은 요정을 믿는다고 해서 삶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종교인이라는 낙인도 없다.
단지, 재미 하나가 늘어난 것뿐이다.
그래서 부담이 없다.
고상한 취미 하나를 가짐으로써
나는 좀 더 멋지고 신비로운 사람이 된다. 사람들이 순수한 사람으로 볼지도 모른다.
산에 오를 때, 요정을 찾으러 간다고 생각하고 오른다면 얼마나 설레고 재밌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부담 없는 토착신앙을 믿는 것 같다.
7. 꿈을 꾼다면 료타처럼!
요새 꿈을 꾸면 자꾸만 과거 꿈을 꾼다.
그리고 과거 속 사람들과 함께 과거의 일을 반복해서 행동한다. 이런 꿈은 상당히 찝찝하다.
꿈을 꿔야만 한다면, 이 드라마에서처럼 차라리 동화 같은 꿈을 꾸면 어떨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일어나서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꿈.
꿈을 꾸고 나면 오히려 피식 웃게 되는 그런 꿈 말이다.
총평
1편에서 지루한 장면들이 많아서 포기할까 생각했는데 포기 안 하길 정말 잘했다.
인생 드라마 [연애시대] 이후로 이렇게 포근하고 오래 생각나는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빅 피시]와 [걸어도 걸어도]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를 일본 나가노에서 찍으면 이 드라마가 나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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