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
현대 독일사는 1990년 독일 통일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예전 토마스 브루시히 작품 [존넨알레]나, [우리같은 영웅들]에서는
통일 당시 있었던 일들을 소설을 통해 재미있고 위트있게 목격할 수 있었던 반면에,
이번 영화 [인 디 아일(In den Gangen)]은 그보다 조금 더 차분한 현실세계를 만날 수 있었다.
동독 시절 국영 트럭 운전 회사 였던 곳이, 통일 이후 자본주의의 힘에 밀려 대형마트로 변해버렸고, 직원들은 졸지에 트럭운전사에서 지게차 조종사로 변해버렸다.
물론 그것 자체가 좋고, 나쁠 수는 없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선한 영향력 아래 풍요롭게 살기도 하니까.
하지만 영화[인 디 아일]에서 나오는 것처럼,
우리는 풍요로워진 것 같지만, 여전히 살기 빠듯하고,
우리는 자유로워 진 것 같지만, 여전히 외로운 사람들이다.
주인공 크리스티안은 관찰자일 뿐이다.
그가 영화에서 무언가를 확 바꿔버리거나 등장인물의 인생을 요동치게 만들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마리온의 힘겨운 결혼생활을 지켜볼 뿐이고,
브루노의 힘겨웠던 지난 날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뒤늦게 깨달을 뿐이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인생에 대한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하고 있었고, 어떻게든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영향력을 끼치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영화에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가 주변사람들과 함께 한 그 시간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겨운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 와중에 서로의 모난 부분들을 감싸안는 모습들 자체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비춰진 모습들이었다.
처음 영화를 다 보고나서 사실, 전체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평론을 보면서 점차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이동진 평론가는 인정!)
영화 [토니 에드만]에서 만났던 산드라 휠러가 다시 등장했다.
([토니 에드만]을 봤을 때 그 충격이란...;;; )
난 오히려 여기 [인 디 아일]의 마리온이 훨씬 더 정감있고, 사랑스럽다!
현재 독일 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주인공 프란츠 로고스키를 보면서 자꾸만 호아킨 피닉스가 생각난다.
입주변에 보이는 상처때문인지 몰라도 계속 호아킨이 생각났다. (둘 다 연기가 인상적임)
그리 잘 생긴 배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우리 보통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어 정감이 가는 배우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역할이기 때문에 오히려 힘들었을 텐데 정말 잘 소화해 주었다.
이번 영화에서 반전의 캐릭터로 나왔던 브루노 역의 피터 쿠스.
처음 주인공 크리스티안을 맞이할 때 약간은 츤데레로 대하더니만
중반 이후로는 거의 아빠 심정으로 크리스티안을 도와주는 듯 하다.
본인이 정말 힘들고 외로웠을 시기를 보내면서 어쩌면 크리스티안에게 작은 동병상련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15분 자체(?)휴식시간을 가지면서 브루노는 크리스티안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고 슬픔을 위로도 해준다.
영화를 보면서 둘이서 담배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데 마치 그걸 지켜보는 내게도 휴식처럼 느껴졌던 건 왜일까?
전체적으로 들내지 않고 조용한 영화이지만 그 조용함 속에 보이는 슬픔과 그림자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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