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소멸하는 모든 것들에게 바치는 영화[고스트 스토리]

거니gunny 2019. 9. 12.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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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는 모든 것들에게 바치는 영화[고스트 스토리]

@스포 주의! 밑에 내용들은 스포일러 내용이 담겨 있으므로, 주의할 것!@

 

오래전부터 봐야지

하며 벼르고 있었던 영화인데도

공포스러운 이미지 때문인지 계속 미루고 미뤄두었던 영화.

[고스트 스토리]를 드디어 감상했다.

 

초반부터 내 마음을 스펀지 다루듯 쥐어짜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는 영화를 보고 있던 내가 마치 이 땅에 사라지는 듯한(허무하기에 더욱 슬픈) 느낌을 받았다.

영화가 끝나고서도 한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나에게 울림이 깊은 영화였다.

가슴 한 켠에 자리 잡은 이 알 수 없는 울먹임은 도대체 무엇일까?

1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플롯이 참 인상 깊었다.

OST와 잘 어우러져서 마치 장편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했다.

특히, 감독 데이빗 로워리는 플롯의 순서, 즉 시간의 순서를 뒤틀리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관객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릴 때, 끝난 줄만 알았던 지박령의 이야기가 갑자기 수 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개는 마치 영원의 톱니바퀴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M이 남긴 마지막 쪽지

이 쪽지에 대해 정말 할 말이 많다.

사실 영화를 본 관객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참 애매한 구석이 많다고 볼 수 있다.

대사도 별로 없고, 설명없이 진행되는 뒤죽박죽 시간 여행.

마지막 쪽지는 보여주지도 않고 끝나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하지만, 우리는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준 단서들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만약 이 쪽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만 있다면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중요한 장치라고 할 수 있는 이 쪽지는 정말 수많은 가능성과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 째, 여주인공 M이 늘 그랬듯, 짧은 시구를 적어놓은 경우다.

M은 극초 반부에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기는 이사를 할 때마다 집은 떠나기 전, (마치 의식을 치르듯) 오래된 구절이나 기억에 남는 시를 짧게 적어 집에 남겨놓는다고 한다. 왜 그런 행동을 하냐고 남주인공 C가 묻자, M은 그저 그 집에 살면서 다시 돌아오면 날 기다리고 있는 게 있었으면 해서라고 대답한다. M의 대사로 미루어 봤을 때 이 쪽지는 아무 의미 없는 내용일 수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을 사별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지만, 이내 극복하고서 이사할 때는 아무런 감정 없이 떠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유령(C로 추정되는)은 쪽지를 보자마자 사라졌을까...

그녀의 말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말했다. 자기는 이사 간 이후로 한 번도 예전 집을 돌아가 보지 않았다고.

따라서 유령은 이 메모를 보자마자 그녀가 했던 얘기가 떠올라 사라져 버렸을 수도 있다.

 

둘째,개인적으로 가장 생각하기 싫은 경우이긴 하지만,

잘 가라든지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적혀있는 경우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앞서 말했지만, 분명 이 영화에서 유령이 사라지는 경우는

자신을 위해 돌아올 누군가가 확실히 없다고 판단될 때이다.

허송세월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옆집에 있었던 유령이 사라지는 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힌트를 준다.

 

따라서 유령이 사라지는 것을 통해 영화는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강한 암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해피엔딩을 꿈꿀 수 없게 만든다.

만약 쪽지 내용이 사랑한다라는 긍정적인 내용이었거나, “다시 돌아올게라는 재회를 암시하는 내용이었다면 유령은 절대, 절대!!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쪽지 내용은 위 두 경우처럼 유령에게 더 이상 희망을 주지 않는 내용이어야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영화의 70%는 배우 덕이라고 본다.

케이시 애플렉과 루니 마라. 이 두 사람은 정말 슬픔을 타고난 배우다.

 

루니 마라는 영화 [로즈] 때도 그러더니 이번 영화에서도 상실감을 너무나 가감 없이 잘 보여주었다.

그냥 창 밖을 멍하니 쳐다보는 모습인데도,

무심하게 음악을 듣는 모습인데도,

그저 운전하는 모습인데도...

왜 그리 슬퍼 보이는 걸까.

루니 마라를 보는 내내 가슴 한편이 계속 울먹거렸다.

특히, M(루니 마라)5분이 넘는 롱테이크로 호두파이를 먹는 씬은 정말 눈을 뗄 수 없었다.

과연 M은 먹는 내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정말 배고파서 허겁지겁 먹은 걸까?

아니면 이별의 아픔을 잊으려고 맛도 못 느끼고 정신없이 입에다가 집어넣었던 걸까?

  

케이시 애플랙도 마찬가지. 이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우다.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통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탈 정도로

그의 상실감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별 감정연기만큼은 형 벤 애플렉 보다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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