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독일에서 최고의 영화로 평을 받았다는 작품이었던만큼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독일 방송에서 방영한 3부작 드라마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인의 삶] 이후로 가장 의미있게 본 독일 영화가 아닌가 싶다.
스포주의!!
전쟁은 인간의 최악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현장이기 때문에 그 어떤 때보다 처절하고, 절박하며, 단순하다.
전장은 어떤 것이 "선한 것"인지 제대로 판가름할 수 없는 곳이요, 자신의 마음을 180도 바꿀 수 있는 곳이다.
1. 21세기에서는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1940년대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샤롯데(Miriam Stein)는 간호보조원이자 유대인이었던 릴리야(Christiane Paul)을 군에 고발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두가 알다시피 독일은 유대인 말살정책을 펼쳤으며, 어디에서든 유대인은 그들마의 수용소로 보내져야만 했다.)
결국 샤롯데를 도와주던 릴리야는 군헌병들에게 체포되고 만다.
샤롯데의 행동은 국가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올바른 행동이었다. 국가와 다수가 옳다고 여겼던 행동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가 옳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옳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라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안전한 삶을 살수 있게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국가가 100% 옳지 못한 것이 문제다.
니체가 말하듯, 어쩌면 국가는 괴물일지도 모른다.
국가가 총을 쏘라고 하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총을 쏴야하고,
국가가 유대인을 고발하라고 하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고발해야한다.
당연히 한국인은 3자 입장이기에, "당연히 사람을 죽여서는 안되고, 유대인학살을 반대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만약 그 입장이라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 같다.
총을 쏴야 내 가족이 안녕해지고, 뱀같이 교활한(?) 유대인을 고발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으로서는 당연히 나라와 가족을 위해 그런 행동을 취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훗날 독일의 패전이 확정되고, 독일야전병원으로 러시아군이 들이닥쳤을때, 자기가 고발했던 릴리야가 러시아 군의관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그 장면에서는 나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릴리야가 충분히 샤롯데에게 복수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살려준다. 오히려 자신의 상사에게 그녀를 추천해서 간호사로 계속 일을 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내가 샤롯데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나도 릴리야처럼 샤롯데를 용서할 수 있을까?
2. 자기가 처한 환경속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는데, 일이 자꾸만 꼬여간다.
유대인이었던 남친을 위해 자신의 몸을 포기하는 그레타(KATHARINA SCHUETTLER). 그녀의 사랑이 대단하다.
그녀는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남친이 자신의 희생을 이해해주지 못할 때, 참아왔던 눈물을 보인다.
왜 그녀는 항상 최선을 선택하는 것 같은데, 일은 꼬여만 갔던 것일까?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그녀의 눈물과 애환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도 살면서 그런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 최선이 오히려 내 발목을 붙잡는 경우.
역경속에서 헤쳐나가려고 발버둥 칠 수록 더 일이 꼬여가는 경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자신에게 질문하곤 한다.
그레타의 슬픔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물론 결코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삶 속에서 절망하게 되는 순간을 동일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개봉을 하고서 얼마지나지 않아 상영을 내렸다고 한다.
흥행을 실패했다는 얘긴데, 그 이유는 역시 유럽영화라는 꼬리표 때문일 것이다.
덧붙여서, 우리나라로 번역한 영화제목이 너무 밋밋했다. [포화속의 우정]....이게 뭡니까...;;
이런 영화를 우연찮게 볼 수 있게 돼서 참 감사했던 연휴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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