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수선화 같은 영화[빅 피쉬]

거니gunny 2020. 1. 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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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빅 피쉬]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이 땅에 판타지가 왜 필요한지 말해주는 영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끊임없는 허풍 때문에 아들 윌은 진절머리가 난다.

급기야 아들의 결혼식 날, 자신의 허풍을 늘어놓는 아버지를 참다 못한 아들은 아버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내뱉는다. 그리고는 아버지와 한바탕 싸우고 난 뒤로 3년 동안 부자간의 대화는 단절된다.

어느 날 아버지의 병세가 많이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 아들은 오랜만에 아버지를 뵈러 간다.

여전히 허풍이 심하시지만 많이 약해진 아버지를 대하다보니 화가 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들은 아버지의 진짜 과거가 어땠는지 궁금했다. 집 정리를 하면서 나온 편지와 문서들을 통해 아들은 아버지의 진짜 과거를 알고자 집을 나선다.

아버지가 만났던 사람과 실제 편지들을 겪으면서 그제서야 아들은 아버지가 왜 허풍을 떠셨나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의 임종시간. 당신이 가시는 마지막 순간에 아들은 아버지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로 아버지 가시는 길을 꾸민다.

 

왜 아버지는 저런 모험담을 계속 했을까?

물론 누구나 그의 말이 허풍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 왜 허풍인줄 알면서도 그렇게 얘기하냐고?

 

"아들이 좀 이해해주면 안되나?"

물론 아들은 아버지에게 양보해 드릴 수 있다. 정치 얘기도 아니고 종교 얘기도 아닌 순전히 동화 같은 얘기인데 뭐.. 왜 그것을 마다하겠는가?

하지만 아들은 알고 싶었다. 진짜 아버지의 과거를.

나중에 자기도 자식을 낳으면 할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 얘기해주고 싶었다.

평생을 아버지의 허풍만 듣다보니 진짜 아버지가 누구셨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를 가리켜 "빙산"이라고 비유한다. 10%만 수면위로 나온 빙산처럼

아버지를 알지 못하는 아들이 된 것이 싫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돌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아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준다. 아버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진실을 하나 둘 씩 얘기해주자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행동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특히 과거 가장 불행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허풍으로 얘기한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삶의 그림자를 만났던 순간 허풍은 창조되었다.

자신의 성장에 이상이 생겨 3년간 침대에 있어야만 했던 순간,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상황 속에서 그녀를 차지해야만 하는 쉽지 않은 순간,

결혼식을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

아들의 출산을 곁에서 지켜주지 못한 순간 등등..

 

불행한 순간들은 허풍으로 인해 치유된다.

오히려 그의 허풍은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장치가 된다.

물론 이런 그의 행동이 완전히 납득되지는 않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왜곡된 상상이 정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이런 주인공의 행동을 “why not?"하며 아름답게 그려낸다. 실제로 마지막 그의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출처: 팀 버튼 감독

판타지 장르의 대가 팀 버튼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왜 자신이 판타지 영화를 만드는지, 왜 사람들에게 판타지가 필요한지 말해준다.

판타지는 허황된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진실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는 힘이 있다.

비록 삶은 보잘 것 없이, 미미하고 불행한 삶일지라도 판타지에서 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이고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따라서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행했던 과거를 치유해냈다.

 

진실을 듣게 되자 아버지를 향한 마음이 커진 아들.

마지막 아버지에게 해주는 그의 판타지 이야기는 너무도 가슴을 뭉클하게 해준다.

 

이 영화는 판타지에 대한 찬사와 함께 1세대와 2세대간의 갈등과 해소,

사랑과 인생을 담은 명작임에 틀림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온 마당에 수선화를 심은 장면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아직도 수선화를 보면 이 영화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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