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이런 결혼이라면 [오직 사랑뿐(A united kingdom)]

거니gunny 2020. 1. 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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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오직 사랑뿐]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풀라! 풀라! 풀라!"("풀라"는 바추아나랜드어로 "비(rain)"라는 뜻이다.)

 

영화 [오직 사랑뿐]은 실화로서, 수잔 윌리엄스의 논픽션 <colour bar>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바추아나랜드의 왕이 될 세레체 카마. 그는 영국 교육을 받으면서 운명적 여인인 "루스 윌리엄스"를 만나게 된다. 문제는 루스는 영국인에다가 백인 여성이라는 것.

당시 남아프리카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 제도가 있었다.(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백인정권에 의하여 1948년에 법률로 공식화된 인종분리 즉, 남아프리카 공화국 백인정권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정책을 말한다. 위키백과 참조)

따라서 이들의 결혼은 영국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과연 그들은 이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출처: 영화[오직 사랑뿐]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실제 주인공인 카마 커플 사진이 올라왔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들의 힘겨운 발자취를 영화로 보고 나니, 사진 속에 담긴 그들의 미소가 깊고 진하게 다가왔다.

 

가장 힘든 순간이 이 부부에게 찾아왔을 때도 이들은 서로를 탓하지 않았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한 마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감정을 쏟아내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서로를 더욱 믿고 사랑했다.

 

이 부부에게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이들을 이렇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한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한국 제목처럼 "오직 사랑"의 힘일까? 아니면 무엇일까?

 

너무도 쉽게 만나고, 너무도 쉽게 헤어지는 우리 현대 사회에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이다.

말로만 사랑한다 하지 않고, 묵묵하게 손을 꼭 잡고 함께 아프리카 초원을 걷는 그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영국 보호령으로 살아간다는 것. 한 지도자가 자기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추방당해야 하는 슬픔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한 거대한 장벽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은 관련 없는 우리에게도 크나큰 도전이 된다.

 

실화가 주는 무게감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인해 영화는 "풀라"처럼 관객에게 소중한 물이 되어준다.

"세레체"역을 맡은 데이빗 오예로워와 "루스"역을 맡은 로자먼드 파크는 단연 돋보이는 연기를 펼쳤다.

우리의 영원한 "말포이" 톰 펠튼도 반가웠다. 그가 수염을 붙여서 성숙하게 보였지만 아직도 그를 말포이로만 보게 되는 건 내 편견일 것이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첫째로, "오직 사랑뿐"이라는 제목이 주는 아쉬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영화를 "로맨스 영화"로 홍보하고 있다.

물론 1947년 운명적 만남을 통해 가족과 환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골인한 두 남녀의 강인한 사랑은 러브스토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왕위를 계승하고 공화국으로 바뀌어가는 정치적인 영화로 바뀌게 된다.

이 영화의 원제목은 "a united kingdom"이다.(재치 있는 제목 같다. 영국을 나타내는 "U.K."와 관사 "a"를 붙여서 영국 보호령에 있지만 공화국으로 발돋움하는 바추아나랜드를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선 사랑과 정치를 모두 아우르는 제목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로맨스 영화"로 홍보했기 때문에 아마 로맨스를 기대하고 갔던 이들은 조금은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둘째로, 역사적인 실화를 다루는 영화이기에 먼저 알아야 할 상식들을 좀 더 알려주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생긴다.

물론 우리가 역사 영화를 볼 때, 굳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감상할 수 있다.

예컨대, 우리가 [덩케르크]를 볼 때 당시 역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몰라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어려움이 없었다. 왜냐하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이 어디인지, 독일에 포위를 당했는지, 영국 군이 도움을 줄 상황인지 등 정보를 알려주면서 극이 전개되기 때문에 관객은 큰 어려움 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오직 사랑뿐]은 그러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지 않는다.

주인공 세레체 카마가 교육을 마치고 바추아나랜드로 갈 때 그 나라는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세레체와 루스의 결혼을 왜 영국이 이렇게 비관적으로 바라보는지 등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전개가 된다. 이렇게 많은 의문점을 가지며 극이 전개가 되기 때문에 마지막 세레체가 삼촌과의 단독회담을 통해 왕국을 공화국으로 바꿀 것이라고 선포할 때도 그리 감격적이지 않았다.

그들이 감격의 "풀라"를 외칠 때, 나도 기뻐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이 멀뚱멀뚱 그들을 쳐다보기만 한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선 선행지식이 필요하다. 우선 보호령이 식민지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아파르트헤이트"가 무엇인지, 영국 보호령인 나라가 공화국으로 바뀔 수가 있는지 등을 알아야 영화를 더 깊이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무거운 짐이 느껴질 때,

희망의 발걸음을 내딛었는데 주변에서 응원해 주지 않을 때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힘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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