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다 완벽한데... 왜 부족하지?[천문: 하늘에 묻는다]

거니gunny 2020. 1. 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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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아하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천문을 보고 왔다. 

 

감독도 뛰어난데다가 배우들도 더 이상 좋은 배우가 없을 정도다. 

 

장영실 역에 최민식, 세종대왕 역에 한석규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조합은 없을 것이다. 

 

역사적 진실까지 다가가려는 이 영화. 

 

[천문 : 하늘에 묻는다] 

 

이 영화 덕분에 국사 공부 좀 한 것 같다.

세종대왕이 장영실을 얼마나 아꼈는지 이제야 알겠다. 

영화가 끝나고나서 실제로 검색해보니 장영실은 세종대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었다. 

노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정 3품까지 올라갔었고, 세종대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은 인물로서, 마지막 안여사건의 주동자로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세종대왕의 배려가 있었던 장영실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안여사건이 세종대왕의 철저한 계획이었고, 장영실을 살리기 위한 트릭이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렇게 따지자면 납득되지 않는 사안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 

차라리 대소 신료들의 질투로 인해 장영실이 만든 안여가 부서지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는 듯 하다. 

그 때 당시 노비가 정 3품까지 올라간 것 자체가 신하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영화에서 제기한 브로맨스 사연은 스토리 자체로도 상당히 매력있는 부분이다. 

어차피 수백년 전 일을 제대로 보려면 '판타지'라는 살이 불가피하다. 

허진호 감독은 그 살을 "브로맨스"로 꾸몄고, 그것도 로맨스 대가 답게 아름답게 그려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는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단 1도 없다는 점이다. 

아니, 허진호 감독이??

로맨스 영화의 대가 허진호 감독이 남녀 사랑 이야기를 1도 안만들었다고?

그런 점에서 허진호 감독의 이번 작품은 상당히 도전적인 영화임에 틀림없다. 

대신 브로맨스라는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상당히 로맨스답게 그려냈다.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세종대왕과 장영실은 게이였다"라고 말하는 바보는 없겠지?

오히려 이 둘의 관계는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다윗과 요나단 같은 느낌에 가깝다. 

제발 이 영화를 두고 LGBTQ 적 영화니 어쩌니 이런 이야기는 안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

 

이 영화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심지어 허진호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한 것은 별로 없어보이기까지 한다.

그만큼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고, 영화 내내 그들의 표정대로 울고 웃었다. 

 

 

그.런.데!!!

 

뭐가 부족했던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움과 지루함이 공존했다. 

 

영화 중간에 감동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질질 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안그래도 시사회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나 보다. 허진호 감독은 상영시간에 대해 이렇게 변명을 했다.

"배우들이 워낙에 뛰어난 연기를 하다보니 편집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이번 영화는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로 가득찼다. 

연기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정도로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모습이었다. 

진지한 부분에서는 세상 진지할 수가 없었고, 코믹한 부분에서는 개그맨 뺨치는 맛깔나는 대사로 관객들을 웃겼다. 

 

하지만 절제의 미는 엄연히 존재하는 법. 괜히 편집이 있는 게 아니다. 

이번 영화는 편집의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뛰어난 연기라 할지라도 그것이 중복되고, 늘어진다면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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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네임밸류와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했던 영화였던만큼 기대한 게 사실인데, 기대보다는 부족한 모습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관람하길 추천한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가 필요한 정신을 세종대왕과 장영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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