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감독의 자전적 영화[굿바이 칠드런(Au revoir, les enfants)]

거니gunny 2020. 1. 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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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굿바이 칠드런]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루이 말 감독의 자전적 영화 [굿바이 칠드런(au revoir les enfants)]은 우리에게 남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프랑스에서 중상위 계층 가정에서 자란 줄리앙 캉탕은 카톨릭 미션스쿨에서 지내면서 학창시절을 보낸다.

어린 소년들 중에서도 유독 선생님들 속 썩이고, 애들한테 괜히 시비 걸고 장난치고 다니는 놈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자라서 그런지 버릇이 정말 없다.)

새로이 시작하는 학기 초, 쟝 보네라는 아이가 새로이 전학을 온다.

수학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쳐서 처음엔 질투도 나고, 쟝 보네 또한 털털한 성격은 아니기에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다.

그러나 줄리앙은 우연히 그 아이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그 아이와 가까이하게 된다.

이윽고 밝혀지는 쟝 보네의 진실은 결국 줄리앙을 40년 동안 잊지 못하게 한다.

 

감독은 어린아이 눈높이 그대로를 영상에 담았다.

그것이 이 영화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아닌가 싶다.

어린 소년의 눈높이에서의 학교생활. 유대인 친구.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게슈타포의 모습.

 

영화는 총을 쏘는 장면도,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나가는 장면도 없다. 독일군이 쏜 대포에 건물이 산산조각 나지도 않는다.

(세계 2차대전 유대인 영화를 이렇게 잔잔하게 보기는 처음이다.)

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이미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머릿짓 하나로 소중한 친구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자책감이 40년이 지나서도 잊히지 않을 만큼의 트라우마가 된 것으로 보인다.

 

교사와 학생들 모두 식사하는 시간.

한 학생이 한 성인을 소개한다. 성 시메온 스틸리츠에 대해 낭송한다.

 

성 시메온은 13살 때 아버지의 양 떼를 돌보다가 한 성경 구절을 들었다고 합니다.

"화 있을진저 너희 지금 배부른 자여 너희는 주리리로다 화 있을진저 너희 지금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며 울리로다."(눅 6:25)

그 후로 그는 집을 떠나 은둔자가 되었고, 30년을 기둥 꼭대기에서 살았습니다.

매일 거의 서서 자지도 않으며 기도에 매진했습니다.

-영화 중에서-

 

 

"그날" 이후로 줄리앙에게도 이 구절은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고해성사를 해도 감흥이 없고, 밤새 야한 소설을 읽어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던 그였지만,

지금은 평생을 애통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산다.

 

마지막 붙잡혀 가는 신부와 친구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마지막 인사가 들린다.

"au revoir mon père(안녕히 계세요, 신부님)"

그리고 신부는 "au revoir les enfants(잘 있어 친구들)"라고 화답한다.

하지만 줄리앙은 그때도 그런 인사를 건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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