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일상이 지루할 때 보는 영화[귀를 기울이면]

거니gunny 2020. 1. 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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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귀를 기울이면]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아름다운 일상까지 담아낸 지브리 애니의 정수.

풋풋한 소년소녀의 만남과 사랑을 이처럼 순수하게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평범한 수험생 소녀 시즈크는 독서를 무지 좋아하는 아이다.

어느 날 자기보다 항상 먼저 책을 빌려 가는 "아마사와 세에지"를 만나게 된다.

첫 인상은 왕재수였지만 고양이의 도움으로(?) 시즈크는 세에지와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가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마이스터가 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도전을 받는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갑자기 찾아오게 된 꿈과 사랑. 시즈크는 과연 둘 모두 이루어 낼 수 있을까?

 

일상이란 그리 아름답지 않다. 반복되는 하루하루. 매번 해야 하는 잦은 일들.

시험의 무게까지 더해지면 분명 일상은 아름답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상이 아름답다면 어떤 느낌일까?

 

[귀를 기울이면]은 일상을 "아름답다" 말한다.

단, 조건이 있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귀를 기울이면 아름답게 변한다.

도서 카드를 통해 풋풋한 사랑을 만날 수 있고,

자명종 시계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남작 고양이를 만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귀를 기울이면 일상은 아름다워진다.

희망이 크게 보인다.

 

출처: 영화[귀를 기울이면]

 

감독은 영화 속에서 독특하게 고양이를 아주 재미있는 촉매제로 사용한다.

주인공이 고민할 때마다 고양이가 불쑥 찾아와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곤 한다.

남자 주인공 아마사와 세에지를 만나게 해준 것도 고양이였고,

소녀의 소설 속 주인공을 정하는데 도움을 준 것도 고양이였다.

 

또한 자잘한 섬세함이 이 애니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스탠드를 끄려다가 누운 채로 끄기 힘드니까 상체를 일으켜서 끄는 섬세함은 작가의 꼼꼼한 디테일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다.

마지막 엔딩크레딧까지도 아침의 등굣길을 그려내면서, 미처 끝까지 다루지 못했던 스기무라(야구부)와 유우코(시즈크의 베프)의 관계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 만든다.

 

스토리와 크게 연관성은 없지만 중반에 나오는 컨트리 로드 연주와 독창은 이 영화의 백미임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배경음악 또한 아름다운 선율을 더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버린 조상님급 애니메이션이지만,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인 만큼 여전히 우리에게 따뜻함을 안겨주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버린 지금보다 오히려 저 때가 그리운 것은, 아무래도 사람끼리의 끈적끈적한 유대감이 더 진한 시기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국의 유명한 강연자 사이먼 시넥이 말했듯이 기술은 인간에게 편안함과 신속함을 제공하지만 인간의 신뢰를 제공할 수는 없다.

이 애니도 마찬가지로 꿈과 희망은 과학 기술이 아닌 관계를 통해서 맺어지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지금도 시즈크와 세에지처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이 있을 터,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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