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을 갔으니 남긴다

통영 나홀로여행 #5 [여행 스토리를 얻고 싶다면 서피랑을!!!]

거니gunny 2018. 12. 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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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절경 + 박경리 [토지/ 김약국의 딸들]를 만나다 = 서피랑



[통영중앙시장 - 서피랑 공원 - 박경리 학교/생가 ]


통영은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통영이 낳은 유명한 인물들 발자취 따라가기"로 정했다. 


첫 번째 순서로 "소설가 박경리"를 따라간다. 


여행 스토리를 얻고 싶다면 서피랑을!!!


인터넷에 통영 여행지를 검색하면 90% 이상은 "동피랑"이 나온다. 

워낙에 벽화가 많다보니 동피랑 가서 사진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하지만 정작 통영의 자랑인 "서피랑"을 가보려는 사람들은 많이 없는 것 같다. 


통영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두 곳을 소개하자면

한 곳은 "이순신공원",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서피랑 공원"이다. 





중앙시장에서 빼데기 죽을 먹고 바로 서피랑 공원을 향해 올라가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다. 


죽집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 서피랑 방향을 알려주셔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중앙시장을 나와 왼 쪽을 가다보면 "충무교회"가 나온다. 

"충무교회" 왼쪽으로 난 길을 계속 가면 오르막 길이 나오는데 3분 정도 계속 올라가다 보면 탁 트인 시내가 보일 것이다. 

바로 그곳이 "서피랑 공원"이다. 


동피랑과 마찬가지로 가파르고 깎아 지른듯한 벼랑과 절벽이 서쪽에 있다 하여 서피랑으로 불렀다. 서포루(위에 보이는 정자)에서 에서 바라보는 통영항과 바다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통영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보고 나면,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서피랑공원 - 99계단 - 박경리학교]


서피랑 공원에서 일광욕도 하고 쉼도 다 얻고나면 이제 박경리학교로 가면 된다. 

박경리 학교는 서포루에서 멀지 않아서 부담없이 갔다 올 수 있다. 

또 가는 도중에 99계단을 만나 박경리 소설가의 명언도 볼 수 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동피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계단을 다 내려오면 박경리 학교로 가는 길가가 나온다. 



수능 공부를 하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박경리의 [토지]를 배운다. 그러나 실제로 그 소설을 모두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워낙에 장편소설이다보니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이곳 서피랑에 가면 간접적으로 토지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든다. 

이곳에 가면 왜 박경리씨가 "삶이 소설이고, 소설이 삶이다"라고 말하는 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특히, 박경리 선생의 이름으로 어르신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2014년 11월 명정동 경로당에서 박경리학교를 개강했고, 매주 2회 한글 익히기와 박경리 작품을 이해하는 과정을 교육한다고 한다. 학교 앞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시를 전시했는데 정말 재밌기도 하고 가슴 찡했다. 

실제로 마음에 와 닿는 시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제목 : 정숙아

엄마다 경로당에서 한글배우고

너에게 편지쓴다

춥다 조심해라 건강 유지해라

니 다리가 아파서 걱정이다

조심하거라

엄마는 잘 있다

김재선 엄마가



박경리 학교를 거쳐 위로 계속 오르다보면 이야기 터널이 나온다. 

그리고 그 터널을 지나면 박경리 선생이 태어난 생가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다른 분이 살고 계시다고 하지만 담벽에 흔적을 만들어 놓으셔서 쉽게 알 수 있다. 


박경리 생가는 서피랑 공원 언덕과 거의 맞닿아 있기 때문에 저 멀리 서포루를 보면서 벤치에 앉아 쉴 수 있었다. 

약 10분을 그저 햇살 아래 앉아 있었다. 

경치를 바라보며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었는데 그 기분이 말할 수 없이 행복하고 좋았다. 

아무에게도 구속받지 않으며 그 순간 만큼은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생각할 수 있었다. 


통영에 사시는 분께서 하신 말씀을 잠깐 전하자면, 

통영에는 낮이 되면 남자는 일하러 나가거나 고스톱을 치고,  

여자는 한방에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며 지낸다고 한다. 


그러다 하동에서 온 부부 집이 아지트가 되면서 여자들이 하동에서 온 사연들을 들었다고 한다. 

당시 박경리 선생은 중고등학교 나이였는데 하동 부인의 말을 일일이 귀담아 들었다고 한다. 

일부러 엄마에게 하동집 가자고 조르기도 했다고 한다. 워낙 그 이야기가 재밌었나보다. 

그 집에서 들었던 시시콜콜한 사연들이 결국 소설의 재료가 되었고, 

우리가 아는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박경리 선생의 창작도 대단했지만 마침 하동에서 온 부부와의 만남이 박경리 선생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다. 


서피랑에 오면 인생을 배운 느낌이 든다. 


예전에 교보문고 외벽에 그런 글 귀를 본 적이 있다. 


한 사람이 내게 걸어온다는 것은 아주 위대한 일이다. 

그 사람의 인생이 걸어오기 때문이다. 


서피랑을 둘러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지금 눈에 보이는 단면적인 인생이 다가 아니다. 

그 뒤에 숨겨진 굴곡들이야말로 우리가 경건하게 맞이해야 할 배움터다. 


통영에 온다면 반드시 서피랑을 살펴보길 추천한다. 

여행지에서 몸과 마음이 경건해지고 평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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