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사일런스]

거니gunny 2021. 8. 12.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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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스]

일본에 천주교를 전파하러 간 선교사들의 이야기 

 

  @스포일러 조심!@

 

2시간 30분 동안 오로지 주인공의 심정에 공감할 뿐, 다른 걸 할 수 없었다. 

 

초반에 등장하는 두 명의 젊은 선교사. 

그들은 오로지 신앙으로 가득 찼으며 지금이라도 당장 순교할 모습이다.

 

그런 그들에게 거대한 도전이 기다린다.

 

자신들의 스승이자 일본 선교사인 페레이라 선교사가 일본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편지가 도착했다.

그들은 감독 주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승을 구하고, 일본을 복음화시키고자 담대히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들은 전혀 예상치못한 인생의 변곡점을 일본에서 맞이한다....

1. 당신이 만약 신앙인이라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신앙인이라면 무조건 가졌을 고뇌와 고민을 영화는 내내 담고 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처럼 잔인하지도 않고, 

[다빈치 코드]처럼 왜곡도 없다.

그저 담담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그려나갈 뿐이다. 

 

신앙의 이름으로 떠난 선교사들.

현지에서 만난 현지 원주민들.

그 속에서도 존재하는 가룟 유다 같은 배교자들.

선교를 위해 몸을 던진 이들과 

그들을 끊임없이 배교하도록 종용하는 세력들. 

 

어찌 보면 아주 심플한 선교여행 보고서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 중반으로 흘러가면서 여행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 [사일런스] 한 장면

2. 일본이라는 특이한 나라.

 

전 세계 일본만큼 독특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21세기 과학의 시대를 사는 우리지만, 일본은 여전히 셀 수 없는 수많은 샤머니즘 신을 섬기고 있다. 

그런 탓인지, 역사상 일본만큼 기독교가 제대로 퍼지지 못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기독교, 천주교 할 것 없이 일본에만 가면 제대로 맥을 잇지를 못하는 실정이다.

 

"일본이라는 늪에서는 어떤 씨앗도 뿌리내리지 못한다."

17세기 일본은 지금보다 더 심했다고 한다.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심했던 이 시기에 

어떻게 일본이 기독교를 색출하고 박해했는지 영화는 담담히 잘 보여준다. 

3. 배교를 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다. 

 

영화는 주인공이 예수 그림상을 발로 밟았느냐 밟지 않았느냐가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만약 그림을 밟는다면 그는 목숨을 얻고 배교자가 된다. 

반대로, 밟지 않으면 성도들이 죽임을 당하고, 본인도 고문 끝에 처형당한다. 

(확실히 관객에게는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영화를 판단할 수 없다. 

로드리게스(앤드류 가필드)가 2시간 30분 내내 보여준 고뇌, 독백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가 맞닥뜨린 현실에서, 그가 외치는 절규의 기도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절규의 기도는 신앙인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맞이했을 때,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냐고 물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로, 로드리게스처럼 말이다. 

그런 용기 없이 이제껏 '묻지마 신앙'을 한다면, 그 사람은 믿음이 좋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사이가 친하지 않기에 애써 묻기 어려운 것이다. 

 

로드리게스가 외치는 절규의 기도들을 보아야만 그가 마지막에 했던 행동들이 이해가 간다. 

4. 개신교가 아닌 천주교.

 

영화는 내내 예수교라는 천주교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개신교와는 많은 차이점을 보여준다. 

성도들에게 염주 알갱이를 나눠준다거나, 

십자가상을 만들어 꼭 간직한다거나 하는 것들은 개신교와는 다른 신앙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차이점은 라틴어 미사일 것이다. 

 

왜 천주교는 미사를 라틴어로 진행할까?

예수님이 라틴어 계열 출신도 아닐뿐더러 라틴어는 죽은 언어다. 

이슬람처럼 경전(코란)을 아랍어 외 다른 번역을 허락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면 이해가 간다. 

마틴 루터도 처음에는 95개 조 반박문을 라틴어로 적었기에 학문 언어로는 이해가 가지만

굳이 라틴어 예배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천주교는 지금까지도 라틴어로 미사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원주민들은 선교사 신부를 그렇게도 극진히 모실 수밖에 없다. 

미사를 당최 진행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로 천주교가 뻗어나갔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5. 신학. 장벽일까? 울타리일까?

영화 후반에 일본 기독교인이 가진 잘못된 신학을 지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이 믿었던 "하나님의 아들"은 성경에서 말하는 성자 예수가 아닌,

태양의 아들 예수였다. 

애초에 기독교를 잘못 받아들인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왜곡된 기독교를 지키겠다고 순교를 한 사실이다. 

과연 제대로 예수가 누군지 알기나 했을까? 

애초에 일본 관점에서는 성삼위일체를 이해 가기 어렵고, 

인간 몸을 입고 온 신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17세기에 신학교가 일본에 있을 리 만무하고, 

설령 선교사가 있었다 해도, 발각되는 족족 처형당하기 바쁜데

성도들이 제대로 된 신학을 배울 수 있었을 리 없다. 

 

(이런 문제는 21세기에서도 여전히 드러난다. 

선교 현지에서 토속신앙과 결합된 기독교는 자주 발생한다. 

중국도 그 정도가 심해서 이단들이 성행한다고 한다.)

 

이러면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신학은 어디까지 필요할까?

선교사의 수많은 간증과 도서들을 봐 온 필자로서는 현장에서 바라보는 신학을 잘 안다.

신학은 필요 없다고, 예수전도단에서 말하는 4 영리만 알면 된다는 입장이 강하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한글 모르는 할머니도 천국 가려면 어쨌든 이론은 쉬워야 한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 자체가 이해하기 쉬운 것이 아니기에...

 

 

6. 마무리

 

어쩌면 로드리게스의 마지막 모습은 내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머리로는 이미 타락한(?) 신자의 모습이라지만 죽을 때까지 신의 침묵에 대해 고뇌하고 고통스러워했던 모습.

단순히 박해를 고문하고 처형하는 것으로만 치부했었는데 

사실은 굉장히 치밀한 전략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심리적인 고문이 많았었는데, 과연 저런 고문에 누가 뚝심을 지키고 배교하지 않을지 잘 모르겠다. 

 

17세기와 다르게 지금은 기독교의 위상이 다르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은 선교사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무덤에서 피어나는 양심의 기도가 내 마음을 적신다. 

 

난 다른 건 몰라도 신앙만큼은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속이는 짓도 하면 안 된다. 

양심에 따라 솔직하게 묻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신앙이 어려운 것이다. 

 

신앙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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