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듄](2021)은 가히 올해 최고의 작품이다.!!
또 한 번, 관객들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영화가 나왔다.
=========================================
@스포일러 주의!!@
영화 [듄]은 꿈에 관한 이야기다.
(드니 빌뇌브는 소설 "듄"을 읽지 않은 관객들이 [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 전반에 하나의 주제를 심었다. 바로 “꿈"이다.)
영화 [듄]은 "운명론"을 다루는 영화일까?
[듄]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운명론'처럼 보기 쉽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문구는 이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한 문장으로 잘 설명해준다.
“Dreams are messages from the deep”
(꿈은 심연에서 보내는 메시지다.)
주인공 폴은 알 수 없는 꿈에서 깬다. 이것이 무슨 꿈인지 알 길이 없다.
꿈을 해석할 길도 없다.
어머니 제시카와 bene gesserit "베네 제서릿" 제사장 격인 Gaius Helen Mohiam(샬롯 램플링 역)은 폴이 꾼 꿈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결국 듣기만 한채 해결해 주지 못한다.
겉으로 봤을 땐, 이미 정해진 운명에 따라 폴이 순종하며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운명의 굴레를 주인공이 어떻게 거역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필자는 [듄]을 단순히 "수동적인 운명론"으로 보지 않는다.
1. 어머니 제시카의 선택
폴이 Bene gesserit 종교단체의 일원이 된 것부터가 어머니의 "선택"에 의한 사건이다.
마치 운명을 거스르는 것처럼 능동적으로 어머니 제시카는 아들을 Bene gesserit의 일원으로 삼는다.
Bene gesserit 또한 제시카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리고 만약 폴이 실패할 경우(죽을 경우)를 대비해 다른 옵션도 준비해 놓았다. (종교단체는 예언과 계시에 의해 수동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Bene gesserit은 능동적으로 앞날을 준비한다.)
제시카는 제시카대로 선택하고,
Bene gesserit는 그 나름대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선택한다.
2. 아버지 레토 1세의 선택
아버지 "레토 1세"도 폴에게 운명을 강요하지 않았다. 아트레이데스에 누워계신 조상들 무덤 묘지에서 나눴던 아버지와 폴의 대화에서 그 단서가 있다.
아버지는 불안해하는 폴을 향해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
처음에는 자기(레토1세)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을 반대했다고 고백한다. 아버지는 비행 조종사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결국 아버지는 분봉 왕위를 계승하는 것을 '선택'했고, 아들에게도 선택권을 준다.
아버지를 포함한 누구도 폴에게 분봉왕위를 계승하라는 압박을 준 적이 없다.
폴은 분봉왕이 될 운명을 거스를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운명이라 압박받지 않았기에.
황제의 명을 받들어야하는 분봉왕의 운명이었지만 그는 황제의 명을 곧이곧대로 따르지 않는다. 아라키스 행성을 80년 동안 지배했던 하르켄 분봉의 국정운영도 따르지 않는다. 돈(스파이스 원료)보다 사람을 먼저 구하는 게 아버지 레토 1세의 '선택'이었다.
3. 폴의 선택
영화 초반에 폴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내가 꾼 꿈이 과연 무슨 뜻일까?' 고민하며 꿈에 나오는 "피와 죽음"에 괴로워했다.
(한 예로, 베프형인 덩컨 아이다호가 죽진 않을까 노심초사해 한다.)
Bene gessarit의 mother helen mohiam이 방문했을 때에도 어머니가 말씀하신 The One이 자기인 것처럼 암시하니
"모든 게 계획의 일부군요"라며 염세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아라키스 모래 행성에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이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폴은 자신에게 주어진 부담을 점점 내려놓는다. 오히려 그 운명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쟁취하려고 한다. 자신이 The One인지 아닌지는 이제 신경 쓰지 않는다.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꿈도 그에게는 참고서일 뿐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1대 1 싸움에서도 그는 꿈의 소리를 듣지 않고 승리를 '선택'한다.
결국 폴은 수동적인 운명론자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선택자가 된다.
사실, 폴의 가족 말고도 거의 모든 캐릭터가 운명과 선택을 외줄타기 하고 있다. 운명을 믿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의 기로에서 기꺼이 '선택'을 택한다.
==============••••••••
그야말로 The best of the best of the best들이 모여 만든 미친 작품이다.!!
1. 사랑할 수밖에 없는 드니 빌뇌브 옹
그렇다. 이 작품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하드 캐리 한 영화다. (캐나다가 낳은 최고의 감독!!)
이미 그의 연출력은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명작들에서 증명됐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반전과 놀라운 스토리 라인은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그리고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를 본 사람들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드테일'이란 별명을 주고 싶을 정도로 디테일한 드니 빌뇌브는 급기야 [컨택트]에서 외계언어까지 만들어냈다. 외계언어라는 것을 단순히 설정에 그치지 않고 실제 존재하는 언어체계처럼 보여주면서 몰입하게끔 도와주었다.
게다가 디스토피아의 절정을 이뤄낸 [블레이드 러너 2049]까지!!
그런데, 그의 이런 모든 흔적이 [듄]에 Da 담겨있다.
이미 원작이 나와 있고, 스토리는 바꿀 수 없지만, 드니 빌뇌브 감독은 각본에까지 참여하면서 21세기 현대에 가장 어울리는 [듄] 스토리를 다듬어냈다. 1984년에 나온 데이비드 린치의 [듄(우리나라에서는 "사구(모래 행성)"라는 이름으로 소개됨)]과는 다른 차원의 연출과 각본으로 "린치의 [듄]을 성공적으로 지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84년 작품도 궁금하긴 한데 볼 방법을 모르겠다.)
영화 [컨택트]에서 외계어를 만들면서까지 디테일에 신경 쓴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번 영화 [듄]에서도 위화감을 최대한 제거하고자 노력한 티가 났다. 소설 속 등장하는 아랍어부터 bene gesserit 단체가 쓰는 예언자 언어를 다양한 소리로 잘 구분해 표현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대사만으로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또 하나, 내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진중함에 있다.
대중성을 노린 영화라면 중간중간에 재밌고 코믹한 장면들이 많이 들어갔을 법도 하다.(실제로 드니 빌뇌브 감독은 [듄]1부가 흥행을 해야만 2부도 만들 수 있게 조건을 걸었다고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스펙트럼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마블스럽게' 만들면 흥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드니 빌뇌브는 이 영화를 '마블스럽게' 만들지 않았다. 2시간 30분 내내 그야말로 진중한 스토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미 그는 전작들을 통해 코믹하지 않아도 대중들을 매혹시킬 수 있다는 그만의 공식을 입증한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성공적이었다.
2. SF의 또 다른 바이블 [듄]이 원작이라니!!
SF 소설 팬들에겐 [듄]은 바이블 같은 책이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반지의 제왕]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서 드니 빌뇌브도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싶다.
[듄]은 그가 이미 예전부터 꿈꿔온 영화 소재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정성 들여 만든 영화라는 게 티가 난다. 세세하게 꾸민 소품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프랭크 허버트가 지은 원작 [듄]은 최근에 신장판으로도 나왔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 내용이 더욱 궁금해진다.
(사실, 영화로 만든 '듄'은 책에서 나오는 '듄'의 세계관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훨씬 더 많은 행성들이 나오고 웅장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볼 용기는 나진 않는다. 궁금하긴 해도 말이다.)
3. 한스 짐머가 여기서 왜 나와? 당연히 나와야지!!
정말 정말 잘했다!!! 이런 엄청난 영화에는 당연히 그에 걸맞은 음악이 있어야지!!
그 누구도 아닌 '한스 짐머'가 영화음악을 맡았다니 반갑기 그지없다.
영화 내내 흘러가는 웅장한 장면과 딱 그에 맞는 음악이 조화가 되어 모래 행성을 '체험'하게 만든다.
Sandworm 모래 벌레가 나오는 장면에선 화면과 음악이 정말 압도한다.
항공모함이 출현할 때의 압도되는 느낌을 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다.
4. 캐스팅 이 정도면 천억 달러 각?
이 영화 캐스팅 뭐임??
아마 배우들도 알았을 것 같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은 절대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영화를 보면 어느 한 사람도 위화감 없이 잘 연기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의외로 조연이었는데,... 바로~
샬롯 램플링이다.
그녀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 도저히 속을 가늠할 수가 없다. 가장 인물과 배역이 잘 배치가 된 캐스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뿐 아니라 모든 주연, 조연들이 연기를 잘 해내 주었다.
솔직히 주연이 제일 아쉬웠다면 아쉬웠다.
티모시와 젠데이아가 아니라 다른 연기파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영화를 보는 중에 잠깐 했다.
오해는 마시길. 워낙 다른 배우들이 연기 베테랑이라 비교된 것뿐, 그 둘도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렇게 엄청난 대작을 만난 것은 [반지의 제왕]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슬픈 소식은 [듄]2부가 제작 확정이 된다고 해도(당연히 제작은 될 것이다.) 촬영이 2024년이라는 점.
정말 최고의 영화이기에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좀 더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에서 빼놓을 수 없는 SF 정체성 중 하나다. 20세기 말 미국 SF를 이끌었던 영화였다.
이제 21세기 SF 리더가 등장했다.
이번 [듄] 영화로 보고 나서 '스타워즈를 잇는 SF영화가 이제야 나타났구나!' 생각했다.
이제 [듄]의 시대가 온다.
======================================
'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빗 핀처랑 일하지마! [나를 찾아줘] & [밀레니엄: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0) | 2021.11.16 |
---|---|
이게 너희들이 생각하는 정의야?? [레 미제라블]2019 (0) | 2021.10.28 |
NPC가 인간이 된다면? [프리 가이] (0) | 2021.09.26 |
각종 ㅇㅇ주의자들에게 던지는 경고 [브이 포 벤데타] (0) | 2021.09.25 |
이 정도면 자랑할만 하지[오징어 게임] (0) | 2021.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