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통 수사 드라마가 오랜만에 나왔습니다.
담백한 백숙 같은 드라마지만 아주 진국입니다.
드라마 “모범형사”, In English, The Good Detective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뜻하지 않게 정통 수사 드라마가 시청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2022년에 “모범형사” 시즌2가 나왔는데요. 한국에서 시즌2가 나왔다는 건 그만큼 드라마가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얘기입니다.
아이돌 출신 배우가 나왔다거나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천만관객 영화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닌데 왜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까요?
포브스가 선정한 2020년 베스트 한국 드라마 TOP13에 들면서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카이로스, 사랑의 불시착 등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문가, 대중 모두에게 인정받은 명품 드라마입니다.
줄거리
우선 드라마 “모범형사” 줄거리부터 알려 드릴게요.
Here’s the summary of The good detective
정의를 위해 진실을 파고드는 자들과
권력을 위해 진실을 은폐하는 자들이 맞선다.
5년 전 한 외제차가 시끄러운 음악을 틀며 외딴 시골 도로를 달립니다.
그리고 갑자기 뒷자석에 있었던 한 여성을 다리 밑으로 던져버립니다.
그 범인이 누구였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지만 경찰은 이대철이라는 용의자를 검거했고 이대철은 재판에서 사형 판정을 받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이대철의 수사를 맡았던 강도창 형사 앞으로 의문의 전화가 옵니다.
“살인 사건을 목격했습니다.” 라는 전화였는데 이상하게 그 목격했다는 장소가 다 이대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장소 근처였습니다.
누군가가 5년 전의 일을 끄집어낸 겁니다.
이대철의 사형 집행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갑자기 수상한 인물이 나타나고
이대철의 딸이었던 이은혜는 실종이 됩니다.
우연일까요? 우연이기에는 너무도 속속 드러나는 새로운 증거들.
5년 전 사건을 맡았던 강도창 형사는 사연도 많고 똘끼도 많은 오지혁 형사와 함께 이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이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걸 발견합니다.
만약 이대철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면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이는 걸까요?
과연 5년 전 두 개의 살인 사건 진실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최근 수사 드라마 중에서 한국 형사의 모습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드라마라고 평가받고 있는 모범형사입니다.
여러분을 인천 서부경찰서로 초대합니다.
드라마 “모범형사”입니다.
1. 현실적인 드라마
앞서도 말씀 드렸듯이 오랜만에 형사가 주인공인, 진짜 사건을 해결하는 찐형사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이제까지 형사가 나와도 형사가 주가 되는 현실적인 수사드라마는 거의 없었습니다.
나왔다 해도 영화 “범죄 도시”처럼 코미디를 더한다거나 드라마 “시그널”처럼 타임 크로싱을 더하는 등 진짜 현실에 나올 법한 드라마라기보다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진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소재로 진짜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드라마 제목에도 당당하게 “형사”라는 이름을 넣었습니다.
제가 계속 강조하는 이 “사실적”이라는 말이 괜히 드리는 말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를 보시면 한국 경찰의 수사 과정이 거의 드러나거든요.
1화부터 그 수사 과정을 꽤 자세하게 보여줍니다.
112, 해외에서는 911이죠?
112로 누군가가 실종됐다고 전화로 신고합니다.
그러면 신고 전화를 받은 112종합상황실은 여러 가지 정황을 두고서 이것이 단순 가출인지 실종인지 판단합니다.
만약 이것이 단순 가출이 아니라 실종 가능성이 큰 신고라면 형사과로 사건이 넘어갑니다. 형사가 직접 이 사건을 담당하는 거죠.
이렇게 실제로 경찰이 투입되는 과정을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출신과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라든지,
경찰과 검찰의 관계라든지 등등
실제 한국 경찰이 처한 상황을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것이 이 드라마는 단순히 형사들의 세계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퍼지는 과정도 입체적으로 알려줍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 이게 꽤 큰 사건이잖아요.
그러면 신문사에서도 이 사건을 따로 취재합니다.
당연히 경찰도 사건을 조사하고요.
그리고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법무부 역시 관여합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 경찰만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경찰 이외에도 언론 기관, 검찰, 사법기관 등 정말 많은 부서에서 입체적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합니다.
비록 스토리와 인물은 허구, 즉 가짜이지만 수사 과정은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여줬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입니다.
저도 이런 사실적인 묘사가 대중들의 사랑에 크게 기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러 기관에서 움직이다 보니 치밀한 심리작전도 있습니다.
경찰과 기자 간의 심리전
경찰과 범인 간의 심리전
경찰과 검찰 간의 심리전 등
겉으로 드러난 경찰의 모습과 안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싸움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한국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
드라마 “모범형사”입니다.
2. 패러독스가 알려주는 진리
이 드라마는 평범한 경찰의 모습을 그리는 것 같지만
정반대의 역설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패러독스’라고도 하죠?
모순되는 것 같은 모습 안에 진리를 담고 있어요.
보통 수사 드라마 주인공들은 정의에 불타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드라마 “모범형사” 속 주인공은 정의감에 자기 월급을 없애는 바보 같은짓을 쉽게 하지 않습니다.
아주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죠.
아무리 올바른 일이라고 해도 자기 인생이 걸린 일이고 특히 승진을 앞둔 시기라면 몸을 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게다가 자기가 이미 5년 전에 끝낸 사건을 다시 끄집어 내야한다면 자존심 강한 경찰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겁니다.
드라마 초반을 보시면 주인공 강도창 형사가 하는 행동들이 딱 보통 사람들이 하는 행동들입니다.
애초에 강도창 형사가 이 사건을 다시 재수사 하는 것부터가 보통 주인공 공식에 맞지 않는 스토리입니다.
강도창 형사는 5년 전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을 잘못 체포했어요.
조작된 증거, 제한적인 증거, 경찰 안 사람들의 의도적인 속임수.
의도치 않게 억울한 사람을 하나 살인자로 만들고 사형을 받게 만들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이런 강도창 형사를 주인공으로 둠으로써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던집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주인공도 실수한다.
하지만 실수를 깨달은 순간 인간은 셋으로 나뉩니다.
첫째, 자신의 잘못을 바로 뉘우치고 잘못을 시인하여 올바르게 사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죠. 강도창 형사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류에 끼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부정하고 화를 내면서 왜 5년 전 일을 끌어 들이냐고 처음에 화를 냈습니다.
둘째,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뉘우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미래가 달려있고, 자신의 가족이 달려있기 때문에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살아갈 거예요.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고, 자신의 잘못은 숨길 수만 있다면 영원히 숨기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시간이 흐른 후 결국 진실을 말하는 사람.
이 드라마에 나온 강도창 형사가 바로 이 사람입니다.
아주 현실적이죠?
강도창 형사가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면서까지 재수사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억울한 이대철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여기서 패러독스가 나타납니다.
주인공은 평범하지만 더 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고,
겁이 나지만 용기를 내어 한 사람을 구하려고 합니다.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이익과 반대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목소리에 따라 행동합니다.
강도창 형사 캐릭터를 보면서 과거 연예인 강호동씨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생각났어요.
용기란 겁이 나는데도 하는 것이 용기다.
경찰이라는 직업이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강도창 형사는 옷을 벗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양심에 결국 귀를 기울입니다.
겁이 나는데도 용기를 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평범하지만 동시에 평범하지 않습니다.
겉보기에는 모순적이지만 설득력있는 흥미로운 관계가 또 나옵니다.
바로 오지혁 형사와 진서경 기자와의 관계입니다.
겉보기엔 경찰과 언론은 서로 적대관계처럼 보입니다.
경찰은 늘 기자에게 정보를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왜냐하면 수사가 언론에 노출될 경우에 경찰이 마음대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언론은 어떻게 해서든 경찰 수사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매달립니다.
특종을 잡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오지혁 형사와 진서경 기자의 공생관계를 그림으로써
경찰과 언론의 공조가 현실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경찰이 언론과 정보를 공유하고 범인을 빨리 잡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향해 같이 달려나가는 거죠.
이렇게 이 드라마는 모순처럼 보이는 행동이나 관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아이러니한 모습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
드라마 “모범형사” 입니다.
3. 연기 장인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드라마는 100% 배우 출신들로만 이루어진 캐스팅이었습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있지도 않고, 천만관객을 이끌었던 영화배우가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은 정말 연기를 장인처럼 잘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들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우선, 주인공 두 명.
손현주 배우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는 명배우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손현주 배우,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만큼 수많은 드라마에 출연하여 연기를 다진 배우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영화에 출연하면서 점점 영화 진출도 노리고 있는데요. 저는 아주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생각해요.
손현주 배우는 천만관객을 주도했던 영화배우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배우입니다.
강도창 형사가 이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는데요.
그 부담감이 컸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연기를 잘 해줬어요.
비굴한 연기. 갈등하는 연기. 농담하는 연기. 분노하는 연기 등등
정말 다양한 상황마다 적절한 연기를 선 보였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큰 보물을 발견했다면 바로 오지혁 형사를 발견한 것이겠죠?
배우 장승조씨.
와 이 배우를 왜 이제서야 발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본래 2005년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으며 굉장히 많은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다가 2014년 이후 드라마 쪽으로 진출한 배우라고 합니다.
하지만 단역이나 조연이어서 그랬는지 인상적이지는 않았어요.
그러다가 2017년 방영한 MBC 드라마 “돈꽃”에서 주연을 맡고 나서부터 쭉 주연을 맡았습니다.
특히 장승조 배우는 동안으로 유명한데요.
1981년생이니까, 지금은 벌써 40대를 넘은 나이인데요.
전혀 40대로 보이지 않아요.
거짓말 좀 보태서 20대 아이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죠.
하지만 연기 베테랑임은 확실합니다.
1화부터 마지막화까지 강도창 형사에게 든든한 힘이 된 오지혁 형사 역을 아주 잘 해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만났으면 좋겠네요.
자, 여러분. 주인공 두 명 빼고 또 인상적인 배우 누가 있었나요?
저는요. 의심의 여지없이 이 배우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바로 이대철 역할을 맡은 조재윤 배우.
평소 이런 역할을 자주 안 하는 배우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늘 깐족거리는 역할, 투덜대기만 하는 역할을 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가장 감정이 급변하는 어려운 연기를 그 누구보다 잘 해내서 놀랍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이건데요.
자기 딸이 교도소에 찾아왔는데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매몰차게 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딸을 뒤로 한 채 따로 엉엉 울었을 때, 진짜 눈물났습니다.
와 어쩜 저렇게 감정 연기를 실감나게 할 수 있을까요?
이 분들 외에도 여기 나오는 모든 분들 연기력이 참 대단했어요.
연기력이 대단하다는 표현은 다른 말로, 자연스럽다는 뜻이겠죠?
이게 연기가 아니라 그냥 일상 대화같다. 그게 진짜 연기 잘한다는 뜻 일 겁니다.
이렇게 탄탄한 연기와 연출이 돋보인 드라마는 당연히 시즌2가 나오겠죠?
네. 2022년 시즌2가 나왔습니다.
높은 수준의 현실감있는 수사 드라마를 계속해서 응원하겠습니다.
연기 맛집 드라마
드라마 “모범형사”입니다.
'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는 영화[가재가 노래하는 곳] (0) | 2022.12.03 |
---|---|
DC는 중간이라도 가는구나[블랙 아담] (0) | 2022.12.01 |
신의 의도는 무엇일까 [지옥] (1) | 2022.11.15 |
[호우시절] 볼 때마다 흐뭇한 영화 (4) | 2022.11.02 |
우주로 시작해서 가족으로 끝나는[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