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호우시절] 볼 때마다 흐뭇한 영화

거니gunny 2022. 11. 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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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한국 로맨스 영화의 거장. 허진호 감독이 만든 국제커플 영화입니다.

영화를 통해 사랑과 위로, 그리고 추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호우시절”, In English, Season of Good Rain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로맨스 영화감독이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이 분 이름은 항상 TOP5 안에는 무조건 들어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바로 허진호 감독입니다.

이분이 연출한 유명한 작품들이 참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영화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행복] 등이 있습니다.

특히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를 보고나면 가슴 한 쪽이 아리는 걸 느낄 수 있는데요.

사랑이라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여러 각도에서 잘 그려내는 감독입니다.

오늘의 영화 [호우시절] 역시 로맨스 영화인데요.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영화 장소가 한국이 아닙니다.

바로 중국의 사천. 쓰촨이 영화의 배경이 됩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다름아닌 중국 최고 배우 중 하나인 가오위엔위엔(高圓圓), 고원원씨입니다.

개인적으로 허진호 감독의 영화 중 별 다섯개를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자 그럼, 우선 영화 호우시절줄거리부터 알려 드릴게요.

Here’s the summary of Season of Good Rain

 

건설 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와 기적처럼 재회합니다.

왠지 두 사람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데요.

둘은 그 날밤 술도 마시고 저녁도 함께 먹으면서 금세 추억에 잠깁니다.

그런데 저녁을 먹으면서 했던 대화가 재밌습니다.

동하는 캠퍼스 시절 우리가 키스도 했었고,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메이는 자신은 중국에서 유일하게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대답하고 키스는 더더욱 아니라고 말합니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기억을 떠올리는 사이 둘은 점점 가까워지고 이별 직전, 동하는 귀국을 하루 늦춥니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

오랜만에 느끼는 첫 사랑과의 데이트.

비록 하루 데이트지만 둘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날밤 메이가 놀라운 사실을 고백합니다.

과연 그녀는 무슨 고백을 했을까요?

그리고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이 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시절을 알고 온 걸까요?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싱그러운 영화.

영화 호우시절입니다.

 

1.    국가대표 미남 미녀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 정우성 배우.

중국을 대표하는 미녀 고원원(가오위엔위엔) 배우.

두 배우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들이기 때문에 영화 개봉할 당시 둘의 케미에 엄청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둘 모두 아주 맛깔나는 연기를 잘 선보였습니다.

특히, 영어로 대화를 하는 부분이 이렇게나 많았던 아시아 영화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바로 전에 소개해드렸던 영화 [만추]는 빼고요. 만추는 배경 자체가 시애틀이었기 때문에 약간은 성격이 다른 영화라고 해야겠죠?

둘 모두 원어민 못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중간중간 자신의 언어를 혼잣말로 하는 것도 키포인트입니다.

 

정우성씨는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 언어로 연기한다 라는 건 굉장히 또 다른 압박감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내가 가지고 뱉는 거랑 대충 외워서 뱉는 거랑 다른 거니까요. 그런 어려움을 같이 잘 이겨낸 언어를 뛰어넘는 그런 완벽한 어떤 앙상블이었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서로 처음 만난 사이라 어색하고 말도 통하지 않아서 눈빛 연기나 촬영이 힘들었겠지만 아주 유쾌하게 서로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그런 장애를 극복해 내려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래서 아 이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이 영화에 애정이 있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한국 검색엔진 1위 네이버에 영화 [호우시절]를 검색하시면 평점 댓글들이 쫙 있는데요.

그 댓글들 중에 이런 글도 있었습니다.

실제 출장 시 이 영화와 매우 유사한 일을 겪은 사람으로써 한마디..정우성의 한국식 영어, 고원원의 중국식 영어는 정말 현실적인 영어다. 두 사람 영어가지고 까지 마라. 정말 딱 저 정도 수준과 저 정도 감정이면 충분하다. 추억 돋게 만드는 영화!”라고 말이죠.

이 영화를 보면 정말 출장 한번 가보고 싶어요.

마치 거기에서 제 오랜 친구도 만날 것만 같고요.

또 어떤 분은 댓글로 이 영화를 수채화 같은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남기셨는데요, 정말 딱 적절한 비유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 과하지 않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채화를 보는 듯합니다.

 

출장을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드는 영화.

영화 호우시절입니다.

 

2.    슬픔을 다루는 방법

일단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들어가니까요.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영화를 모두 보신 후에 나머지 팟캐스트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From now on, spoiler alert.

영화에서 동하는 메이와의 데이트를 위해 출장일을 하루 더 늦춥니다.

그리고 분위기는 무르익어 그들이 서로 키스를 합니다.

그런데 가장 로맨틱해야 할 그 때 메이가 폭탄발언을 합니다.

이미 메이가 결혼한 유부녀라는 사실.

충격을 받은 동하는 바로 헤어지고 이 둘의 관계는 끝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메이가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가 있었는데요.

남편이 1년 전에 쓰촨성 대지진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메이는 자신이 유부녀라는 사실을 진작에 밝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쓰촨성 대지진이 벌어진지 1년 후라는 설정으로 찍었는데요.  

지진이 아주 중요한 영화의 모티브가 됩니다.

영화는 중간중간 쓰촨시의 무너진 건물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바로 동하와 메이의 관계를 극적으로 만든 복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8 5 12, 중국이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치르기 직전에 쓰촨성에 리히터규모 8.0의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남한의 66%에 달하는 면적이 폐허가 됐고 1천만명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공식 사망자 87,227, 실종자 17,923, 부상자 374,653명으로 엄청난 인원들이 피해를 입은 대재해였습니다.

메이 역시 지진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지진의 여파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고 과거에는 그렇게 잘 타던 자전거도 타지 못합니다.

그리고 지진으로 인한 남편과의 사별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마음 정리도 안 됐을 겁니다.

이런 사연을 안다면 메이가 동하와의 관계를 계속 망설였던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영화는 지진으로 인한 아픔을 다루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지진으로 인한 상처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더 나아가 그러한 아픔을 딛고 일어나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우선, 동하는 건설중장비 업체직원으로 나옵니다.

다른 직업이 아닌 건설중장비 업체 소속이라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쓰촨성에 그 어느때보다 중장비가 필요했던 이유는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를 다시 재건하는데 있습니다.

수십만명이 다치고 죽었던 큰 사건이었던 만큼복구하는데도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만큼 큰 아픔이 이 도시에 있었지만 이곳 사람들은 계속 아픔 속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또 다시 그들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 도시를 재건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동하가 나올 때마다 의도적으로 보여준 포크레인은 남은 사람들의 다짐을 의미합니다. 힘차게 다시 살아보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메이 역시 영화 극후반에 가서 트라우마였던 자전거를 다시 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트라우마를 직접 대면해 극복해 나가는 메이의 모습을 보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관객에게 보내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픔을 아예 잊자는 말이 아닙니다.

매년 중국방송국에서 쓰촨성 대지진이 있었던 5 12일을 기념하여 특집방송을 보내는 것은 오히려 그 아픔을 잊지 말고 함께 간직하며 살아가자는 메시지로 들립니다.

그리고 메이 역시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 여전히 남편을 위한 사진과 제사상을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진으로 떠나보낸 남편을 눈물로 기억합니다.

다만 영화는 이 지진의 아픔을 오래 묵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감독의 이런 각본과 연출이 상당히 설득력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살다보면 말로 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픔 속에 계속 내가 머물게 되면 계속 우울해지기만 하고 더 이상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아픔을 기억하되 그 아픔을 극복하며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아픔을 기억하고 극복하는 영화

영화 호우시절입니다.

 

3.    호우시절

한국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허진호 감독 영화는 대부분 다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허진호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만들어왔던 영화에서는 항상 남녀가 처음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행복하게 살다가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났을 때 새로운 감정이 나오는 영화들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좀 행복한,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호우시절이라는 말은 중국에서는 정말 때 맞춰 무언가 오는 그런 상황일 때 호우시절중국말로는 하우지시제라는 말을 쓴다고 하더라고요.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지 못했던 그런 남녀가 정말 우연히 만나서 다시 옛날의 기억을 가지고 사랑에 빠지는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허진호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더 아름답고 행복한 장면들에 초점을 더 많이 맞췄습니다.

물론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지진으로 인한 아픔과 슬픔은 여전히 존재하지만요.

그래도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대나무숲에서 편히 쉬는 것처럼 힐링하는 느낌을 계속 주고 있었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헤프닝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비가 오는 장면에서 실제로 비가 딱 알맞게 와서 촬영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알맞게 찾아온 '호우시절'이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 배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촬영 장소들이 상당히 아름답지 않았나요?

특히, 두보초당은 꼭 중국 여행하게 되면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대나무숲과 두보의 시가 정말 잘 어우러진 장소였습니다.

영화의 스토리와 장소, 또 때에 맞게 찾아온 날씨까지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저런 사랑 나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김상호 배우

여담으로 김상호 배우의 연기도 참 잘 어울리지 않았나요?

중국 지사 지사장으로 역할을 한 배우였는데요.

누가 봐도 진짜 중국에 몇 년 살다 캐스팅된 사람처럼 아주 맛깔 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인터뷰를 보니까 이 분 중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고 하네요.

할 수 있는 중국어라고는 워 아이 니밖에 없었는데,

이 영화를 위해 촬영기간 내내 특훈을 했다고 합니다.

고원원 배우에게 직접 대사를 배우기도 하고요, 전문 통역사에게 일일이 대사를 듣고 따라하면서 고된 연기를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전혀 위화감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고 그 영화 스토리 안으로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주 수고 많으셨습니다.

참고로 두보는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시인 중 한 사람입니다.

이백두보이렇게 두 명을 최고 중 최고라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제목 춘야희우(봄밤에 내리는 반가운 비) – 지은이: 두보

 

반가운 비가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만물을 적셔주며 아무런 소리도 없네

들판의 오솔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등불만 비추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이 꽃으로 겹겹이 덮여 있네

 

때맞춰 비 올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

영화 호우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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