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스러운 주제에,
가장 한국적인 웃음을 가진 영화.
정말 오랜만에 추천하고 싶은 코미디 영화가 나왔네요.
네! 영화 “육사오”, In English, 6/45
바로 시작합니다!
영화감독 중 마틴 스콜세지 Martin Scorsese가 쓴 책에 이런 유명한 말이 있었죠?
“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영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도 이 명언을 너무 좋아한다고 시상식에서 말한 적이 있었죠.
이 말처럼, 가장 한국적인 영화들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기생충이 그랬고요,
미나리,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랬습니다.
한국인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아주 사적인, 개인적인 것들을 영화로 만들었을 때 의외로 세계에서 주목받게 됩니다.
제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말하냐면요,
이번에 알려드릴 영화는 코미디 영화인데 그 배경이 아주 한국적입니다.
아주 슬픈 현실이지만 그 속에서 웃음을 또 찾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자 그럼, 우선 영화 “육사오” 줄거리부터 알려 드릴게요.
Here’s the summary of 6/45
한국은 여전히 남한과 북한의 대치상황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남한과 북한이 맞닿은 곳.
오늘도 남한 국군장병들은 24시간 철책선을 지키며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을 GOP 지역이라고 부릅니다.
GOP 지역, 즉 General OutPost 지역은 남한에서는 보통 휴전선의 철책을 지키는 육군 경계부대를 뜻합니다.
바로 그 지역에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우리의 주인공 박천우 병장은 얼마남지 않은 군생활을 GOP에서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로또 종이가 박 병장 손에 날아옵니다.
그리고 호기심에 TV를 틀고 확인해보니 대박!
1등에 당첨되었습니다!!
갑자기 세상이 달라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영화가 끝나면 재미없겠지요?
우리의 친구 바람이 휘 붑니다.
그리고 책꽂이로 사용하던 로또 종이가 군사분계선으로 날아갑니다.
로또 종이는 계속 바람에 날려 급기야 북한 병사 리용호 하사에게까지 날아듭니다.
그저 종이 쪼가리로만 알던 리용호 하사는 동료 병사를 통해 사실 이 종이가 57억짜리 당첨금 로또 종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부푼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런데 이 종이는 엄연히 남한 로또 종이이기 때문에 남한 병사가 돈을 찾아야겠지요?
그래서 남북한 최초 로또 종이를 두고 협상을 시작합니다.
과연 이들은 이 돈을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요?
남한과 북한은 이 돈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팩트는 개나 줘버리고 그저 웃음을 위해 만든 영화.
정말 오랜만에 웃음을 보장하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로또로 남북이 하나가 되는 영화.
영화 “육사오”입니다.
1. 육사오
혹시 영화 제목이 왜 “육사오” 6/45인지 안 궁금하시나요?
영화를 좀 더 재밌게 보려면 한국 로또 시스템에 대해서 아셔야 할 것 같은데요. 물론 잘 모르고 봐도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복권, 로또는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시스템이니까요.
게다가 이 영화를 보시면 중간에 로또 시스템을 잠시 알려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제목이 “육사오”인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평소 저처럼 복권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짧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내용은 나무위키에서 참조했습니다.
로또 6/45(Lotto 6/45, 로또 육사오)는 대한민국에서 발행하는 로또 복권입니다.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가 지정한 수탁사업자인 동행 복권에서 발행합니다. 방송 자체는 나눔로또 시절인 2002년 12월 2일부터 시작했습니다.
45개의 숫자 중 여섯 개를 고르는데요, 수동은 직접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다 고른다고 합니다. 반자동도 가능한데요, 절반은 자동, 절반은 수동으로 고릅니다. 그리고 자동은 구매처에서 자동으로 한다고 말하면 가게에서 자동으로 해서 준다고 합니다. 토요일 밤 추첨 결과와 일치하는 숫자의 개수에 따라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며, 나오는 숫자의 순서는 상관없이 번호만 맞으면 됩니다.
로또 가게에서는 평균 평일에는 아침 6시부터 자정 12시까지 마감하고 복권 마감시간은 토요일 밤시까지이며 그 이후는 복권을 살 수 없습니다.
방송 종료 시간이 지난 후 또 토요일 밤8시 이내에 다음회차 로또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이렇게 계속 회차가 진행되고요 지난 2022년 1월 29일 대망의 1000회가 방영되었다고 하네요.
이 로또도 이제는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구매 방법은 간단합니다.
과거에는 2000원이었지만 현재는 1게임당 1줄에 1,000원이라고 하네요.
OMR 용지 한 장에 최대 5게임까지 들어간다고 합니다.
5게임 5줄이면5천 원 한 장이 6개의 숫자로 채워집니다.
주의사항은 빙고처럼 맞추는 게 절대로 아니라 한 장 한 게임당 한 줄에 숫자가 다 맞아야 됩니다. 1등은 보너스 번호 없이 전부 한 줄에 일반 숫자 6개가 줄줄이 맞아야 되고요, 2등 당첨 확인은 일반 숫자 5개+보너스 번호가 모두 떠야 당첨이 가능합니다. 그 외 일반 숫자 5개만 맞으면 3등으로 확정이 되는데요, 4등은 4개, 5등은 3개. 그 밑은 모두 꽝이 됩니다.
1등부터 3등까지는 총당첨금에서 비율에 따라 나누지만 4등부터는 정액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4등은 5만 원,
5등은5천 원이죠.
로또 1등에 당첨되기 위한 확률이 어마 무시한데요.
무려 8,145,060분의 1이라고 합니다.
이건 뭐 그냥 100% 운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는데요.
그러니 박천우 병장이 난리가 난 겁니다.
고경표 배우가 당첨된 걸 확인했을 때 그 표정이 대박이지 않았었나요?
정말 재밌습니다.
로또를 몰라도 재밌지만 알고 나면 더 재밌는 영화
영화 “육사오”입니다.
2. 웃음을 위해 버려야 할 것
일단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들어가니까요.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초점에 두고 만든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웃음을 위해 버려야 할 것이 있는데요. 바로 팩트체크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를 진지하게 보는 분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그냥 힘 쭉 빼고 보세요.
이게 소재가 또 남북 대치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정치에 민감하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불편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애초에 영화가 코미디 영화라고 알려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조금은 그 엄격한 기준을 내려놓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실제로 남북이 그렇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상식적인 사람이라면요.
하나부터 열까지 팩트체크를 하게 되면 끝이 없습니다.
북한 병사들이 너무 남한 사람 같다든지,
아니면 북한 젖소가 너무 살이 쪘다든지
남한은 막대기로 발표하는데 북한은 최신식 빔프로젝터를 쓴다든지,
비무장지대에 지뢰가 셀 수 없이 깔려있는데 철책을 저렇게 쉽게 넘어갈 수 있냐 등등
하나 둘 따지다 보면 이 영화는 애초에 이야기 성립이 불가능합니다.
저는 오히려 북한에서 빔프로젝터를 꺼낼 때 예상치 못한 장면이라 웃겼습니다.
사실 이런 과장된 이야기로 현실을 왜곡하면서 풍자하는 이야기들은 과거에도 꽤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가장 과장되면서도 충격적인 장면은 소설에서 나왔었는데요.
독일 토마스 브루시히가 쓴 “우리 같은 영웅들(helden wie wir)”을 보시면 서독과 동독이 통일될 때, 그리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소설 속 주인공의 성기가 그 장벽을 무너뜨렸다고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이 당시 말 못 할 질병이 있었는데 그곳을 치료받고 나서 그곳이 말도 안 되게 커진 겁니다. 때마침 사람들이 베를린 장벽에 모여있을 때 그것이 엄청나게 거대해져서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 성기로 인해 장벽이 무너졌다고 말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모두가 압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보고 웃습니다.
이 영화도 그런 시각으로 봐야 합니다.
실제로 영화 관객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냥 웃으며 감상평을 남겼습니다.
어떤 사람도 팩트체크를 하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팩트체크 좋아하는 저도 이 영화만큼은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굳이 팩트체크를 해서 얻을 것이 하나도 없거든요.
해리포터 영화를 보고서 팩트 체크하려는 거랑 같은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판타지 이야기 가운데 정말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들도 있습니다.
바로, 남한 군대 이야기인데요.
남한 부대 생활 묘사를 아주 그럴듯하게 했습니다.
병사들이 근무할 때 2인 1조로 움직이면서 경계근무를 선다든지,
생활관에서 쉴 때 계급에 따라 쉬는 자세가 다르다든지 말입니다.
특히 관물대와 관물대 밑에 있는 모포 각 잡은 것까지
정말 군대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냈습니다.
일반인들은 놓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인데 그걸 아주 사실적으로 캐치를 잘 해냈습니다.
심지어 밥 먹을 때 군대식 햄버거, 일명 군대리아 먹는 모습까지 정말 똑같네요.
분명히 연출팀에서 군대를 갓 제대한 사람이 있거나 군 관계자에게 감수를 받은 것이 틀림없을 겁니다. 실제 군대 모습과 똑같이 보이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티가 납니다.
군대를 지금 다니고 있거나 이미 전역한 사람들은 너무도 익숙한 잘 아는 모습들입니다.
자, 영화 맨 마지막 부분 기억하시나요?
여러 가지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돈이 사라지게 되고 결국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반전이 생기죠?
로또를 돈으로 바꾸러 간 김만철 상병이 군복에 돈을 숨겨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숨긴 돈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남한 군복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군복이 원래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군복에는 주머니가 엄청 많습니다.
전시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어떤 전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군복 상, 하의 할 것 없이 포켓을 여러 개 만들었습니다.
병사들이 우스갯소리로 “건빵 주머니”라는 것도 사실 전시에 식량이나 무기를 담을 곳이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든 주머니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걸 제대로 캐치해냈습니다.
일반인들은 그냥 코믹하게 만들려고 몸 안에 많이 넣어왔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공감할 부분입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거든요.
저는 이런 섬세한 연출이 영화를 더욱 재밌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단순히 몸에 돈을 숨긴 것이 아니라 군인 특성에 맞게 여러 주머니에 숨겨온 것으로 말이죠.
판타지이지만 섬세함이 있는 영화
영화 “육사오”입니다.
3. What if…?
두 번째 관전 포인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이 영화는 팩트에 기반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이 오늘날까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2022년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가 바로 한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나오게 되었고 앞으로도 남과 북의 분단을 다루는 영화들은 계속 나올 것입니다.
과거에도 많이 있었죠.
가장 대표적인 영화는 2000년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공동경비구역 JSA입니다.
그때 봤을 때는 워낙에 어렸을 때라 잘 몰랐는데 박찬욱 감독이 연출했었군요.
이번 “육사오”에서 특히 공동경비구역 JSA를 오마주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공동경비구역이라는 이름을 따서 공동급수구역이라고 말한 것도 그렇고요,
일단 남한 병사와 북한 병사가 서서히 우정을 만들어간다는 설정도 아주 많이 흡사합니다. 특히 북한 병사 리용호 하사가 담배 연기를 후 부는 장면은 공동경비구역에서 송강호 배우가 내뿜는 담배 연기 장면이랑 매우 흡사하죠.
무려22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습니다.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꼭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시라 추천합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아직까지도 이런 남과 북을 다루는 영화가 나오고 있을까요?
사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통일에 대한 가능성은 희박해져 갑니다.
한국인들끼리 전쟁을 했던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벌써 70년이 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이산가족도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정치적으로 볼 때, 더 이상 평화통일은 이루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 영화는 남북 분단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로또를 다시 말해, 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통일이 될 때 모두가 이 사람들처럼 로또 맞은 것처럼 돈을 마구 벌 수 있다면.
그것이 실현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는 겁니다.
현실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그래도 그런 상상을 순수하게 해 봅니다.
돈이 걸려있으니 서로가 인질을 맞교환합니다.
젊은 세대가 쓰는 줄임말을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군이 연습한다는 설정도 꽤 재밌는 포인트지 않나요?
남한에서도 세대 갈등이 심해지고 있죠.
10대, 20대 세대들은 줄임말을 너무 많이 써서 같은 한국말이지만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상황이 올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의지인데, 이 의지를 북한군 리용호 하사가 제대로 보여줍니다.
마치 시험공부를 하듯이 “갑분싸”, “문송합니다” 같은 줄임말을 배우는 모습에서 또 재미를 느낍니다.
기성세대들도 저 북한군처럼 조금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제가 방금 뭐라고 했죠?
남한 쪽으로 북한 병사 한 명이,
북한 쪽으로 남한 병사 한 명이 넘어갑니다. 인질로 말이죠.
그런데 사실 이 계약이 가능하려면 피부색이나 얼굴색이 적어도 비슷해야 합니다.
만약 북한은 백인이고,
남한은 아시아인이었다면 이 인질 계획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말도 똑같아야 하고요.
그래서 이 영화가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말하는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다.
그래서 서로 바꿔치기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코믹하지만 또 순수하게 평화통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을 말하면서 끝내는 영화라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하죠? 베트남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으며 3일 연속으로 베트남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9월 25일 기준으로 누적관객수30만 명을 기록 중이며 매출액은 약 16억원으로 역대 베트남 한국 영화 개봉작 중 최고 수치입니다.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한국의 웃음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네요.
순수한 해피엔딩을 꿈꾸는 영화
영화 “육사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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