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 끼치는 평범함의 무서움.
실화라서 더 소름 돋는 영화 [버니]를 봤다.
1. 진짜 텍사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 [버니]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진짜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헐리우드에서 묘사하고 있는 가짜 미국 말고 진짜 미국 말이다.
그의 작품들이 모두 미국의 찐 모습을 보여준다.
[보이후드], [에브리바디 원츠 썸!], [어디갔어 버나뎃], [라스트 플래그 플라잉] 등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미국 특정 지역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미국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로 실감 나게 연출하는 재능이 있다.
이번에는 미국 장례식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텍사스 칼시지 동네를 구경할 수 있다.
텍사스 발음이 참 구수하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 배경이 정말 흥미로웠던 영화다.
@스포일러 주의!@@
2. 죄는 그 어떤 모양이라도 죄다.
아닌 건 아닌거다.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그 돈은 마조리 돈이었고,
그는 마조리를 죽인 살인자일 뿐이다.
아무리 그가 마조리에게 헌신했다 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처음에는 [버니]라는 캐릭터가 무슨 이상한 사이코라서 반전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버니의 일상이 갑자기 우스꽝스러운 탈주극으로 바뀔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와! 영화가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갑자기 앞서 인터뷰했던 모든 사람들의 대사들이 반전을 위한 빌드업이었구나 깨달았다.
한 마디로 모두가 미쳤다.
모두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진실이 눈앞에 있는데도 애써 그 진실을 왜곡하고
자기 방식대로 받아들인다.
영화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순간을 선사한 이들은
살인자도 아니요,
노망난 성격파탄자도 아니었다.
자신을 평범하다고 믿는 모든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이 버니를 변호하는 것 이해는 한다.
영화도 버니가 아주 계획적으로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마조리 옆에 사는 만큼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고 그녀의 노이로제에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마조리를 등 뒤에서 총으로 살해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적어도 그가 살인자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너무도 웃긴 것이 동네 사람들은 그 단순한 팩트 조차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들이 기가 차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은 살인해도 괜찮다는 논리.
순간적으로 미쳐서 그랬을 거다. 그러니 무죄다는 논리.
이건 시련일 뿐이다. 분명 신의 큰 계획이 있을 것이다라는 논리.(마치 누명을 쓴 사람 말하듯이)
텍사스는 아주 독실한 크리스천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사랑과 용서만 준다는 그릇된 시각.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저주하고 욕하면서 말이다.
버니를 끝까지 감싸주며 오히려 버니가 요셉처럼 시련을 겪고 있다고 설교하는 설교자의 목소리가 과연 진리를 담고 있는 설교였을까?
왜 나는 이 설교가 정말 역겨울까?
이 영화에서 제정신이 박힌 사람은 오로지 대니 벅 검사밖에 없어 보인다.
그가 교회를 나오면서 목사에게 하는 말이 있다.
"모두가 버니 불쌍하다고 하면서, 마조리는 안 불쌍한가요?
다들 잊었나본데 같은 성도였던 한 여자가 총 4방을 맞고 냉동고에 처박혔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버니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의 결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죄는 합리화하며
똑같은 짓을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 그걸 또 지지하는 자들이 있다. 미칠 노릇이다.)
그런데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살인"을 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려고 한다.
자기들이 마치 하나님인 것처럼 죄를 일부러 무시한다. (롬 3:25)
* 정말 재밌는 사실은 종신형을 받았던 버니가 실제로 가석방됐다는 뉴스다.
이 영화를 만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아파트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가석방이 되었다는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 그 교회 사람들은 이걸 보고 "역시 그는 선한 사람이야. 하나님이 보호해 주셨어"라고 말하겠지.)
더 이상 아전인수 신앙인들과는 말이 안 통한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정말 양심이 있는 신앙인이라면,
정말 공정과 평등의 신을 믿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를 "아무 죄가 없다"라고 지지하지는 못 할 것이다.
제발 죄인을 포장 좀 안 했으면 좋겠다.
3. 세 배우들
잭 블랙은 참 영리한 배우다.
누군가 인터뷰에서 버니에 대해 묘사하길 모든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석 같은 사람이다.라고 했는데 잭 블랙이 연기하는 걸 보면 정말 그래 보인다.
그의 말에는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진심이 보였고,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능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잭 블랙이야말로 이 역할에 잘 맞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일단 찬양을 정말 잘 부른다.
[스쿨 오브 락]에서 보여준 락 스피릿 청년이 어쩜 찬송가도 이리 잘 부를까.
캐스팅을 정말 잘한 케이스다.
진짜 버니 같았다.
**마지막에 에필로그 영상에서 그가 실제로 버니 티드를 만나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연출일 수도 있고 감독이 하라니까 시켜서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진정성이 보였다.
버니처럼 싫어할 수 없는 배우다.
영화 중간에 외마디 비명을 지를 때가 있었다.
바로 이 배우가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이다.
찐한 텍사스 발음의 소유자 매튜 맥커너히다.
발음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음... 이건 그냥 매튜 맥커너히가 말하는 거네."라고 착각할 정도로 아주 맛깔난 텍사스 억양을 선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발견한 것은 마조리 역을 맡은 배우다. 셜리 맥클레인
이 영화에서 고집 센 과부로 등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서 사랑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연기 변화는 단순히 메이크업을 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배우의 역량 때문에 변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조사하다가 우연히 셜리 맥클레인이 "아카데미 &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7회 수상"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내 눈이 정확했어!!"
세 배우 덕분에 영화를 보는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적어도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래서 난 그의 작품들을 좋아한다.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가지고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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