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날 특집으로 이 영화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얼핏 보면 한글날과 딱히 공통점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요,
이 분이야말로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쓴 사람들 중 한 사람입니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에 소중한 불빛이 되어주었던 사람.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오늘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마음을 대변해주는 사람.
영화 “동주”, In English,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바로 시작합니다!
한국에서 매년 10월 09일이 되면 한글을 지키고 사랑하자는 뜻에서 한글날로 기념합니다.
한글을 사용하는 민족은 오직 한국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한글을 사랑하고 계속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왜 "지킨다"라는 말을 쓰는지 아시나요?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한글이 사라질 뻔한 일이 있었거든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동주”의 시대가 바로 한글이 없어질 뻔한 시기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식민지로 삼았을 때 한국의 고유 언어인 한글을 말살시키려고, 일본이 한글을 없애려고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이 한글을 지키려는 젊은 청년들이 있었으니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윤동주 시인이었습니다.
2016년 제 52회 백상 예술대상에서 내부자들, 베테랑, 암살 등 쟁쟁한 영화 작품들을 제치고 영화부문 대상과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한 동주입니다.
그만큼 전문가들과 대중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을 아름다운 한글 시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자 그럼, 우선 영화 “동주” 줄거리부터 알려 드릴게요.
Here’s the summary of Dongju: The Portrait of a Poet
영화는 일본 경찰의 취조실에서 시작합니다.
죄수복을 입은 주인공 윤동주는 “히라누마 도쥬”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며
조사를 받습니다.
일본 경찰은 “송몽규라는 사람과 함께 독립운동에 개입을 했느냐, 송몽규는 언제부터 알게 됐느냐”는 질문으로 윤동주를 압박합니다.
송몽규는 윤동주와 사촌 지간으로 어렸을 때부터 윤동주와 함께 자라온 둘도 없는 친구이자 친척입니다.
송몽규는 활발하며 사교적이고 천재적인 기질이 있었던 반면, 윤동주는 내성적이며 감성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기질이었습니다.
이렇게 성격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송몽규는 어릴 적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습니다. 특히 공산주의에 심취해 있을 때는 일본을 인민으로 무찌르자는 사상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훗날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가서 재정 다리 역할을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민족 해방을 위해 발로 뛰었던 사나이였습니다.
윤동주 역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송몽규처럼 활발한 성격이 아닌 탓에 자신은 늘 앞장서서 독립을 위해 뛰는 사람들을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윤동주는 자신의 감수성을 이용해 늘 시를 쓰며 그 죄책감을 극복하였고, 말은 크게 하지 않아도 행동만큼은 나라를 위해 애쓰는 청년이었습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의 전신이었던 연희전문학교에 둘 모두 나란히 진학하여 암흑시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었고 둘은 훗날 일본으로 건너가 또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과연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윤동주의 시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쓰여진 걸까요?
윤동주의 유명한 시들 중 하나인 “서시”를 낭송하면서 줄거리를 마치고자 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 한글을 사랑하는 윤동주
윤동주 시인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들 중 한 명입니다.
독일인들은 데미안을 읽으면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다면,
한국에서는 이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의 감수성을 키워 나갑니다.
그만큼 윤동주의 시가 한국인들에게 의미하는 부분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 수많은 시인들과 시들을 공부하면서 암기했지만
유독 윤동주의 시만큼은 공부가 아닌 하나의 아름다운 시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윤동주의 시를 보게 되면 단어들이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쓰는 단어들이 상당히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여전히 윤동주 시인의 시를 좋아합니다.
이번 영화 “동주”도 암울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분위기만큼은 윤동주의 시처럼 아름답고 차분합니다.
영화는 단순히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의 일대기를 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처럼 뜨문뜨문 그려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별로 다큐멘터리처럼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윤동주 시인이 쓴 시에 맞추어서 내면을 더 많이 그려냅니다.
그래서 영화가 참 시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한글날 기념으로 윤동주 시인을 다룬 영화 “동주”를 갖고 온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한자어를 많이 쓰는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윤동주 시인은 순수 우리말, 한글을 잘 썼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아주 유명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서처럼 ‘시’라는 한자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글입니다.
그만큼 한글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던 시인이었는데요.
하지만 단순히 한글을 많이 썼다고 해서 이 영화를 고른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대 때문인데요.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간 인물입니다.
일제강점기 시대는 학교에서 조선어 즉 한글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킨 시대입니다.
이름도 창씨개명, 즉 한국 이름을 일본 이름으로 바꿔야만 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요. 오직 일본어만 배우고 일본어로만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름부터 일본어로 바꾸는 창씨개명이 성행했으니 교육은 오죽했을까요.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어떤 영화보다 한글을 다시 보게 됩니다.
우리가 배우는 이 아름다운 한글이 없어질 뻔했다는 사실에 지금 우리가 말하고 쓰는 한글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물론 한글을 배우는 분들도 한글을 더 소중하게 여기면서 배울 수 있어요.
특히 이 영화는 상황에 맞게 윤동주 시인의 시를 알려주는데 그게 참 재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시만 들었을 때도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지만요,
윤동주 시인이 실제 처한 상황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되고 그 당시 윤동주가 쓴 시라고 생각하게 되니 더욱 가슴에 와 닿습니다.
한글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도와주는 영화
영화 “동주”입니다.
2. 부끄러움을 아는 윤동주
영화 중반에, 그러니까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를 다니고 있을 당시 정지용 시인을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윤동주 학생이 정지용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다들 일본에 가서 유학하고 돌아온다고 하지만 자신은 창씨개명까지 하면서 일본에 유학을 가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죠.
그 말을 들은 정지용 시인이 이런 대사를 합니다.
“부끄럽지.
부끄럽고 말고.
아무 말도 못 하는 내가 부끄럽고,
이렇게 늘 술만 마시는 내가 부끄럽네.
부끄러운 걸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운 걸 모르는 놈들이 더 부끄러운 거지.
이 대화를 듣는데 참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우리는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오로지 자신만 소중하게 여기고 이기적으로 살아갑니다.
귀를 닫은 시대입니다.
정치가 그렇고요, 종교가 그렇습니다.
요즘은 돈만 벌 수 있다면 부끄러움은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입니다.
TV나 넷플릭스를 한번 봐보세요.
방송은 그 사회의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잖아요.
안타깝게도 요즘 방송 프로그램들은 하나같이 갈등을 조장하고 유발시키는 프로그램들뿐입니다.
어떻게 하면 싸움을 붙일까,
어떻게 하면 갈등을 보여줄까 이런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또 그걸 시청자들은 재밌어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술은 날로 새로워지는데 인간의 영혼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 가고 감정은 메말라 갑니다.
인간 본성이 가진 부끄러움을 무시하는 일들이 너무도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통해 부끄러움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인간.
나 자신을 거울로 바라보면서 내가 하는 행동들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인간.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반성의 시간을 윤동주는 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두웠던 시기였지만 그의 영혼만큼은 참 맑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왔고, 치열하게 살았다 보니 정작 내 안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았구나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부끄러움을 되찾게 해주는 영화
영화 “동주”입니다.
3. 한 편의 시 같았던 영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 가운데
상업적인 성공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감독은 몇 없습니다.
이준익 감독은 그 별로 없는 감독들 가운데 한 명입니다. 참 대단한 감독이죠.
이번 영화도 예술성이 있었고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오히려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역주행을 한 영화입니다.
어디까지 저예산으로 만들었길래 저예산 영화인가 한번 살펴보니까
영화를 만드는데 딱 5억 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러분. 지난 번 팟캐스트에서 소개했던 영화 “헌트” 제작비가 얼마였는지 기억하시나요?
200억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영화 헌트 제작비의 40분의 1밖에 들지 않았다는 건데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정말 이준익 감독이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물론 돈을 많이 써야 하는 작품들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저예산으로 이렇게 좋은 작품을 찍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괜히 한국 영화에서 이준익 감독을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뽑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나무위키에 따르면 이준익 감독은 고인에게 누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별다른 홍보나 프로모션 없이 2016년 2월 17일에 조용히 개봉하였다고 하네요. 게다가 독립영화 감독들의 기회를 빼앗지 않기 위해 다양성 영화 신청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검사외전》을 비롯하여, 《데드풀》, 《좋아해줘》 등의 경쟁작들에 밀려 그다지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는 못했고 상영 시간대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개봉 당일 누적 관객 수는 24,422명으로 기대작치고는 조금 초라한 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의 평이 좋아서인지 입소문이 퍼져나가, 2월 21일에는 20만 관객을 돌파하는 동시에 좌석점유율 43%로 동 시기 상영 전체 영화 중 1위에 등극했습니다. 언론에서 흥행 역주행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으니까 공식적으로 성공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 3월 12일 오후 12시, 100만을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확실히 저예산 영화라는 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아실 거 같아요.
흑백 영화인데다가 나오는 등장인물도 별로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극을 해도 될 정도로 촬영 장소가 한정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시간이 정말 20분처럼 지나갔어요.
절제된 연출력으로 오히려 제 상상력을 자극시켰고,
윤동주의 시가 어떻게 쓰였는지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윤동주 시집 해설 영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참 대단한 감독의 연출력이었죠?
자, 그리고 이 영화에서 두 배우를 소개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윤동주 역을 맡은 강하늘 배우는 참 연기를 타고나게 잘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윤동주의 고뇌하고 갈등하며 늘 망설이는 장면을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하는지.
이 강하늘 배우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왔던 황용식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여자가 대놓고 자기 좋아하는데도 어찌할 줄 몰라하는, 쑥쓰러워하는 표정은 참 지금 봐도 진짜 같았습니다.
영화의 제목도 “동주”고, 윤동주 시인의 삶을 중심으로 그려낸 영화이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송몽규 역을 맡은 박정민 배우를 얘기 안 할 수가 없네요.
이 영화를 통해 박정민 배우는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는데요.
많은 학생들 앞에서 연설하는 연기도 인상적이었고,
능글맞게 윤동주에게 다리를 놓아주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 경찰 앞에서 서명할 때 절규하는 모습은 정말 처절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박정민 배우의 연기가 좋았다보니
영화 주인공은 “윤동주”인데 주인공보다 더 조명받는 인물이 송몽규가 되어버렸습니다.
송몽규가 정말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연기를 잘했습니다.
OST도 정말 좋았어요.
중간중간 기타 소리에 맞게 윤동주가 자신이 만든 시를 낭송하는데…
와… 정말 내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타 연주와 어찌 이리도 잘 어울릴까요?
여러분. 혹시 삶이 너무 힘들고 지치십니까?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힐링되는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힐링이 제대로 되는 영화
영화 “동주”입니다.
'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렌치 코트 입는 가을에 보면 좋은 영화 [만추] (0) | 2022.10.27 |
---|---|
모든 한국적인 코미디[육사오] (0) | 2022.10.18 |
실화라서 더 소름돋는 영화 [버니] (0) | 2022.10.06 |
역사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면?![헌트] (1) | 2022.10.03 |
[힘쎈여자 도봉순] 근황 소식! (1) | 2022.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