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정말??!!"
"말도 안 돼!!"
외마디 비명이 절로 나왔다.
예전에 읽었던 다카노 가즈아키 [제노사이드]에서도 그런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이번 [13 계단]은 그 빈도가 꽤 잦았다.
워낙 2001년에 발표된, 꽤 오래된 소설이라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역시 명불허전!
늘 "찬호께이" 소설을 가장 최고의 추리소설이라 생각한다.
그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도 그에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성실한 떡밥 회수가 일품이다.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반전을 선사해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드는 실력까지.
찬호께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소설이지만
다음 장이 궁금해서 잠을 못 이룬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냥 재미만 주는 것이 아닌, 일본의 사형제도와 제도의 사각지대들을 드러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회추리소설이라 부르고 싶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평소 가졌던 법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아주 단순하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정답일 것 같지만 그게 사실 쉽지 않다.
특히 교도소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고뇌들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왜 사형 버튼을 3개나 만드는지 나는 100% 공감한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타이머로 맞추도록 하고 싶은데 또 어떤 돌발상황이 나올지 모르니까...
물론 현대 한국 사회 뉴스들을 보면 기가 찬다.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고작 수 년짜리 실형을 받는 다든지, 심지어는 초범이라고 해서 집행유예를 받는다.
"정답은 이거야!"라고 말하지는 못 하겠다.
그러니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어떤 것이 진정 올바른 행위인지.
범죄자에 대한 보복으로 보는 응보형 사상,
한편 범죄자를 교육 개화하여 사회적 위협을 제거한다는 목적형 사상,
이 두 주장은 오랜 논쟁 끝에 양자의 장점만 지향하는 방향으로 결착이 났다.
그리고 오늘날의 형벌 체계의 기초가 형성되었다. P161
과연 인간은 응보형 사상을 받을 때 반성할까?
아니면 교육을 통해서 반성할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방향이었다.
내가 만약 범죄를 저질러서 교도소에 갔다면 오로지 차갑고 무서운 경험을 해야 변할까?
아니면 인간적인 교육을 받아서 진정 반성하고 변할까?
작가는 이러한 딜레마를 그대로 독자에게 던진다.
일본에서 이 소설이 워낙에 유명해지다 보니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만, 다카노 가즈아키 작가는 영화를 그리 재밌게 보지는 않았다고.
소설 [화차]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추천사를 썼는데, 이 작가 역시 영화보다는 소설 원작을 보시라 권유하고 있기 때문에
[13 계단]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꼭 소설로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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