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빼미”, In English, The Night Owl
오늘은 영화 “올빼미”에 대해 나누려고 합니다.
우선 영화 “올빼미” 줄거리부터 알려 드릴게요.
Here’s the summary of The Night Owl
때는 조선시대 인조 왕 시절.
천재적인 침술을 가진 천경수는 늘 침술의사들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왜냐하면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기 때문인데요.
맹인이지만 남동생과 함께 힘차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마을에서 왕궁에서 왕실 어의, 즉 왕실의 건강을 책임지는 침술 의사를 뽑는 자리가 생깁니다.
온 동네에 있던 침술사들은 어의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왕실 어의 이형익의 마음에 드는 의사는 없었습니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떠나려던 그때 천경수가 환자의 걸음걸이, 집맥만으로 정확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형익에게 보고합니다.
천경수의 남동생이 심장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천경수는 보수가 센 어의 일자리가 필요했고, 다행히 이형익은 천경수에게 합격 통보를 합니다.
한편, 병자호란으로 인해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갔던 소현세자와 아내가 조선으로 귀국합니다.
하지만 조선 왕 인조는 청나라에 악감정을 갖고 있던 터라 소현세자를 차갑게 대합니다.
소현세자는 묵묵히 세자, 왕의 아들 자리로 돌아갔고 열심히 궁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잔기침이 심하던 소현세자는 천경수를 호출해 침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이 때 천경수는 자신의 큰 비밀을 소현세자에게 들키고 맙니다.
바로 자신이 앞을 못 보는 맹인은 맞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조금 볼 수 있는 주맹증을 가진 맹인이라는 것입니다.
주맹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밝은 곳에서는 맹인이 되지만 불이 없는 깜깜한 곳에서는 사물을 조금은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주맹증을 가진 맹인이라는 걸 들킨 천경수는 소현세자에게 혼이 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현세자에게 돋보기라는 걸 선물로 받습니다.
청나라에서 가져온 물건인데요.
소현세자는 아버지 인조와는 달리 인덕이 있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야간 당직을 서던 천경수는 갑자기 소현세자가 쓰러졌다는 통보를 받고 급하게 어의 이형익과 함께 소현세자의 침실로 갑니다.
학질, 즉 말라리아 증세를 보인다며 급하게 침을 놓는 이형익.
응급처치를 하는 것으로 믿고 있던 천경수는 갑자기 꺼진 불로 인해 앞을 잠깐 보게 됩니다.
그런데 앞을 보니까 응급처치를 하는 줄 알았던 이형익이 사실은 소현세자에게 독침을 놓고 있었습니다. 독살을 하는 현장에 목격자가 되어버린 천경수.
과연 천경수는 이 끔찍한 현장을 목격하고서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과연 천경수는 무사히 왕궁을 빠져나가 동생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역사적 고증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그 사이의 빈 공간을 아주 재미있는 스토리로 만들어낸 보기 드문 훌륭한 영화입니다.
가슴 아프면서 조선의 현실을 볼 수 있는 영화.
영화 “올빼미”입니다.
1. 인조 수난시대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조선왕조실록’이란 책을 아실 겁니다.
한 왕조를 왕 중심으로 쓴 역사 기록서인데요.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472년간의 역사적 사실을 각 왕 별로 기록한 편년체 사서(編年體史書)를 말합니다.
한국인조차도 저걸 직접 찾아서 본 경우는 별로 없을 거예요.
이번 기회에 저도 궁금해서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봤는데요.
요즘은 아주 편하고 좋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그냥 “조선왕조실록”이라고 치시면 국사편찬위원회가 만든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가 나와요.
우리 시대에 읽기 편하도록 번역도 다 해 놨고요, 가끔 보면 정말 재밌습니다.
정말 한국 옛날에는 이랬나 싶을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어쨌든, 이번에 소개해드릴 영화 [올빼미]는 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인조 왕 때의 일입니다.
왕들마다 사연도 많고 사건도 많았지만,
이 인조 왕 시절에는 특히나 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 시대에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격변하는 시기였는데요.
장장 276년을 다스렸던 명나라가 막을 내리고 청나라가 그 뒤를 이을 때였습니다.
그러니 늘 강대국 눈치를 봐야 했던 약한 나라 조선은 명나라의 눈치를 봐야 할지,
청나라의 눈치를 봐야 할지 고민이었던 시기입니다.
결국 청나라와 항전을 선택한 조선은 전쟁에서 참패해 인조가 삼전도에서 굴욕을 맛봅니다.
치욕스러운 인사를 한 것도 모자라 자기 아들 중 소현세자를 청나라로 끌려가게 했는데요.
겉으로는 “유학”이라고는 하지만 인질로 붙잡혀 간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점은요, 청나라에서 소현세자가 아주 잘 성장했다고 합니다.
이다지 한국사라는 책을 보면요, 이런 평가가 나오는데요.
한 번은 인조가 몸이 안 좋아져서 세자가 일시적으로 귀국을 한 적이 있어요. 이때 청태종은 세자를 위해 직접 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청태종이 세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그런데 인조는 이 소식을 듣고 극심한 분노와 질투를 느꼈다고 합니다. 자신에겐 무릎을 꿇게 한 청태종이 세자를 위해서는 송별연을 베푼 것에 화가 난 거죠. 저라면 아들의 활약을 대견스러워했을거 같은데…, 인조의 마음속에는 세자가 자신의 왕 자리를 뺏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의 싹이 스멀스멀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영화 [올빼미]는 그렇게 청나라 인질로 붙잡혀 간 소현세자가 다시 조선으로 돌아올 때를 다루고 있습니다.
광해군 왕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인조.
하지만 왕이 된 후 강대국의 침략에 휩쓸리고,
밑에서는 아들이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행복한 나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결국 소현세자가 죽고 4년 뒤 인조는, 건강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1649년 초부터 병석에 누워지내기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한창 더워진 인조 27년인 1649년 6월 어느 날, 전염병이 돌던 시기에 학질(말라리아) 증세로 돌연 죽음을 맞이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인조는 삼촌이었던 광해군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릅니다.
쿠데타로 인해 왕위에 올랐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인조가 통치했던 시대는 여러 안 좋은 일들이 참 많았던 시기입니다.
이런 인조의 상황을 아시고 올빼미를 보신다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겠죠?
음모와 혼란이 가득했던 인조가 만들어낸 놀라운 이야기.
영화 [올빼미] 입니다.
2. 선택의 기로에서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인 장 폴 사르트르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Birth와 Death 사이에 Choice라는 말입니다.
살면서 우리는 하루에도 정말 몇 백 번, 몇 천 번씩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아침 식사로 뭘 먹어야 할지부터,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버스를 탈 지 등등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우리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영화 [올빼미]에서도 각 인물별로 여러 가지로 선택을 하는데요.
이 선택으로 인해 조선 왕실은 격변하며 요동칩니다.
우선, 인조 왕부터 볼까요?
어찌 보면 인조의 선택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한 나라의 운명을 바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왕의 선택이니까요.
인조는 청나라가 조선에 침략할 때 항복하지 않고 명나라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명나라를 선택한 거죠. 그 선택의 결과는 아주 참혹했습니다.
백성들은 청나라 군대에 포위당하며 굶어 죽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인조는 청나라에게 항복하며 엎드려 땅에 머리를 맞대고 절하는 삼전도의 굴욕을 맛봅니다.
소현세자가 청나라로 붙잡혀 있다가 명나라가 망한 뒤 조선에 돌아왔을 때 인조는 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자신의 아들 소현세자를 반갑게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죽이고 내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르는데 차갑게 대할 것인가.
인조는 누군가의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소현세자를 아주 차갑게 대하기로 선택합니다.
소현세자가 조선에 돌아온 지 2달만에 사망하게 된 것이 인조의 명령이었다고 생각하는 역사학자도 있을 정도니까요.
소현세자의 사망은 인조와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진실은 하늘만 알겠지요.
인조의 이러한 선택들은 결국 자신을 평생 옥죄어 자신도 병들어 죽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영화[올빼미]에서는 이 역사적 사실에 창의적으로 소설적인 이야기들을 가미하는데요.
소현세자의 사망 증상과 아버지 인조의 사망 증상이 일치하기 때문에
인조 역시 소현세자처럼 누군가에 의해 독살당한 것이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을 합니다.
어찌되었든 인조의 선택은 이렇게 슬픈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인조 말고 소현세자의 선택을 한번 볼까요?
원래는 아버지가 왕이 아니었기 때문에 왕세자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반란에 성공하자 덩달아 자신도 세자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그다음 해인 1637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가게 됩니다.
무려 9년 동안 인질로 잡혀서 지내게 되는데요.
여기서 소현세자의 첫 번째 큰 선택이 나옵니다.
소현세자는 청나라에 비록 인질로 왔지만, 수동적인 인질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청나라 신하들과도 교류하면서 그 나라 문화를 배웁니다.
그리고 이 문화들 가운데 조선이 따라서 가져야 할 것들도 있다고 믿습니다.
능동적으로 청나라 문물을 배워 나갑니다.
글쎄요.
만약 소현세자가 조선에 돌아가자마자 2달만에 병으로 죽지 않고
인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면 조선의 역사는 지금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능동적인 선택을 한 소현세자 역시 그리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습니다.
영화에서도 나왔듯이 독살을 당했을 수도 있고, 병에 걸렸을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그가 일찍 죽었다는 것
청나라에서 배운 문물을 조선에서 펼쳐보지도 못하고 그냥 죽어버립니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천경수는 어떤가요?
천경수는 소설 속에 나오는 허구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가진 심경의 변화는 꽤나 재밌는데요.
궁궐에 들어올 때만 해도 천경수는 평소 살던 대로 살려고 합니다.
맹인이기 때문에 봐도 못 본 척하면서 사는 것이죠.
수동적인 삶입니다.
그러나 소현세자를 만나고 난 후 천경수의 선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뜻밖에 소현세자의 독살 장면을 목격한 천경수는 자신을 인격적으로 대해 준 소현세자와 그 자녀가 눈에 밟혀 도저히 못 본 척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목숨을 건 선택을 감행합니다.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지만,
자기 동생을 다시 못 볼 수도 있었지만
옳다고 생각한 행동을 합니다.
이렇게 목숨을 건 선택은 마지막에서 큰 반전으로 마무리됩니다.
과연 내가 천경수라면 이런 선택을 했을까?
어디까지 나는 옳다고 생각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선택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영화 [올빼미]입니다.
3. 모든 것이 '처음'
앞서 영화 [올빼미]는 ‘선택’에 관한 영화다 말씀드렸는데요.
감독과 배우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처음”이 많았던 영화였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관심을 모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유해진 배우가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았기 때문인데요.
항상 촐싹거림의 대명사처럼 배역을 맡아왔지만
이번에는 엄근진의 끝판왕 임금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의외로 유해진이 인조 역할과 가장 잘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하는데요.
이번 영화 [올빼미]에 등장하는 인조의 모습은 때로는 냉철한 모습이 필요하지만 또 때로는 굉장히 정반대의 촐싹거림이 필요한 극과 극을 모두 연기하는 모습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팔색조 연기를 가진 유해진 배우에게 딱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의외로 근엄한 모습도 보였고요,
또 우리가 잘 아는 아재 유해진의 모습도 잘 보였습니다.
류준열 배우도 생애 첫 맹인 역할을 했다고 하죠?
단순히 못 보는 맹인 역할이 아니라 “주맹증”이라는 희귀병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부담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올빼미> 제작진은 영화에서 처음 다뤄지는 '주맹증'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충분한 사전 조사 및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합니다. 안태진 감독은 안과 의사 자문을 비롯해 류준열 배우과 함께 실제 주맹증을 가진 환자들과 인터뷰하며 ‘맹인 침술사' 설정을 디테일하게 채웠다고 합니다.
이런 사전 준비부터 시작해서 원래 류준열 배우가 가진 연기력까지 잘 합쳐진 것 같아요. 아주 실감나는 주맹증 주인공이었습니다.
안태진 감독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놀라운 사실이지만 이 작품이 감독의 첫 데뷔작입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사실 안태진 감독의 데뷔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안태진 감독은 2005년 이준익 감독의 천만 관객 돌파 영화 ‘왕의 남자’에도 조감독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왕의 남자 이후 2, 3년 내에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17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긴 세월 동안 눈뜨면 카페에 가 시나리오를 썼지만 그렇게 쓴 10여 편에 달하는 각본은 모두 투자를 못 받거나 캐스팅에 실패해 엎어졌고요, 결국 우유 배달 등으로 번 돈과 시나리오 공모전에 입상해 받은 상금으로 생계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영화 [올빼미]를 만들게 됐고요,
이 영화가 망하면 안 되잖아요? 저렇게 열심히 노력하셨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 영화가 210만명이 손익분기점이었다고 해요. 현재 네이버 영화 관객수를 보면 약 332만명의 관객이 시청을 했다고 합니다.
와 대박이죠?
게다가 DVD나 IPTV 시청료까지 더하면 참 성공한 영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처음을 도전한 자랑스러운 영화.
영화 [올빼미]입니다.
'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햄릿과 신데렐라의 만남[일타스캔들] (0) | 2023.02.27 |
---|---|
카에데 힘내!! [실종] (2) | 2023.02.16 |
실화라서 더 감동적인[기적] (0) | 2023.02.11 |
샤프 하나로 일찐을 물리친 천재[약한 영웅 Class1] (0) | 2023.02.08 |
[인간수업]VS[듀라라라] 인간이 재밌는 이유 3가지 (0) | 2023.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