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다룬 드라마가 나왔습니다.
한국드라마 중에서 꽤나 자주 등장하는 소재죠?
하지만 이번엔 특이하게도 학원강사가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학원강사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반찬가게 아주머니가 학원강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 In English, Crash course in romance
바로 시작합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는 석유 등 천연자원이 없는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한국이 있기까지는 참 다양한 기적들이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을 할 당시 수차례 한국 교육에 대한 칭찬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미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교육 시스템을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중국도 대학입시 시험이 엄청나다고 하지만요, 한국의 수능 역시 상상 초월입니다.
드라마 “SKY 캐슬”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국 대학입시 현장은 그야말로 영혼까지 갈아 넣을 정도로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이번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이런 한국의 대학입시 현장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힘을 좀 많이 뺐습니다.
SKY캐슬에서는 치열하면서도 서슬퍼런대학입시 현장을 다뤘다면 이번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일등스타 수학강사, 일명 일타 강사 최치열 선생의 인생을 다루면서 코미디와 로맨스를 많이 넣었습니다.
코미디 때문에 현실성은 많이 부족하지만 워낙 진지한 드라마들만 많이 나온 요즘으로서는 청량한 탄산음료 마신 것처럼 기분전환이 되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자 그럼, 우선 드라마 “일타 스캔들” 줄거리부터 알려 드릴게요.
Here’s the summary of Crash course in romance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녹은로 학원가.
어머니들은 자식이 가장 좋은 자리에서 학원 수업을 듣게 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며 번호표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몇 시간동안 줄을 서서 받는 학원 수업은 다름 아닌 수학.
바로 전국 최고인기를 자랑하는 수학 강의의 절대적인 존재 최치열 강사의 수업을 듣기 위해서입니다.
일등 스타 강사(일명 일타강사)라는 별명을 가진 선생인데요.
1조원의 시장가치를 가졌다고 할 정도로 학원계에서는 살아있는 신화입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말 못 할 아픔이 있었는데요.
과거 한 학생과의 안 좋은 일로 인해 그는 늘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고,
섭식장애, 즉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병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수업을 관리해주는 지동희 실장이 학원 근처 반찬가게에서 사 온 도시락을 건넵니다.
이거라도 한번 먹어보라고요.
최치열은 우연히 집에서 그 도시락을 먹는데, 과거 자기가 가장 힘들게 공부했을 때 맛있게 먹었던 한 식당밥이 불현듯 떠오르면서 감격에 휩싸입니다.
어떤 비싼 음식도 제대로 목구멍에 넘기지 못했던 그가 단숨에 그 도시락을 먹어버립니다.
유일하게 먹을 음식이 생긴 최치열 강사.
점점 그 도시락을 먹기 위해 반찬가게에 들르는 일이 잦아집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반찬가게 사장님이 우리의 주인공 남행선 사장님 되시겠습니다.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였던 남행선은 모든 꿈을 모아 반찬가게를 열게 되는데요.
과연 이 반찬가게에 무슨 일이 생기게 되는 걸까요?
최치열은 이 반찬가게에서 무사히 도시락을 먹을 수 있을까요?
21세기 햄릿, 신데렐라 이야기가 있다면 이 드라마가 아닐까요?
아무런 부담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드라마!
드라마 [일타 스캔들]입니다.
1. 무엇이 다를까?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 드라마는 대놓고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심각한 내용이 중간 나오기는 하지만 분위기 자체가 아주 밝은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반가운 드라마인데요.
꼭 분위기를 떠나서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아주 재미있는 설정, 장면들이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어떤 점이 다른 드라마와 달랐을까요?
저는 우선, MZ세대를 겨냥한 화면구성을 꼽고 싶습니다.
이 드라마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시면
최치열 수학 강사가 6월 모의고사가 끝나자 마자 생방송으로 라이브 강의를 합니다.
다른 수학 강사와 경쟁하듯이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요.
그런데 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화면이 아주 재밌습니다.
가로 영상이 아닌 세로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위해 과감하게 세로 영상으로 화면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렇게 TV 드라마에서 세로 영상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화면 양 옆에 검은 여백이 생기잖아요.
드라마 화면은 애초에 16:9 가로 화면 비율이니까요.
대신 이 드라마는 그 여백을 학생들의 채팅으로 커버합니다.
영상 중간에는 최치열 강의가 들어오고 양 옆으로는 학생들의 채팅이 엄청난 속도로 올라옵니다.
오히려 관객들은 이런 속도감있는 채팅을 보고 누가 지금 이기고 있는지, 어떤 반응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수학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느끼고 쾌감을 갖습니다.
물론 이런 화면 처리 방식은 이 드라마가 처음은 아닙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요즘 인터넷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런 식의 카메라 기법을 자주 보게 되실 겁니다.
또 스마트폰 메시지 보내는 것도 동시에 화면처리를 하죠?
국가대표 반찬가게 남행선 사장님이 최치열 강사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굳이 핸드폰을 카메라에 직접 보여주지 않습니다.
대신 CGI, 즉 CG를 통해 화면여백을 카톡 화면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런 스마트폰 화면은 Z세대들에게 아주 친숙한 장면일 겁니다.
또 학원가를 배경으로 다루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잘 아는 단어들이나 줄임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드라마 제목부터가 줄임말을 쓰고 있잖아요.
일타. 원래는 일등 스타 강사라는 뜻인데 그걸 줄여서 일타라고 합니다.
회사나 산업현장에서는 이런 단어는 쓸 일이 없겠죠.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아주 익숙하고도 쉬운 단어일 겁니다.
그럼에도 최대한 전 연령대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줄임말 쓰고 해석까지 이어서 대사로 말해줍니다.
알잘딱깔센. 이거 무슨 말인지 아시나요?
저는 이 단어를 예전에 SNL 코리아에서 봤었어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를 줄여서 알잘딱깔센이라고 합니다.
요즘 학생들과 대화하려면 이런 단어는 그냥 기초적으로 알고 들어가야 하는데요.
제가 알기론 이 단어도 워낙 유행이 지난 단어라 요즘은 잘 안 쓴다고 합니다.
어쩔 티비, 저쩔 티비도 이제 한물간 유행어가 됐고요.
어쨌든 최치열 강사는 최대한 학생들이 잘 아는 단어나 표현들을 쓰면서
일타 강사가 왜 일타 강사인지, 왜 학생들이 좋아하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드라마의 차별화 때문에 그런지 이 드라마 조짐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첫 회 4% 시청률로 시작한 [일타 스캔들]은 점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10회에서는 전국 기준 13.5%, 수도권 시청률은 15%를 돌파했는데요.
2023년 드라마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SNS에서도 이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스타 수학 강사가 주인공인 것부터 남달랐고요,
수학 강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반찬가게 아주머니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니 이게 또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소재부터 촬영까지 아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드라마
드라마 [일타 스캔들] 입니다.
2. 햄릿과 신데렐라가 21세기에 만난다면?
드라마 [일타 스캔들]을 보는 시청자들은 대부분 다 같은 생각일 것 같아요.
강남 일타 강사가 한 해에만 수 천억 원을 버는 것에 대해 부러움도 느끼지만
AI 로보트 같은 일타 강사도 말 못 할 고민이 있고,
특히 과거의 안 좋은 경험으로 인해 늘 고독함과 트라우마를 달고 산다는 걸 보면서 측은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비극적 캐릭터로 시작합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아닌가요?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신분의 사람이 실은 가장 비참하고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딱 이런 포맷이었습니다.
네. 우리는 왕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이런 비극을 희극으로 바꿨는데요.
남자 주인공의 비극을 없애기 위해 한 명의 여인이 나타납니다.
그럼 여인의 입장으로 한번 가 볼까요?
집은 지지리도 가난합니다.
주인공의 언니는 학생 때 집을 가출한 것도 모자라 10살도 안 된 아이를 멋대로 맡겨버리고 도망칩니다.
어머니는 불의의 사고로 일찍 돌아가십니다.
주인공 남행선은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였지만 언니가 놓고 간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해 버리고 맙니다.
이토록 비참한 경우가 있을까요?
그런데 마냥 시궁창 인생일 것만 같은 남행선에게 이상한 일이 찾아옵니다.
남동생의 고열로 인해 병원에 찾아간 남행선은 우연히 그곳에서 이상한 양아치를 만납니다.
그 놈은 다짜고짜 자기 동생의 핸드폰을 뺏어 망가뜨리고 도망갑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양아치가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이었던 것.
웬만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전개는 상당히 익숙하죠?
길거리에서 부딪히고 도망가버린 원수가 알고 보니 엄청난 부자, 아니면 슈퍼스타.
그런데 이 원수가 계속 자기한테 다가와 귀찮게 합니다.
결국 원수는 관심으로 변하게 되고, 남자는 “날 때린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라면서 사랑을 고백하죠.
이렇게 남자 입장에선 햄릿처럼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여자 입장에선 신데렐라처럼 슈퍼스타를 만나게 됩니다.
아주 전형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를
사교육 학원과 반찬가게라는 옷을 입혀서 시청자에게 보여줍니다.
남녀 주인공 모두 우리가 이제껏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신선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토리에 숨은 범인을 찾는 whodunnit 소재를 집어넣은 것도 아주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보셨나요?
예전 그거 봤어? 에서도 다뤘는데요.
[동백꽃 필 무렵]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스토리를 관통하는 곁가지 이야기가 하나 있었죠?
“까불이는 누구인가?”
[일타 스캔들] 역시 로맨틱 코메디 드라마이지만 범인 찾는 이야기를 관통해서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회차를 가면서 단서를 시청자들에게 풀어줍니다.
초반에는 이상하게 쇠구슬이 날아다닙니다.
도대체 쇠구슬을 날린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쇠구슬은 계속 최치열 주변을 맴돕니다.
최치열과 남행선의 러브 스토리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지만
쇠구슬로 인해 자칫 식상할 수 있는 드라마를 낯선 분위기와 긴장감으로 몰아넣습니다.
더불어 서로 원수처럼 생각했던 두 남녀 주인공을 하나로 묶어 주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보통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의 큰 차이점입니다.
정리하자면,
[일타 스캔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어차피 현실성 없는 이야기인 거 다 알지만
여전히 우리는 신데렐라 이야기, 햄릿의 비극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원합니다.
그리고 다음 편을 보게 만드는 입체적인 이야기로 사람들로 하여금 궁금하게 만듭니다.
바로 그 점이 2023년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가 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유있는 인기 드라마
드라마 [일타 스캔들]입니다.
3. 흥행보증 수표 전도연, 정경호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가 하드캐리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촬영기법도 독특하고, 친숙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을 모았지만,
이런 대세 인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슈퍼스타 배우의 연기죠.
앞서 이 드라마의 특징들을 말씀드렸지만
사실 바꿔 말하면 아쉬운 점들이 많은 뻔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한국 드라마 특징 중 하나가 주인공들이 중반부터는 자기 일을 잘 안 해요.
최치열 강사 1화 때 기억하시나요?
드라마 절반 이상 학원에 살다시피 하고 강의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드라마 5,6화쯤 가면 어떤가요?
학원에 거의 나타나질 않습니다.
섭식장애가 있던 강사가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고 뻗질 않나,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반찬가게에 출퇴근하질 않나.
심지어 학생으로 나온 전도연 조카 남해이는 수험생인데도 공부 별로 안 해요.
그런데 성적은 계속 올라갑니다.
매주 가족끼리 시네마데이를 만들어서 영화도 보고 캠핑까지 가는데 성적은 전교 1등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공부만 하는 경쟁자 방수아 학생은 죽어라 공부만 하는데 계속 뒤쳐집니다.
나중에는 안쓰럽기까지 하더라고요.
"공부에 올인을 했는데 어떻게 캠핑 간 학생보다 성적이 떨어지지??"
반찬가게 주인공 남행선 역시 드라마 중반부터는 반찬 만드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듯 한국 드라마는 각 캐릭터 설정을 너무 초반에만 보여주고 뒤로 갈수록 자신의 본분을 망각합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나는데요.
의사, 변호사, 교사 어떤 직업을 가졌든 드라마가 조금만 흘러가면 가운만 의사지 도저히 의사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일타 드라마]에 대한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배우들의 열연 때문에 계속 보게 됩니다.
1화에서 보여준 최치열 강사의 카리스마 수업이 더 이상 나오지 않더라도
정경호 배우가 보여주는 재미있는 모습들, 고뇌하는 모습들이 빠져들게 만드는 거예요.
전도연 배우가 반찬 만드는 것보다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 더 재미있거든요.
이런 것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각본과 연기에 있습니다.
전도연 배우는 원래 드라마 퀸이었잖아요.(17년 만에
이런 로맨틱 코미디에도 아주 잘 어울린다는 걸 이번 [일타 스캔들]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고요,
정경호 배우는 드라마 고르는 안목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영화, 드라마 가릴 것 없이 요즘 좋은 작품에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연 작품 [일타 스캔들]에서 수학 강의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전혀 위화감이 없었어요.
칠판에 수학 기호 쓰는 것이나 설명하는 부분들이 진짜 강사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외 신인 배우들의 존재감도 엄청났죠?
전도연의 딸 겸 조카 역을 맡은 노윤서 배우는 진짜 고등학생 같이 동안인 것 같습니다.
2000년생으로 만 23살인데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겠어요.
그만큼 연기도 잘해줬습니다.
아쉬운 부분까지 커버하는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들. 연기 맛집 드라마
드라마 [일타 스캔들]입니다.
'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은숙 작가가 만드는 차이 (0) | 2023.04.03 |
---|---|
솔직하게 말할게요. [더웨일] (1) | 2023.03.13 |
카에데 힘내!! [실종] (2) | 2023.02.16 |
나는 맹인입니다[올빼미] (0) | 2023.02.15 |
실화라서 더 감동적인[기적] (0) | 202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