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 드라마가 대세죠?
특히 학폭, 즉 학교폭력과 관련한 드라마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드라마는요, 단순히 학교 폭력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우정, 오해, 싸움 등 다양한 성장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문제에 빠지고, 또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마 “약한 영웅”,
자 그럼, 우선 드라마 “약한 영웅”줄거리부터 알려 드릴게요.
Here’s the summary of Weak Hero Class 1
늘 우수한 성적을 놓치지 않는 고등학생 연시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공부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하게 상위 1%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모범생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 일진 패거리들이 자신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시은을 괴롭히기로 작정합니다.
체육복을 훔치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서 비밀리에 스트레스를 받게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모의고사 날.
일진 패거리들이 선을 넘어버립니다.
마약 성분이 든 약 밴드를 오범석이라는 전학생을 시켜 연시은의 목덜미에 남몰래 붙입니다.
반강제적으로 마약에 취한 연시은은 그날 모의고사를 아주 망쳐버립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연시은은 결국 일진 패거리의 짱인 전영빈을 단숨에 가격합니다.
과연 연시은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앞으로 일진 패거리들은 연시은을 괴롭히지 못 할까요?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은 늘 약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을 확 깨 버리는 드라마.
드라마 “약한 영웅”입니다.
1. ‘스쿨 느와르’라는 장르
드라마 [약한 영웅]은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요.
소재와 등장인물은 같지만 캐릭터의 상황이나 갈등 부분들은 조금 많이 다릅니다.
전석대, 영이, 김길수 등의 가출 멤버들 관련 인물과, 전영빈, 강우영 등의 일진캐릭터들은 원작 웹툰에는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 버전의 순수 오리지널 캐릭터이며, 이들과의 관련 에피소드는 드라마판 순수 오리지널 에피소드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웹툰의 장점을 가지고 드라마답게 현실감 있는 전개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
공부 잘하고 가만히 있는 학생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는 내내 쾌감이 있습니다.
지난 번 소개해드린 [인간수업]에서는 무늬는 학생이지만 성매매 중개인이라는 무시무시한 투잡을 뛴 오지수 학생이 주인공이었죠.
학교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소재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욕설이나 학생들의 행동이 현실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하기엔 위화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 [약한 영웅]은 정말 옆 동네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부모님의 이혼. 오로지 공부로 승부를 보려는 우등생.
어디에나 존재하는 일진들의 괴롭힘.
집이 가난해 매일 오토바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까지.
이 드라마가 보여준 학생들의 상황이나 행동들은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또 이 드라마의 특징은 학교 폭력 못지않게 아주 끈끈한 우정애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흡사 ‘느와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브로맨스를 아주 디테일하게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연시은과 안수호가 친해지게 된 계기가 웃기죠?
안수호가 음식 배달을 우연히 연시은 학생 집으로 잘못 가져갑니다.
이제껏 공부 밖에 몰랐고, 학교 안에서 누구와도 친하지 않았던 연시은은 처음으로 ‘친구’라는 존재의 애틋함을 안수호를 통해 가지게 됩니다.
우정이 이런 거구나.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감정이었죠.
때로는 남녀 사이 로맨스보다 더 진한 우정을 ‘느와르’ 장르가 보여주잖아요.
영웅본색 같은 고전 느와르 영화에서처럼 관계가 틀어져서 흑화하는 손절 친구도 있고요.
여러모로 장르가 주는 쾌감을 이 드라마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극적인 학교폭력으로 시작하지만 드라마가 끝을 가면 갈수록
정말 소중한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합니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장르의 쾌감.
드라마 [약한영웅] 입니다.
2. 거센 바람, 성난 파도
우리가 보통 13세에서 18세의 나이를 가리켜 “질풍노도의 시기”다 이렇게 말하잖아요.
독일어로는 슈투름 운트 드랑 (Sturm und Drang)이라고 이라고 하죠.
'거센 바람'과 '성난 파도'라는 의미입니다.
청소년들은 다른 나이에 비해 쉽게 감정이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이건 굳이 심리학이나 정신 관련 학문 없이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개념이었어요.
헤르만 헤세가 쓴 “수레바퀴 아래서”나 “데미안”을 봐도 그렇고요.
미국 소설의 고전이죠. “호밀밭의 파수꾼”을 봐도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얼마나 감정 변화를 심하게 겪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 나이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이 무엇인지 아예 모르는 초등학생과는 달리 청소년들은 잔인한 수험 세계와 더불어 친구들과의 끝없는 경쟁으로 아주 혹독한 사회 신고식을 치릅니다.
그래서 자신과 라이벌이지만 그와 동시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가 인생에서 엄청난 역할을 차지합니다.
같은 나이 또래이기 때문에 질투하고
같은 나이 또래이기 때문에 공감합니다.
인생 혼자 살리라 다짐했던 연시은은 일진 패거리들의 복수로 인해 우연히 안수호와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일진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오범석은 연시은에게 마음의 빚을 졌기에 도움을 주려고 하다가 친해집니다.
그런데 신기하죠?
이렇게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서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가도
친구들 때문에 괜히 마음속에 부정적인 마음이 생깁니다.
나는 친구도 없고 성격도 내성적인데 안수호는 친구도 많은 것 같고,
엄청 외향적이야.
나는 공부 잘 못하는데 연시은은 공부도 엄청 잘하고,
무엇보다도 일진들 앞에서 전혀 주눅 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설상가상으로 여자 아이가 급속도로 얘네들이랑 가까워졌네?
나만 외톨이인 것 같고, 나만 이 무리에 안 어울리는 것 같아.
행복감이 극에 달했던 오범석이었지만 금새 좌절감과 절망감이 온몸을 감싸고돕니다.
이 드라마에서 여러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왔지만 오범석의 인생을 보면서 '와 청소년은 정말 예측불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인간 본성을 다룬 저자 로버트 그린은 청소년을 가리켜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십대 청소년들은 반항적이면서도 동시에 무기력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 상태에 안주하기 위한 방법이다. 좀 더 어려운 일을 시도하다 보면 실패의 위험이 커지는데, 그런 위험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기대치를 낮추고자 한다.”[전쟁의 기술 p.145]
폭풍 가운데 언제라도 꺼질 것만 같은 촛불처럼 불안 불안합니다.
일진과 아버지에게는 한없이 연약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소중한 진짜 친구들에게는 쉽게 반항하며 일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갑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오범석의 행동이 참 가슴이 아팠어요.
늘 세상 앞에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괜히 엉뚱한 곳에다가 반항을 하는 모습이 예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학교 드라마 중에서 이렇게 미묘한 청소년기의 감정을 잘 묘사한 드라마는 최근드라마들 중에서는 “약한 영웅”이 탑인 것 같습니다.
청소년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드라마.
드라마[약한 영웅]입니다.
3. 통쾌함의 부재, 그러나 연기력은 천재
처음 이 드라마를 보겠다 마음먹었던 이유는 연시은이라는 캐릭터가 천재였기 때문입니다.
학교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속에서 과연 전교 1등은 어떻게 일진 패거리들에게 복수를 할까 궁금했거든요.
전교 1등이었기에 기상천외한 복수들이 드라마 내내 나올 줄 알고 내심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천재치고는 너무 머리를 안 쓰더라고요.
물론 선제공격을 하거나 싸울 때 턱을 보호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들은
싸움 한번 안 해본 연시은이 천재라는 걸 증명하는 행동들이긴 합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도 흥미로웠고요.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전교 1등 연시은이라기 보단 오히려 싸움 잘하는 액션스타 연시은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액션 드라마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시즌2가 나온다면 연시은의 예측불허 복수, 기막힌 정의구현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드라마에 나온 모든 캐릭터들은 연기력이 후덜덜하죠?
대단합니다.
주인공을 비롯해 조연들의 연기가 정말 최고입니다.
카메라 없이 그냥 다큐를 찍은 것처럼 학교 안에 잘 녹아들게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오범석이었는데요.
와 진짜 실감 나지 않았나요?
‘홍경’이라는 배우는 제가 처음 봤는데요.
정말 실감 나게 고구마 오범석 연기를 잘해줬습니다.
연시은 역을 맡았던 박지훈 배우는 아이돌 출신이었다고 하네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만든 워너원 아이돌그룹에서 비주얼을 담당하며 엄청난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분 연기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잘하네요.
이들 외에도 안수호 역을 맡은 최현욱 배우, 전석대 역을 맡은 신승호 배우,
영이 역을 맡은 이연 배우 등등
그야말로 다큐를 보는 듯한 실감 나는 연기였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이 최근에 있었죠?
드라마 약한 영웅에서 최고 빌런, 김길수로 등장했던 배우 나철 씨가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앞으로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 다가옵니다.
다큐처럼 실감 나게 연기해 준 연기 맛집 드라마.
드라마[약한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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