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덮밥연기처럼 [언멧]

거니gunny 2024. 11. 2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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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기억 상실에 걸렸다면? 그런 내가 매일 병원에 출근해야 하는 뇌외과의사라면?
오랜만에 아주 만족스러운 드라마를 만났다. 
일본 드라마 중에 이런 드라마가 있었다니!
기억상실증에 걸린 어느 뇌외과의사의 좌충우돌기!
 
1. 오버스럽지 않은 일본 드라마
우선, 일본 특유의 오버스러움이 없다는 것이 놀라운 점이다. 

"리갈 하이"에 나오는 코믹스러운 오버라든지, 

"아이 러브 유"에 나오는 로맨틱 오버같은 오버가 이 드라마에서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물론 중간 중간 일본 특유의 불필요한 사과 장면들은 있었지만, 뭐 그건 문화니까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내용과 무관한 수술사진


게다가, 수술 장면도 이렇게 담백하게 찍어낼 수 있구나 놀라웠다. 
우리가 보통 아는 수술 씬들은 대부분 급박한 BGM과 어지러운 촬영기법이 총동원 되어 드라마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마치 감독이 "자, 지금 상황이 아주 급박한 부분입니다."라고 "준비, 땅!!"외치는 느낌이 있는데,
 
이 드라마는 아주 담백한 오뎅 국물 맛이다. 어지러운 촬영기법 없고, 심지어 그 흔한 BGM도 안 쓴다. 
그런데 결과는 엄청난 몰입감!!
오히려 이런 드라이한 설정이 관객의 몰입을 더 끌어내는 듯 하다. 
(필자 피셜로 보자면, 뇌외과 수술이기 때문에 이런 드라이함이 더 장점으로 발휘된 것 같다. 인체에서 가장 섬세한 부위를 수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시끄러운 BGM이나 어지러운 촬영기법이 필요없지 않았을까 하는 예측을 해 본다.)


2. 카메라 앵글
원래 드라마에서 한 대사를 촬영할 때 화자 얼굴 한 컷, 청자 얼굴 한 컷, 이렇게 찍는 것이 정석이고 기본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 앵글이 상당히 신선하다. 
화자의 흉상을 찍지 않고 눈만 찍는 다든지, 마치 대화를 엿듣는 것처럼 책상 너머에서 찍는다든지.
대화나 분위기는 조용조용한데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런 재미있는 카메라 구도 설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3. 불필요한 갈등 배제
"아따따까이(따뜻한)"한 분위기가 참 좋다.
선인과 악마의 싸움이 아닌 묵묵하게 병마와 싸우는 의료진들의 이야기가 주로 다루어졌기 때문에 불필요한 감정소모가 별로 없다.
간간히 갈등이 약간은 있지만 그것을 해소시키는 연출이 상당히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서 거부감이 없다. 
 


4. 독특한 소재. 
뇌외과 전문의가 기억상실에 걸렸다는 설정 너무 독특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걸 싸워내는 주인공의 투혼기는 누가 봐도 재미를 느낀다. 
매일 아침 리셋. 매일 일기를 보면서 내 기억을 다시 집어넣는다. 
맹인이 슈퍼히어로가 되는 레벨의 판타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었고, 그 떡밥을 회수하는 스토리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5.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주는 스토리 전환. 
영화 "그래비티"도 과학적인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우주를 체험하게 보여주는 연출은 극찬을 받아 마땅한 것처럼,
드라마 "언멧"도 소재의 독특함이 가져다주는 몇몇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6. 꽉 찬 11부작. 
숏츠 세대이다 보니 가끔 드라마가 늘어지다 보면, "이걸 굳이 드라마로 만들어야 됐었나? 그냥 영화2시간으로 편집해도 됐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시즌2가 나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더 컸다. 
 
7. 연기자들의 연기.
솔직히 말하자면, 여주 얼굴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쉽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상쇄할만한 목소리와 눈빛연기를 가졌다. 
초반 연기하는 걸 보면, 표정변화가 별로 없어서 "쟤는 어쩜 얼굴 표정 변화가 없냐"라고 오해했다. 
하지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정말 이 역할에 잘 맞는 배우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의학 드라마는 "닥터 하우스"이다.
주인공이 의사 가운만 입으면 의학 드라마가 되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병을 알아내고 병마와 싸워내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좋아했다.
드라마 "언멧"도 "의료인"들이 나오는 드라마라 상당히 현실감이 있다. 그래서 좋다. 
중간 중간 환자들에게 병을 설명하는 것도 친절했고, 수술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들, 응급환자를 다루는 연출도 상당히 현실감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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