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당신의 인생 거리는? [오징어 게임 2] 리뷰

거니gunny 2024. 12. 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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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이 남긴 말이다.

오징어 게임 2는 바로 '거리'에 대한 드라마다.

 

1.     '거리'에 대한 드라마

 

시즌1에서 오징어 게임 우승을 차지했던 성기훈은 시즌2에 와서는 게임을 없애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승 상금 456억을 모두 바치면서까지 이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게임을 멀리서 보기시작했기 때문이다.

3년 전, 게임 우승까지 경험한 기훈은 이 게임의 근원을 깨달았다.

오징어 게임은 얼핏 보면 단순히 목숨을 걸고 상금을 차지하는 대회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우승자 한 명에게 상금을 전해주는 것이 진짜 목적이 아니었다.

인간쓰레기 455명을 소각하는 것이 이 게임의 진짜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딱지남 발언을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났는데,

자신의 일이 단순히 게임 브로커가 아니라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라고 확신했다.

성기훈은 비극이었던 게임 밖에서 나와 이 게임을 관리하고 즐기는 자들을 멈추고자 결심한다.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했던 딸을 만나는 것도 포기한 채 이 게임을 다시 참가한다.

시즌3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징어 게임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게임 이면에 깔린 진짜 의도를 서서히 드러내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자본주의 계급, 생명에 대한 철학을 묻기 시작한다.

시청자도 서서히 게임을 멀리 보기시작했다.

 

2.  NO 플래시백(회상씬)!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든 건, 플래시백이 없다는 것이다.

요즘 드라마들을 보면 플래시백 천지다.

특히, 방영 시간을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회상 장면을 너무 많이 늘린다.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플래시백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아서 오히려 헷갈릴 정도다.

물론 연출자가 플롯을 위해 일부러 넣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취향을 감안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플래시백이 많다.

오징어 게임 역시 그런 유혹이 많았을 것이다.

플래시백을 만들면 이야기를 확장할 수도 있고 게임을 계속 진행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런 방법을 과감히 버렸다.

플래시백 대신 등장인물의 입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기훈과 절친 정배의 대화를 살펴보자. 

그들이 과거의 추억을 얘기하면서 자연스레 옛날 추억들을 플래시백으로 떠올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기교 없이 온전히 둘의 대화만으로 담백하게 추억씬을 끝냈다.

그래서 현재, 과거를 넘나드는 피로감을 줄였다.

그럼, 드라마 길이는 어떻게 충당했을까? 

오징어 게임은 플래시백 범벅 대신 게임 스토리와 더불어 딱지남 이야기, 형사 팀과 경비병 사연을 새롭게 추가함으로써 드라마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난 오히려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든다.

3. NO 찔끔찔끔!

드라마를 찔끔찔끔 보여주지 않아서 좋다.

최근 이름 좀 있다는 드라마들을 보면 죄다 수목드라마 형식이다.

한 주에 2편씩만 공개한다. (어떤 드라마는 심지어 한주에 한 회씩 공개한다.)

구독자를 잡아두려는 심산은 알겠다만 드라마 자체가 가진 매력 없이는 구독자를 오래 붙잡지 못한다.

오징어 게임은 세상 쿨하다.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한 날 한시에 모두 공개해 버린다.

이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

앞으로 OTT 드라마들은 이런 정공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찔끔찔끔 보여주면서 구독자를 붙잡아 둘 것이 아니라 양질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면서 구독의 가치를 스스로 올려야 한다.

물론 시즌2가 완결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시즌3를 위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시즌2를 한 시에 모두 공개했기에 적어도 한 달, 두 달에 걸쳐서 감질나게 시청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런 공개방식은 모두에게 윈윈이다.

 

4. 어설픈 교훈 NO!

황동혁 감독은 중립성을 아주 잘 지키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영화 남한산성을 보면 가장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정치를 아주 균형 있게 잘 다룬다.

자존심 버리고 청나라와 화친을 해야 백성이 산다고 주장하는 최명길과 나라의 근간을 지켜야 삶이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김상헌이 치열하게 논쟁하는 장면은 아직도 영화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영화를 보면 어느 한 쪽이 착한 놈, 나쁜 놈 말할 수 없다. 양쪽 모두 근거가 있고, 명분이 뚜렷하다.

어설픈 정치색으로 시청자들에게 훈계하려 하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 역시 어설픈 교훈이나 로맨스가 들어있지 않다.

언뜻 보면 성기훈의 주장이 정의고 선인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 성기훈은 사람들의 목숨 값으로 배불리 살지 않겠다고 하며 새로운 참가자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성기훈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001 프론트맨의 대사가 성기훈의 주장에 반박한다.

저게 남의 목숨 값이라고 해도 저는 저 돈으로 제 와이프 하고 아기를 꼭 살리고 싶습니다.”

드라마는 어떤 것이 도덕적으로 옳은 지 정해 주지 않는다.

대신 철저하게 중립지대에서 양쪽 모두를 보여준다.

어설픈 권선징악이나 식상한 로맨스 따위는 오징어 게임에 설 자리를 잃었다.

오로지 그걸 해석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좋은 영화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생각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의 진가는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라고 생각한다. 어떤 선택이 옳은 지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5.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K-놀이

30-40대 한국인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동네 놀이들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니 아직도 얼떨떨하다.

확실히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놀이는 서양문화권에서는 없는 놀이다.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 음식도 먹어 봤지만 과연 세계인들은 공기 놀이를 알까?

그래서 오징어 게임은 시즌2에서도 아주 친절하게 게임 진행을 보여준다.

(이 놀이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세계인들이 과연 이 놀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예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시즌1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세계 곳곳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배우고,

달고나 뽑기 만들기영상이 히트를 쳤다.

시즌2에 소개된 놀이들도 정말 기대가 된다. 과연 세계인들은 비석 치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가위바위보에서 업그레이드 된 하나 빼기를 세계인들이 할까?

(심지어 넷플릭스에서 따로 영상을 제작해서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설명을 한다.

이쯤 되면 넷플릭스는 한국 동네 놀이에 진심이다.)

 

6. 전 세계가 지켜보는 한국 연기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연기를 지적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시즌1에서 VIP로 출연했던 외국인들의 연기가 어색했다고 말하는 시청자들이 있었지만

시즌2에서는 없을 것 같다.

우선, 시즌2가 공개된 후 많은 이들이 밤샘시청을 했고 배우 공유의 재발견을 앞다투어 칭찬했다.

시즌1에서 공유는 게임을 연결시켜주는 브로커에 불과한 딱지남이었지만 시즌2에서는 단순히 까메오를 넘어서 아주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공유가 악역을 이렇게 잘했나 싶을 정도로 섬뜩한 연기가 일품이었다.

 

주인공 성기훈을 연기한 이정재는 이 드라마의 간판스타다.

여전히 그의 연기는 일품이고, 때로는 고구마 100개 은 듯한 답답한 설정 역시 잘 소화해 냈다.

이정재의 연기를 보면 딕션이 너무 깔끔하고 좋아서 연기가 더 좋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병헌이 참가자로 들어간 것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시즌1에서 반전을 위해 늘 가면에 숨어있었던 이병헌이라면,

시즌2에서는 가면을 벗는 대신 참가자로 출연해 그야말로 조커의 역할을 아주 잘 수행했다.

배우 이병헌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원래 이병헌 배우는 코믹 연기 대가다.

대사 한 줄도 이병헌이 하면 다르다.

(필자는 아직도 영화 광해의 매화틀 장면을 잊지 못한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분위기에 맞게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빅뱅 출신 가수 탑(최승현)이 너무 과장연기를 해서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리뷰들이 적지 않다.

정돈된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좀 과한 설정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오버스러운 연기가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마이너스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승현의 캐릭터는 실제 우리 주변에도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마치 연기를 하는 것처럼 오버스러운 자뻑인들이 있다.

(사적으로 그랬던 군대 선임이 아직도 기억난다. 왜 연기톤으로 주변인들을 대하는 지 모르겠다만 래퍼 타노스랑 딱 빼 닮았다.)

이미 타 작품에서 연기를 경험했기에 연기에 어색함이 없었고 드라마에 몰입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만약 최승현 배우의 캐릭터가 다른 일반인 캐릭터였다면 충분히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을 것이다.

 

이 외에도 모든 주조연들의 연기가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시즌1에서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에 누가 결승까지 갈지 예측이 불가능했다면 이번 시즌2에서는 워낙 네임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해서 예측이 좀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오징어 게임2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2’라는 이름으로 달고 나온 작품들 중에 ‘1’ 편보다 뛰어난 작품은 다크나이트”, “터미네이터를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 2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시즌1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즌3을 기대하게 만드는 다리역할을 아주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롤링 스톤지가 뽑은 역대 100TV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오징어 게임인 만큼 많은 이들의 기대와 시기 속에 시즌2를 방영했다.

개인적으로 올해 본 드라마 중 1-7편까지 모두 몰아서 본 유일한 드라마였고, 7편으로 끝나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뒷이야기가 궁금한 작품이었다.

평소 황동혁 감독 작품을 재미있게 본 팬으로서 다음 시즌3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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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본 작품은 거리에 관한 드라마이다.

2.     플래시백(회상씬) 없어서 더 좋았다.

3.     한 날 한 시에 에피소드를 모두 공개해 만족스럽다.

4.     어설픈 교훈이 들어있지 않아 시청자가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5.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K-놀이! 세계인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6.     전 세계가 지켜보는 한국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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