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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노래방이 많이 없던 시절, 초등학생들이 오락실 노래방을 점령하다시피 하며 "Let it go"를 불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벌써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예상치 못하기도 했던 흥행 돌풍에 디즈니는 겨울왕국 2라는 걸작으로 다시 관객들에게 보답했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하지만 캐릭터는 그대로 살린 채 새롭고 반가운 겨울왕국이 다시 찾아왔다.
[겨울왕국2]가 좋았던 이유
1. 아이들용 맞아??
고대 신화와 캐릭터들이 이렇게 조화스럽게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과거에 있었을까?
그 정도로 [겨울왕국2]는 탄탄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겨울왕국 1, 2] 작품을 모두 감독했던 제니퍼 리와 크리스 벅은 이번 작품도 북유럽 신화에서 많은 것들을 차용했다고 인터뷰했다.
감독들은 한 인터뷰에서 "이번 [겨울왕국 2]에서는 노르웨이뿐 아니라 다른 여러 북유럽 국가들의 전설과 동화를 골고루 섭렵했다"라고 전하고 있다. 노르딕풍의 속삭이는 노랫소리(Joik singing), 4~5개 정령들(Nokk, Troll 등 정령들 등장) 등 이런 신선한 소재들이 등장하는 것만 봐서도, 내용이 가볍거나 심상치 않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문제는 각색인데, 다소 거칠 수 있는 북유럽 신화들을 잘 정리하고 스토리 안에 잘 녹여내는 작업에서 작가진과 연출진이 아주 매끄럽고 깔끔하게 다듬은 것으로 보인다. 전작의 아성 때문에 부담도 많이 되었을텐데 그런 문제들을 불식시킬 만큼 탄탄한 스토리로 잘 소화해 낸 것 같다.
스토리에 관해 좀 더 말하자면, 이번 영화는 제목만 같을 뿐이지 전작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만족했던 부분이다.)
전작에서는 엘사와 안나를 중심으로한 자매간의 갈등과 심화, 그리고 해소가 이야기의 메인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진화"하는 엘사와 대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캐릭터들 모습에 초점이 맞춰졌다.
만약 [겨울왕국1]의 흥행을 이어보려고 비슷한 스토리로 진행했다면, 아마 이런 만족스러운 작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과감히 과거 영광을 뒤로하고, 아예 새로운 내용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제는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에 목메는 엘사와 안나가 아닌, 자기 왕국의 과거를 올바로 고치고, 자연과의 화합을 위한 희생하는 캐릭터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는 어린아이들이 보기에 재미있고 신나는 스토리임과 동시에 어른들이 보기에도 성숙해진 엘사와 안나를 보면서 흐뭇해하는, 완성도 높은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
2. [겨울왕국 1]을 뛰어넘는 액션, '여신'으로 등극한 엘사.
전작에서 엘사는 자신의 마법능력 때문에 항상 의기소침해 있는 소녀였다. 다른 사람들처럼 보통 삶을 살지 못하는 자신을 비관하며 급기야 자신만의 성을 쌓아 고립을 자초했다. (물론 그런 과정 때문에 "Let it go"라는 명작이 탄생했지만.ㅋ)그래서 그런지 전작에서는 엘사가 마법을 쓰는 것이 조금은 소극적이었다. 단순히 물을 얼음으로 만든다든지, 얼음벽을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는 정도다. 그래서 그녀는 온전히 그 능력을 발휘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저 얼음을 만들어낼 줄 아는 매지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그 얼음을 완벽하게 자기것으로 체화했다.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찾아간 모험에서 그녀는 어둡고 차가운 바다를 향해 나아갔고, 거기서 'Nokk'이라는 물의 정령을 만나게 된다.(생긴 건 말처럼 생겼는데, 엄연히 정령이란다.) 이 물의 정령은 그녀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지 못하도록 방해했는데, 거기서 그녀는 자신의 얼음 마법을 십분 발휘하게 된다. 전작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었던 화려한 수중 매직쇼가 이때 펼쳐진다.
마치 [아이언맨3]에서 토니 스타크가 부분적으로 아이언맨 슈트를 사용함으로써 (기계가 아닌) 자신이 진정한 아이언맨임을 증명하듯이 엘사도 단순히 얼음을 만드는 손재주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해탈한 경지에 이른 얼음의 여신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걸 보면서 갑자기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간달프가 생각난 건 왜일까? 그도 역시 보통 마법사였지만 죽음의 극한을 경험한 이후 대마법사로 부활했기 때문이 아닐까.
엘사는 이번 극한의 테스트를 통과하며 진정한 '얼음여신'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런 점들이야말로 [겨울왕국2]가 전작을 뛰어넘은 중요한 요인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3. [겨울왕국2]는 명실상부 뮤지컬 동화의 끝판왕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냥 연극이면 연극, 노래면 노래. 딱 나눠서 감상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연기 도중에 갑자기 노래 부르는 게 나에겐 낯간지럽다.
그런 차원에서 [겨울왕국]은 나에게 쥐약이나 마찬가지다. 이 영화만큼 뮤지컬 다운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없었기에.
하지만 그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영화 보는 내내 노래때문에 지루했던 부분은 없었다.
각자 캐릭터에 맞는 노래들을 부르다보니 오히려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했다. 특히, 크리스토프의 독창은 일품이었다. 마치 90년대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듯 노래를 부르는데 괜히 마이클 볼튼이 떠오를 정도였다.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작용(?)은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겨울왕국 2]가 전작을 뛰어넘기 위해선 역시 "Let it go"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Into the Unknown"은 아쉽지만 "Let it go"를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그 노래 자체도 상당히 흡입력 있는 노래인 것은 사실이지만 무언가 2% 부족하단 생각을 떨칠 수는 없었다.
글쎄, 잘 모르겠다. 이게 또 코인노래방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4. 악역없이도 충분히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옛날 어린이 만화영화에서는 항상 권선징악이 분명했다. [알라딘]만 보더라도 분명한 악역이 있었고, 그 악역이 문제를 일으키면 선한 주인공이 그걸 해결하고 벌을 내리는 게 주요 스토리였다.
하지만 이번 [겨울왕국2]에서는 뚜렷한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악인이 등장해서 음모를 꾸미고, 함정에 빠져 갈등이 심화되는 그런 '고리타분'한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 불신이 낳은 문제였기에 악인이 등장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 같은 성인들이야 "그런가 보다" 하고 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는 작품이기에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디즈니가 요즘 만드는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다분히 그런 성격이 강함을 알 수 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만 봐도 모호한 선악의 경계를 만날 수 있다. (옛날 [토이스토리 1]과 현재 [토이스토리 4]를 비교해 보시라. 내 말이 맞는지 틀린 지. ) 그런 면에서 [겨울왕국2]는 아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오히려 세상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아쉬웠던 점
1. "엥? 돌 몇 개 던지고 끝이야?"
아무래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다 보니 중간중간 개연성 없는 장면들을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댐을 무너뜨리는 상황은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여야 한다. 댐 때문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댐이 너무 쉽게 무너져버렸다. 땅의 정령 트롤들이 돌덩이 몇 개 던진 것으로 로 흐지부지 끝나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엥? 돌 몇 개 던지고 끝이야?"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끌어온 긴장이 아깝기도 했다. "뭣 때문에 이렇게 댐에 목숨을 걸었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네요"
2. 올라프를 좀 잘 써봐!
올라프는 상당히 신기한 존재다. 동물도 아니고, 인형도 아닌 것이 말도 할 줄 알고, 심지어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낸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눈사람 올라프가 영화에 나오는 그 어떤 존재들보다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손도 떼어낼 수 있고, 코도 떼였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아주 가능성이 많은 친구인데도 영화에서 하는 역할은 별로 없다. 고작해야 "물은 기억을 갖고 있어" 말만 반복할 뿐.
좀더 다이나믹하게 올라프에게 역할을 쥐어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올라프는 [겨울왕국] 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최애 캐릭터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의 역할이 너무 소소해서 약간은 아쉬움이 든다.
마무리) 엘사와 안나와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Let it go"를 불렀던 초등학생들이 이제는 벌써 고등학교 또는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나이로 성장했다. 따라서 엘사와 안나도 그에 맞춰 성장해야만 했다. 그들에게 더 큰 감동과 동질감을 주기 위해서는 성장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엘사와 안나가 생각보다 더 멋지게 성장한 것 같아 기쁘다.
처음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는다는 두려움을 가졌던 초등학생이, 이제는 대학 캠퍼스를 바라보고 있다니 참 격세지감이다. 그들에게 [겨울왕국 2]는 또 하나의 좋은 길잡이 혹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때문에 엘사와 안나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해 더욱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제는 "Let it go"를 부르던 초등학생들이 이제는 사회로 나가 멋지게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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