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우주는 거들 뿐, [퍼스트맨]은 상실에 관한 영화다

거니gunny 2020. 1. 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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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거들 뿐, [퍼스트맨]은 상실에 관한 영화다

 

@스포일러 내용이 많습니다. 주의하세요!!@

 

과거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

현재 상실을 겪고 있는 사람들.

다가올 상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결국 달 착륙은 가슴 아픈 상실로 이루어진다.

 

출처: 영화[퍼스트맨]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은 사건은 세계적인 사건이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생중계로 시청했던 사건이다.

하물며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한 이들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굳이 영화로 만들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감독도 그런 반응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퍼스트맨]은 달에 초점을 두지 않고, 사람에 초점을 둔다.

영화 [퍼스트맨]은 단순히 우주의 신비를 그리거나 뻔한 해피엔딩을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달 착륙을 하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많은 사람들의 상실과 아픔을 조명한다.

 

출처: 구글이미지[자넷 암스트롱과 아들 사진]

 

가장 최초로 달에 착륙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누구보다 상실을 많이 경험한 사람이었다.

닐은 이미 과거에 커다란 상실을 경험했다.

딸아이의 뇌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썼지만 결국 딸을 먼저 관 속으로 보내야 했다.

자식을 먼저 관 속으로 보내는 부모의 심정만큼 비통한 것이 있을까. 이미 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실을 영화 초반에 겪게 된다.

 

이후 동료들을 잃는다.

갑작스러운 동료의 부고 소식은 닐에게 형언할 수 없는 허탈감과 불안감을 주었고, 급기야 그들의 몫까지 완수해야 한다는 큰 부담까지 안게 된다.

 

상실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도 언젠가 우주선을 타야 하기에 그의 가족 식구들은 혹시 모를 닐의 상실을 걱정해야만 한다. 미래에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상실감(불안감)은 영화 종반까지 치닫다가 달에 도착할 때가 됐을 때 비로소 겨우 해소된다.

 

한 마디로 영화는 상실감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화창한 지구의 날씨보다는 낯선 달의 날씨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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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다 보고 난 후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닐 암스트롱이 경험했던 모든 상실과 추억, 그리움이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인류의 도약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고독한 싸움.

그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내와 아이들.

착륙 이전에는 그렇게 달에 가는 것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달 착륙에 성공하자마자 닐을 환호하며 맞이하는 이중적인 대중의 모습들.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우주를 구경하러 갔다가 인생을 배우고 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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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퍼스트맨]

닐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은 최적의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닐의 아내 자넷 암스트롱 역을 맡은 클레어 포이도 대단했다.

라이언 못지않게 상실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탁월한 연기를 선보였다.

닐의 동료로 나온 제이슨 클락은 영화[HHhH] 이후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 같다.

미드[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멋진 연기를 펼친 코리 스톨, 영화 [인셉션]에서 짧지만 강렬했던 배우 루카스 하스가 닐의 동료로 나와서 반갑기도 했고, 재밌는 발견이라 생각한다.

위화감 없이 모두 멋진 연기를 펼쳐주어서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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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퍼스트맨]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라라랜드]를 연출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우주영화에서 라라랜드 같은 느낌이 괜찮을까? 의심했었다.

완전히 상극일 것만 같은 두 소재가 아니던가!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우주와 라라랜드의 조합은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 작품과는 또 다른 우주체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영화 중간마다 라라랜드의 멜로디 비슷한 것이 흘러나오는데 참 그것도 재밌는 요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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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퍼스트맨]

물론 이 영화는 우주영화다. 다른 우주 영화에 비해 우주에 대한 묘사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긴장감은 말할 것도 없고, 충분히 우주영화로서의 손색이 없을 만큼 잘 묘사했다.

하지만 영화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만들었다고 대놓고 자랑하거나 홍보하지 않는다. 오히려 츤데레처럼 보여주되 내색하지 않는다.

 

아직도 달을 착륙하기 위해 우주선 문을 연 바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어떤 잡음도 어떤 느낌도 없이 우주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찰나의 느낌.

그 순간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느낀 최고의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는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P.S.: 닐은 최고의 조종사는 아니었다.

영화 초반에 닐이 항공 조종사였을 때 그는 실력이 부족해 근신 처분을 받기까지 한다. 우주비행사가 되고 나서도 그는 자신이 가장 먼저 달에 착륙하리라 생각하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위기 대처능력이 뛰어났다. 매뉴얼에 나와있지 않은 대처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순간에도 그는 살아남는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배운 대로 잘 따라 하는 학습능력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대처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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