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암수살인]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어렸을 때는 가장 무서웠던 것은 귀신이었고, 괴물이었다.
그래서 귀신이나 강시 영화는 일부러 피했다.
물론 지금도 귀신이나 유령 나오는 공포영화는 그리 즐겨보진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서 '사람만큼 무서운 존재도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 삶 속에서도 사람이 얼마나 영악하고 잔인한지 치를 떨 때가 있다.
그리고 영화는 그 진리를 덤덤히 보여준다.
사람이 얼마나 영악하며 사악할 수 있는지.
잔인한 장면도, 범행 묘사도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함에도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든다.
이번 평론가들이 한목소리로 좋은 평가를 했는지 이해할 만했다.
처음부터 당당하게 "내가 살인자요"라고 말하며
형사와 사법체계를 골탕 먹이는 스토리가 예전에도 있었던가?
영화[암수살인]에서 주연을 맡은 김윤석과 주지훈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는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가끔 주지훈이 정말 강태오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살의가 가득한 연기였다.
"감정불가"라는 캐릭터를 이렇게 잘 표현한 사람이 또 있었을까 싶다.
알 수 없는 그의 표정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형사 역을 맡은 김윤석은 뭐 이미 탑 배우 반열에 올랐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공개재판에서 증인으로서 마지막 변론을 할 때 그의 대사는 정말 진심이 느껴졌었고,
이런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새삼 행복했다.
사실, 이 영화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실제 피해자 유가족들이 있었고, 그들과 상의도 없이 상영한다며 상영금지 신청을 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시작 전부터 안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필자 역시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유가족과 합의한 후 상영한 영화라고 해도,
차가워질 대로 차가워진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이다.
지금도 영화 평점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만큼 관객들은 삐딱하게 봐도 재밌었다고 평가했던 것이다.
아주 오랜만에 한국 영화를 실망하지 않고 본 것 같다.
무시무시한 살인자 강태오도 사람이고,
돈 쓰고, 빚내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뛰어든 김형민 형사 역시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인복이 절실한 시대다.
김형민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김형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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