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의 [턱시도]가 디스토피아를 만나다.
#스포일러를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출처: 영화[업그레이드]
액션 영화지만 플롯이 새로웠기 때문에 끝까지 몰입할 수 있었던 영화.
사실 영화에서 만났던 액션이나 설정은 성룡 주연의 영화 [턱시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싸우지 못하는 주인공이 어떤 계기를 통해 거의 반강제로 싸움을 잘하게 되었다는 설정은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뻔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자신 있게 영화를 자신만의 색깔로 연출했다.
우선, 영화 시제를 미래로 바꾼다. 가까운 미래, 기계에 모든 것을 맡겨야만 하는 인류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면서 인류의 몸까지도 통제하는 기계가 얼마나 섬뜩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화려한 카메라 워크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요즘 액션 영화치고 카메라 워킹에 신경 쓰지 않는 작품은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또 다른 차원의 미장센을 제시한다. 자기 몸을 자기가 제어할 수 없는데 이소룡처럼 액션을 펼쳐야 한다면 그것을 영화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영화는 영상 연출에 그 해답을 찾았다. 주인공과 카메라가 함께 움직이기에 우리 또한 그것이 인공지능인 "스템"이 강제로 움직인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리 워넬 감독
셋 째로, 탄탄한 플롯과 연출이다. 반전의 대가 리 워넬 감독의 작품다웠다. 사실, 리 워넬 감독의 대표작 [쏘우(2004)]는 개인적으로 정말 증오했던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본 모든 사람이라면 극찬을 아끼지 않는 그 '반전'이 나에게는 마음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지스럽더라도 참신함에 있어서는 모든 이가 인정했기에 리 워넬 감독은 인정받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반전의 대가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오히려 나는 이번 작품이 훨씬 탄탄했다고 생각한다. 억지 설정이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처음부터 떡밥을 잘 던져놓았고 마지막까지 잘 회수했다. 게다가 영화가 선사하는 플롯은 이것이 절대로 성룡의 코믹 액션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주인공이 맞이하는 "해피엔딩"이 얼마나 관객에게 달콤 씁쓸하게 다가왔을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잔인한 장면을 꼽아야겠다. 정말 영화에 필요한 장면이라면 잔인하더라도 넣어야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굳이 그런 잔인한 씬을 넣어야만 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더욱 놀란 것은 이것이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이다. 음...과연...)
누가 [쏘우] 감독 아니랄까 봐 하드 고어 성격이 베어난 살인 장면을 이번에 넣어주고야 말았다.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가는 거라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그래도 하루가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 보면 강렬하긴 했나 보다.
저예산영화라고 하지만 전혀 저예산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액션 영화였다.
통쾌하거나 기분 좋은 화창한 날씨의 영화는 아니지만 반전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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