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레이디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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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과 삶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언제나 타워팰리스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영화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고,
우리에겐 그저 똑같은 일상만이 가득할 거라고 섣불리 단정 짓는다.
만약 내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너무 지루해서) 흥행에 실패할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장 보통스러운 이야기"가 얼마나 훌륭한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새크라멘토 출신 여고생의 이야기가 강력한 내러티브가 되어 영화 내내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실제 학창시절을 담아냈다고 하는데, 보통 이런 실화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한국에선 [바람]이란 영화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고등학교 시절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 영화였고, 특히 실제 주연배우였던 정우의 실제 학창시절 이야기라서 더 와닿았던 영화였다.
오래전 영화이긴 하지만 루이 말 감독의 자전적 영화 [굿바이 칠드런(au revoir les enfants)]도 실제 감독이 겪었던 일화를 담은 영화이기에 의미가 깊었다.
실화라는 설정과 해당 영화의 감독 또는 배우가 직접 겪은 이야기이다 보니 우리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생생하게 영화를 감상한다.
실제로 겪었기 때문에 억지스러운 설정은 없다.
그 대신, 영화를 보면서 어느새 너무나 소름 끼치도록 비슷했던, 철없던 우리네 시절을 추억하게 된다.
왜 우리는 이런 영화를 보면서 감상에 젖을까.
딱히 멋진 컴퓨터 그래픽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공감"때문이 아닐까?
자세한 상황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아예 다르지 않은 저들의 처지.
우리와 똑같은 모습이기에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같이 느낀다.
가족의 아픔. 친구의 아픔. 학교생활의 아픔. 미래의 아픔. 사랑의 아픔.
이런 아픔들이 주인공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있었기에 우리는 눈시울을 적시며 이 영화를 기꺼이 볼 수 있다.
'그랬지. 나도 그랬어. 저 주인공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레이디버드, 엄마의 마음은 오죽하겠니...'
결국 꿈에 그리던 아이비리그의 대학생이 되었을 때, 정작 자신이 그렇게 싫어했던 새크라멘토 거리를 그리워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다름 아닌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출처: 영화[레이디버드]
감독 그레타 거윅은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나는 감독이다.
하지만 아카데미 후보 영화로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던 영화를 만들어 냈다.
필자 또한 정말 잘 만든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주연은 "시얼샤 로넌"말고 누굴 생각할 수 있었을까?
정말 다른 대체자가 생각나지 않는다.
원래 시얼샤 로넌은 [어톤먼트] 영화를 보고서 너무 밉상이라 쉽사리 안 좋은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았는데,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선 다시 호감으로 바뀌었다.
참 많은 얼굴을 가진 멋진 배우이다.
특별히, 제2의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 역의 로리 멧칼프는 정말 사랑스러운 어머니였다.
시원시원하게 꾸중을 하는 어머니라 실제로 같이 산다면 별로 기쁘진 않겠지만 그녀만큼 사랑과 관심을 보여준 이도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참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다.
정말 영화가 담백하지만 흥미진진한 영화였다. 다음 장면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극의 전개를 빠르게 돌린 덕분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이 영화는 레이디버드의 성장영화이긴 하지만, 이미 성장한 우리에겐 커다란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추억 영화"가 되기도 한다.
레이디버드는 깁스를 할 정도로 청소년 티가 팍팍 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크리스틴이 되어서는 깁스를 풀고 자기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왜 난 아직도 깁스를 풀지 못하고 있을까..?
나도 얼른 깁스를 풀고 싶다..
p.s.: 이상하게 새크라멘토에 한 번 가보고 싶다.
뭐. 가봤자 별로 볼 것은 없겠지만 여주인공이 고백했던 그 거리를 한 번 달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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