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창조론에 관한 재밌는 책을 만났다.
제목은 [창조론 연대기]
이런 류의 책이 참 좋다
만화 속 주인공이 했던 고민과 경험은
다름아닌 내가 고민하고 경험했던 것들이다.
우선, 재미있다.
만화라 그런지 읽는 내내 뇌세포가 엔돌핀을 마구 뿜듯 집중할 수 있었다.
곳곳에 이어지는 하이틴 드라마도 지루하지 않고 참 흥미진진하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둘이 이어지면 좋을텐데~~^^)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인물들이었다.
수련회 때 뜨겁게 기도한 모습들은
바로 한국교회 중고등부 때 기억이다.
그런 와중에 창조론과 진화론에 관한 강의를 들었던 기억들.
모두가 얘기하지 못했던 창조론에 관한 불편한 모순들을 솔직담백하게 고백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때로 우리는 주인공 준이처럼 답답한 신앙을 할 때도 있다.
진화론을 고민하거나,
담배, 술 같은 테마를 꺼낼 때면 괜히 하나님을 배신하는 느낌이 든다.
작가는 바로 이 고민들을 솔직하게 담아냈고, 실제로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다.
"젊은 지구론"이 제칠일안식일교만의 것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칼뱅이나 헤르만 바빙크 같은 개혁주의 신학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젊은 지구론"이 틀렸다는 식으로 묘사하지만,
다른 책에서는 칼뱅이나 바빙크 같은 신학자들이 그런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다.
([창조 연대에 대한 오해와 진실] 참조)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 또한 개혁주의 성경교사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성경에 그런언급은 없다”라고 단언한다. [교리강좌시리즈]
게다가 이 책은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하는 반면에 종말에 관한 전천년설은 배격하는 이중성이 들어있다.
이런 모순과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좋다.
평신도들이 읽기에 부담없는 만화와 문체로,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창조과학회에서 발간한 만화책을 본적이 있다.
제목은 [공룡도 하나님이 만드셨을까?]였다.
[창조론 연대기]에서 비판했던 공룡과 사람 발자국이라든지,
노아의 방주가 아라랏산에 머물러 있었다든지.
이런 내용들이 메인이 되었던 만화책이다.
그 때 당시에 이 책을 읽은 것 만으로도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논의는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마치 [창조론 연대기]에 나온 온유처럼 진화론은 불신앙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학창시절 읽었던 프랜시스 콜린스의 [신의 언어]를 읽고서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 프랜시스 콜린스라는 사람은 "창조적 진화론"을 주창함으로써,
진화론이 하나님의 인도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한 때는 나도 "유신론적 진화론"이 매력있게 다가왔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자리를 잡고 난 이후,
교회에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유신론적 진화론이 갖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마틴로이드존스 목사야말로 젊은 지구론을 주장했고,
기독교 핵심교리인 로마서 5장(아담과 예수그리스도의 비교)이 성립되려면 아담이란 인물이 실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만약 유신론적 진화론이 말하는 것처럼 아담이라는 인물이 상징적인 인물에 불과하다면
예수님의 십자가 또한 부정될 수 밖에 없는 위기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다시
"젊은 지구론"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분명 어떤 이론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아마도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는 이 싸움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창조론 연대기]처럼 의문을 제기하는 용기를 가지는 크리스천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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