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라는 장르를 접할 때면 유독 마인드가 좀 느슨해지는 경우가 있다. 활자로만 되어있는 책을 볼 때는 나름대로 비판의 시각을 가지면서 바라보게 되는데 만화는 재미를 목적으로 보기 때문에 비판의 잣대가 사라지거나 있다 하더라도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만화라고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만화라도 사상과 세계관이 담겨있고, 그 세계관 속에서 한 쪽의 주장만 담아낼 수 있다. (이 책처럼 말이다)
최근 같은 출판사(새 물결플러스)에서 읽었던 창조론 만화도 비슷한 구도였다.
작가는 나름 중립을 지킨 것 같았지만 결국 한 쪽 편을 들면서 끝을 맺는다. (그것도 해피엔딩으로)
그런데 그 책은 이 책에 비하면 많이 양반이었다.
이 책은 훨씬 더 과격하다. 한 쪽으로 기울어도 너무 기울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너무 한 쪽 말만 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다.
만화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누가 복음에 여성과 관련된 구절이 220개나 된다고 소개한다. 그래서 누가복음은 여성적인 책이라고까지 자랑한다. (그런데 이런 남녀 대결 구도는 이미 소모적인 싸움이라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남자와 관련된 구절은 따져보지 않냐고 반발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220개 구절을 제외하곤 다 남자와 관련된 구절이니 그럼 누가복음은 마초이즘 책 아닐까? 애초에 그런 통계자료가 이 책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지 못하다.
예수그리스도가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라니 말도 안 된다.
무슨 말만 하면 “예수는 페미니스트”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아전인수식 해석일 수밖에 없다.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남녀 모두를 동일하게 사랑하신 분이라고 해야 맞다.
이퀄리트스로 가는 게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가?
(참고로 필자가 해석한 "페미니스트"는 한국에서 해석한 "한국적 페미니스트"이다.)
물론 성경은 남자의 이야기도 여자의 이야기도 모두 들어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성 역할에 있어서도 동일하다고 봐서는 안된다. 이건 성차별의 문제라기보단 "성구별의 문제"이다.
미국 복음주의가 말하는 Complementarianism 즉 "성 보완 주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성경 중심적인 신학이다. 남자에게 없는 것을 여자가 보완해주고, 여자에게 없는 것을 남자가 보완해주는, 둘 모두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맞는 길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팀 켈러, 존 파이퍼, 맷 챈들러 등 미국 복음주의 많은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이 주장에 동의하고 찬성한다.
그들은 분명 성경에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구별되며 각자가 맡은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반론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무조건 여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해버리는 일방적인 피해 의식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사실 여성 목사 안수 문제와 교회 내 여성 권리문제는 누가 복음뿐 아니라 바울서신, 그리고 구약까지 모두 뒤져봐야 알 수 있는 해답이다. 솔직히 양 극단에서 보고 싶은 구절만 떼어서는 주장하는 꼴이라 비교 자체가 힘들 긴하다.
물론 만화에서 말하는 것들이 "틀렸다"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이는 창조론과 마찬가지다. 설득력 있었고, 교회 내 문제가 분명히 존재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자신이 주장하는 것에 대한 충분한 반론도 소개를 해 줌으로써 오히려 독자가 선택하게끔 만드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보수신앙도 교회요 한 형제자매이지 않은가.(적이 아니라)
P233
"여전히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보다 익숙해진 교회의 전통과 문화에 얽매어 있을 뿐이잖아요"
확실한 것은 이 책은 보수신앙을 가진 이들에겐 전혀 매력적인 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개혁주의가 소중히 여기는 전통과 신앙고백을 깡그리 매도하고 있다.
나도 놀랐다 이런 내용을 만화책이라고 아이들이 읽게 된다면 분명 오해할 것 같다.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책이니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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