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첫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예배했는가?]

거니gunny 2018. 10. 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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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과 서문부터 긴박감이 넘친다.  
책 제목이 도발적이다. 
이제까지 알고 있던 신앙의 체계를 재탐색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 살면서 이런 도발적인 책은 예전 필립얀시의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 이후로 처음 보는 책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그것이 신학서적이라면 내 생애 최초이다. 
하지만 너무 염려는 마시라.  
제임스 던은 개혁주의에서도 인정하는 신약학의 대가이니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어렸을 때 겪었던 궁금증을 다시금 꺼내주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해마다 열리는 부흥회에 한 번은 제대로 꽂힌 적이 있었다.  
얼마나 꽂혔었냐면 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벽집회까지 다 참석하려고 일어날 정도였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터라 낮 집회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새벽, 저녁 집회는 다 참석했다.  
'엄청 신앙이 대단했나 보네...' 
아니다. 
내가 이 집회에 꽂힌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첫째 날 부흥집회 강사 목사님이 하신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분, 우리는 
초대교회가 어떻게 신앙생활을 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처럼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제가 다음(새벽) 메시지 때 초대교회가 어떻게 신앙생활을 했는지 알려드릴게.”  
초대교회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때라 정말 궁금했다. 
'초대교회는 서울에 있나? 아니면 미국에 있나?'
'아니, 얼마나 대단하길래 목사님이 그들처럼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실까?'  

지금도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모토를 가진 교회들이 많다.  
물론 초대교회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말이겠지만 아직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다.  
과연 초대교회가 말한 신앙 정신은 무엇일까.?  
(아쉽게도 부흥회 때 있었던 초대교회 설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신 십일조 잘 내면 복받는다는목사님의 말씀은 기억이 난다.)

"초대 교회(첫 그리스도인들)는 과연 예수님을 예배했을까?"
신앙생활을 정말 잘하고 싶은 사람에겐 초대교회는 하나의 롤모델이자 꿈에 그리던 삶이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를 과연 예배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큰 충격인가!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무리 그 대답이 복잡 미묘하다 할지라도 답이 나와야 하는 아주 중요한 이슈이다.  

이 책을 보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저자인 제임스 던은 질문에 대해 우선 한 마디로 답한다.  
“아니요”  
하지만 그와 덧붙여 “하지만 이런 자료도 주목해야 합니다.”라고도 말한다. 
상당히 충격적인 결론임에 분명하다.  
물론 결론 후반부에는 예수의 영광에 대해 초점을 맞추지만 전반부에서 받은 충격에 비하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철저히 성경 말씀에 근거한 결론이라 더욱 무거운 마음이 느껴진다.  
물론 어린 양께 예배하는 부분과 부활 후 예수님께 예배했다는 말에서 위로를 얻는다. 


P53 

결국 한 번 더 반복하는 말이지만, 예배라는 언어는 거의 다 오로지 하나님께만 사용하며, 간간이 예수께 사용했다. 그러나 더 흔한 용법은 그리스도가 행하신 일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하거나, 그리스도를 통해 또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이다. 


P63  

...’예배하다’라는 용어 자체를 그리스도와 관련지어 사용한 경우는 드물다. ...  

예배 의식을 통한 예배나 섬김(latreuein, lattreia) 자체는 그리스도께 드리지 않았으며, 다른 예배 용어들도 오직 하나님과 관련지어 사용했다. ... 

따라서 “첫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예배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첫 대답은 “대체로 보아 예배하지 않았다”나 “했더라도 단지 가끔씩 했다”나 “했더라도 상당히 주저하는 태도로 했을 뿐이다”가 될 것이다.


비단 초대교회뿐 아니라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예배 대상에 대해 모호한 개념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저자가 분석한 초대교회 모습이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우리 또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예수님의 보혈에 의지해서 회개하며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며 성찬식에 참여한다  
늘 예수님의 예배 테마의 중심이지만 예배의 대상은 하나님 아버지이시다.  
예수님이야말로 중보자가 되시는 것이다.  
우리가 예배를 하나님께 드리되 예수님은 필수불가결한 분이시다.  

단, 책을 보면서 미리 선을 그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예수님이 하나님인가 사람인가 논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에 관한 논의는 다루지 않았다. 단지 이 책에서는 초대교회가 예수님을 예배했는가에 대해서만 논의할 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생각해보면 과연 도전적인 내용이 상당하다. 
기독론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성자 예수님의 위치에 대해 궁금하던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입문용으로 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이 "입문용"으로서 가치가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로, 내용 외적으로 이 책을 칭찬하고 싶다.  
각주가 참 친절하고 상세하다.  주요 구절들을 단순히 괄호 쳐서 숫자만 보여주지 않고 주요 내용까지 덧붙여서 설명해준다. 아울러 수십 권의 영어성경을 비교 대조하면서 한 단어라도 본문에서 말하는 헬라어가 다른 뜻이 있다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들어있는 버전과 들어있지 않은 버전을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다.  

둘째로, 중반부터는  “성경 색인 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한 단어마다 풍부한 내러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나님의 영”, “하나님의 지혜”, "천사" 등등 해당 단어가 가진 의미를 차근차근 되새김질한다.  

셋 째로, 이 책이 좋은 점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항상 요약을 해준다는 점이다.  
열심히 읽은 것 같은데 마지막에 가서는 내가 뭘 읽었나 잊힐 만도 한데 저자는 친절하게도 요약을 해줌으로써 독자가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저자는 내가 믿어왔던 방식으로 성경을 접근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말이 아예 터무니없지는 않다.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의문점을 던지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에고 에이미”를 왜 다른 복음서는 다루지 않았을까라든지, 지혜, 말씀 등은 구약에서 하나님을 보여주는 방편인 반면 예수님은 하나님이시긴 하지만 성부 하나님과는 다른 또 다른 위격을 가지신 분이시라는 걸  구약과 이스라엘 경전을 차용하며 설명한다.  

무조건 성경이 옳다고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조차도 의문점을 제시하며 비교하는 저자의 접근 방식은 상당히 많은 숙제를 남기는 반면 충분히 고민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예수님에 대해 너무 몰랐었구나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을 더 알고 싶은 열망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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