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미 비포 유]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타이즈를 항상 알록달록하게 입는 여주인공 루이자.
그녀는 일이 필요했고, 열심히 윌 트레이너를 간호했다. 그러다가 그와 사랑에 빠졌고, 그를 살리려 노력한다. 하지만 이미 윌은 그녀의 지극 정성스러운 사랑의 손길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죽기를 결심한다. 그녀는 과연 그를 살릴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스토리 면에서나 소재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영화다.
윌의 여자친구가 자신의 베프랑 결혼했다고 해서 화가 난다거나, 또는 루이자의 7년 남자친구인 패트릭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버려진 것이 불쌍해 보여서 아쉬운 것은 아니다.
어차피 두 사람이 평생가약을 맺기 전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 게 인간사니까.
마비된 환자가 나오는 영화는 이전에도 많이 영화화됐다.
[쁘띠 마르땅]처럼 코믹하면서도 마지막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그런 연출도 있었고,
[언터처블: 1%의 우정]처럼 사회적으로 극단의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이 점점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출도 있었다.
이번 영화 [미 비포 유]는 앞서 언급한 두 영화의 특징보다 더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리고 존엄사에 관한 한 가장 실제적이고, 깊이 고민하게 하는 영화는 알 파치노 주연의 [유 돈 노 잭]과 비교했을 때는 윌의 심각성이 덜 한 것도 영화를 보는 내내 아쉬웠던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하게 되는 감정선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서 아쉬웠다.
가장 감정이 무너져 내려야 할 전 애인의 배신(?) 이후에도 윌의 감정은 그리 비참해 보이지 않았다.
액자를 부순 게 전부였고, 그나마 그것을 고치는 루이자에게 미안했는지 그 이후로 루이자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남자가 너무 마음이 여려서 그렇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사랑의 감정이라기보단, 미안함의 감정이 더 커보였던게 사실이다.
이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했다기보단 그만한 감정을 보여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시간을 좀 더 할애했다면 충분히 사랑의 미묘한 과정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루이자 역을 맡은 에밀리아는 미드[왕좌의 게임] 팬들에겐 익숙한 배우일 것이다.
전신마비 환자 역을 소화해낸 샘 클라플린. 제2의 매튜 맥커너히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나중에 로맨스 영화 말고도 다른 장르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매튜 루이스가 최고의 반전 배우가 될 것 같다. 해리 포터에서 네빌 롱 바텀이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약간 네빌의 모습이 언뜻 보였지만, 훨씬 멋진 모습으로 성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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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윌이 죽으려는 결심은 자살에 가깝다.
"그래도 자살은 아니죠. 사지 마비에 걸린 사람의 입장에 있을 때는 삶을 이어간다는게 정말 힘든 일이에요."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인정할 경우엔 "우울증에 의한 자살"도 사실은 존엄사라고 해야 한다.
한 쪽 팔을 잃어서 한강 다리에서 떨어지려는 사람도 존엄사다.
왜 사지 마비여야만 존엄사로 인정해야 하는가?
왜냐하면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원한 과거와 현재가 달라지면, 어느 누가 와서 위로해 준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니까.
다른 경우의 사람도 자존감이 바닥일 테고, 사지 마비에 비해 나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그 안타까운 죽음에 "존엄사"라는 말을 붙이진 않는다.
사회학자들이 존엄사를 말할 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고 한다.
능동적 안락사- 극심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직접적으로 죽이는 행위
수동적 안락사- 치료를 중단하는 행위
[유 돈 노 잭]은 능동적 안락사에 속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능동적 안락사에도, 수동적 안락사에도 속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비참한 심경을 이해한다면 윌의 선택도 비난할 수 없다.
세상 사람들이 정의한 "존엄사"가 뭐든 간에, 윌이 선택한 선택은 우리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한다면 이 세상에 "존엄사"로 인정해야 할 죽음이 너무 많아지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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