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천국가면 멕시코 음악이 흐른다?[코코]

거니gunny 2020. 1. 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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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전통과 가족을 소중히 이어나가는 만화.

월트디즈니의 고전재료를 가장 픽사스럽게 사용했다.

 

혹자는 월트 디즈니의 색이 너무 짙게 나온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가족애를 중시하는 내용에다가, 뮤지컬 형식의 애니까지,.. 이것은 누가 봐도 픽사의 색이 아니라는 말이다.

확실히 이 영화를 보면 그래픽은 픽사인데 캐릭터들 하는 행동들은 영락없는 디즈니 만화동산 친구들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핀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 영화를 수작이라 보는 이유는 자칫 식상할 수 있는 내용을 독특한 방식으로 설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 배경이다. 이제까지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월트디즈니 만화가 있었던가?

[토이 스토리]의 '버즈'가 스페인어로 대화하는 것은 봤지만 멕시코를 배경으로 전개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신선한 멕시코의 풍경을 보면서 "식상하다"라는 생각을 한 관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실제 멕시코 마을을 옮겨놓은 듯한 섬세한 그래픽은 이미 관객들을 현혹시킨다.

[너의 이름은]으로 일본의 애니 작화력을 한 층 업그레이드 시킨 신카이 마코토 못지않은 섬세한 표현력으로 픽사만의 장기를 한 껏 뽐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죽은 자의 날" 또한 멕시코인들의 전통에서 착안한 것이다. 조상들의 사진을 걸어 놓지 않으면 조상님들이 오시지 못한다는 샤머니즘적 요소 또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선한 접근이다.(영화 [뮬란]도 약간 비슷한 설정이 있으나 확실히 다른 내용으로 묘사됐다.)

 

"Seize the moment."

"지금 기회가 왔을 때 잡으라"라는 얘기는 참 좋게 들린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외치는 "카르페 디엠"처럼.

하지만 이 영화는 이 말이 악당에게 사용된다면 악용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결국 이 말 자체는 중립적인 것이고, 그것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가 아빠를 찾아 나서는 모험이라는 점에서 [어거스트 러시] 같기도 하고, 이승과 저승의 삶을 동시에 다뤘던 호소다 마모루 작품 [괴물의 아이] 같기도 했다.

스토리의 전개 또한 만족스러운 영화다. 모든 떡밥들을 성실히 다 수거한 느낌이랄까? 레고처럼 부품낭비없이 완성품을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 제목이 왜 "코코"인지 잘 설명한 장면일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당연히 주인공 이름이 "코코"라고 예상했다.

'그래.. 주인공이 '코코'겠지? 어떤 영화인지 한번 볼까?' 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기분 좋게 날아갔다.

'코코'라는 이름의 주인은 다름 아닌, 주인공 남자아이 미구엘의 증조할머니 이름이었다.

(주인공 남자아이 이름은 '미구엘'인데 계속 미겔이라고 들린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주인공 미구엘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주름이 쭈글쭈글한 할머니 코코의 모습은 영락없는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이었다.

 

너무 과한 뮤지컬 설정도 아니었고, 적절하게 영화 안에 노래들이 스며들어서 좋았다.

멕시코 음악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은 부담 없이 흥이 절로 난다.

 

남미계 관객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이 영화가 가슴에 와닿았을 것 같다.

 

P.S.: 아니, 초반에 뜬금없이 겨울 왕국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영화관을 잘못 찾은 줄 알았다..

애초에 [올라프의 겨울 왕국 어드벤처]와 [코코]는 동시에 상영하면 안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시즌도 지나가버린 크리스마스용 겨울 왕국을 굳이 [코코]와 함께 틀어줬어야만 했나 싶다.

이 작품 때문에 정작 집중해서 봐야 할 [코코]를 집중해서 보지 못한 아이들이 분명히 있을 터,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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