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현대판 스크루지[올 더 머니]

거니gunny 2020. 1. 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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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올 더 머니]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자타공인 세계역사상 가장 부자였던 진 폴 게티와 그의 손자 존 폴 게티 납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

 

혹시라도 1996년 개봉했던 영화[랜섬](멜 깁슨 주연)과 비슷한 인질극을 기대한다면 기대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는 피도 눈물도 없이, 돈에 관해서라면 세계 최고로 매정했던 한 남자가 납치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진 폴 게티는 현대판 스크루지로 유명했다고 한다.

저택 안에 공중전화기가 있다든지, 손자의 몸값을 세액공제 한도내에서 협상했다든지, 진 폴 게티의 싸이코(?)적인 일화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분명 이 자는 영화에서 자기가 말했던 대로, "부자가 되는 법을 넘어서 부자로 사는 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출처: 영화[올 더 머니]

 

결국 게티 3세인 손자 존 폴 게티는 납치를 당해 귀가 잘렸고 이후에 풀려나게 되지만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마약중독자로 살다가 54세라는 비교적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폴이 조직깡패들에게 쫓기는 상황 속에서 뜬금없이 죽어가는 할아버지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

납치로 인해 죽을 것만 같았던 젊은 폴은 살아나고, 세계 최고 부자이기에 영원히 살 것 같았던 할아버지는 끝내는 죽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삶과 죽음의 선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어찌보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따라간다. 부자의 비극적 말로를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소설이 아닌 실화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무게감있게 다가온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최대한 실화를 위화감없이 재구성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

1970년대 차량이라든지 그때 유행했던 옷가지들, 비행기 안에서 기내흡연이라든지 시대의 포인트를 잘 집어냈다.

 

 

출처: 영화[올 더 머니]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극초반 존 폴 게티의 납치장면은 다소 지루하고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소개해주는 장면도 없이, 단순히 로마 시내를 걷다가 불현듯 봉고차에 납치되는 모습은 납치극으로 표현되기엔 다소 밋밋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깜짝 놀랐다. 이 영화가 15세 관람가라니 놀랠 노자다.

폴 게티의 귀를 자르는 장면은 워낙 적나라하고 잔인해서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아직도 의문이 든다.

감독이 실제 사건처럼 연출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그 장면을 넣었을거라 예상은 하지만 찝찝함은 그대로 남아있다.

 

끝으로, 장르가 뭔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가 이도저도 아닌게 되어버린 것 같다.

딱 스릴러라고 말하기엔 스릴이 모자랐고, 돈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고 하기에도 주제가 명확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지만, 선택과 집중없이 130분 동안 이것 저것 건드리다가 정리 되지 않은 듯한 모양새는 감독이 의도한 연출은 아닐 것이다.

 

말이 많았던 이 영화의 원래 청사진은 현재 완성품과 조금 달랐다.

노인 역할을 원래 케빈 스페이시가 하려고 했으나, 성추문으로 빠지게 되면서 크리스토프 플러머가 대신 하게 됐고, 손자 존 폴 게티의 어머니 역도 안젤리나 졸리-나탈리 포트만 까지 거론되었다가 결국 미셸 윌리엄스가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제 촬영당시 90세가 되었다는 존 폴 게티 역의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자신의 건재함을 스크린에 보였고,

올해 있을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후보로까지 올랐다.

 

이 영화가 불과 몇 십년 전에 나왔더라면 주인공 진 폴 게티는 욕을 아마 바가지로 먹었을 것이다.

"저런 쓰레기 인간. 완전 싸이코네." 라며 말이다.

하지만 돈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현 시대에 이 영화를 볼 때면, 누구도 섣불리 그에게 계란을 던지지는 못 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마음 속에도 그와 마찬가지로 돈을 숭배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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