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의도는 좋지만... [핵소 고지]

거니gunny 2020. 1. 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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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핵소 고지]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적진에서 부상자들을 구출해낸 총 없는 영웅 데스몬드 도스의 전쟁 실화 영화.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는 "제칠일 안식일" 교인이다.

그래서 그는 십계명 6계명을 지키기 위해 어떤 모양이 되었든 살인을 반대한다.

하지만 그는 죽어간 친구들을 대신해 전쟁에 참여하기로 결단한다.

당연히 그의 신념은 다른 전우들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든다.

결국 그는 갖은 고초를 다 겪고, 군법 재판까지 넘어가고, 장관의 명령에 이르러서야 극적으로 무죄판결을 받아 의무병으로 전쟁에 참가하게 된다.

그가 간 곳은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핵소"고지.

(영화 [핵소고지]에서 "핵소"는 오키나와에 있을 때 접전지역을 미군들이 임의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마에다"고지라 불리는 지역이다.)

한편, 지형이 불리하고 지하에서 끝없이 나오는 일본군으로 인해 미군은 철수 명령을 내리게 된다.

데스몬드는 모두가 철수한 가운데, 이 고지에서 탈출하지 못한 부상자들을 살리기 위해 혼자서 적진으로 뛰어들어가 부상자들을 안전지대로 탈출시킨다.

무려 75명의 부상자들이 그에 의해 구조를 받았다.

1명도 대단한데 75명을 살려낸 그는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영웅이다.

(왜 마지막 중대장이 그가 참전해야만 전우들이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는지 알만하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실제 데스몬드 도스가 인터뷰한 장면을 보았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모두 진짜였다니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고, 전율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그는 호리호리한 외형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서 어찌 그런 괴력이 나올 수 있었는지 대단하단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출처: 영화[핵소고지]

 

이 영화는 크게 핵소고지에서의 부상자 구출 장면 이전과 이후,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영화가 시작한 처음부터 마지막 20분 전까지는 그리 인상 깊은 영화는 아니었다.

전투씬 또한 생동감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많은 전쟁영화를 봐 왔지만 이 영화만큼 총알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맨정신으로 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약 20분간 이어지는 데스몬드의 구출씬이 진행되고 나서야 이 영화가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20분은 이전 모든 영화의 결점들을 다 상쇄하는 최고의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멜 깁슨의 이전 연출작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와 [아포칼립토]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인상 깊지는 못했다.

특히, [아포칼립토]는 추격씬이 외에는 기억나는 장면들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추격씬이 앞의 모든 장면들을 압도했듯이, 이번 영화 [핵소고지]도 20분의 구출 장면이 앞서 진행된 모든 장면들을 압도했다.

 

이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력을 펼친 사람은 단연 '휴고위빙'이다.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카리스마를 남겼다.

보통 배우들의 모습을 보면 이전 작품의 흔적들이 남기 마련인데, 휴고위빙은 말투나 제스처에서 전혀 전작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가 연기한 만큼 영화를 보는 관객도 그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 울먹이며 전사한 전우를 거론할 때 연기는 압권이다.)

그나마 그가 있었기에 앞서 진행된 스토리가 붕 떠있지 않고 무게가 잡혔던 것 같다.

 

반면 주인공역을 맡은 앤드류 가필드는 핵소고지 전투가 있기 전까지는 상당히 아쉬운 연기를 펼쳤다.

감독이 일부러 그런 연기를 연출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보는 내내 그의 연기가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군인으로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관 앞에서 이등병의 자세를 보이지 않은 것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상당히 아쉬운 요소 중 하나였다.

상사가 명령하는대도 뒤돌아서서 옷을 입는다든지, 모두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 혼자 계속 웃는 표정을 짓는다든지(실실 쪼갠다는 표현의 완곡어법) 등의 연기는 양심적 병역거부와는 하등 관계없는 불필요한 설정인데도 지속적으로 그런 연기를 했다는게 이해가 잘 안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감옥에서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감격에 차 울기는커녕 둘 다 너무 태연자약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은 이들이 과연 '한동안 만나지 못한 연인 사이' 맞나 의문이 들게까지 한다.

 

다행히, 그는 핵소고지 장면에서는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신의 뜻이 무엇인지 갈등하는 장면이라든지, "한 명 더"라고 독백하며 구출하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데스몬드 도스를 보는 듯했다.

 

따라서 이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20분이었고, 이 영화를 "구출"한 것도 마지막 "20분" 이었다.

 

전쟁과 평화는 우리나라에 가장 와닿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 영화가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과연 평화를 위해 총을 드는 것이 역설인지 반어인지는 하나님만이 아실 것이다.

그러나 100% 정답을 알지 못해도 자신이 믿는 신념에 따라 행동한 그의 행동은 아직도 우리들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어.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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