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Fake love, Fatal love [팬텀 스레드]

거니gunny 2020. 1. 6.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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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팬텀 스레드]

 

사랑, 그 치명적인 독버섯

 

@ 스포일러를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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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예상치를 비웃는 것처럼 그보다 더 숨막히는 사랑영화를 보여주었다.

 

영화[팬덤 스레드]에서 그려내는 사랑은 그 모습이 마냥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마치 겉으로 보이는 드레스는 아름답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코르셋 때문에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처럼.

순수한 사랑만으로는 그 사랑을 오래 지켜낼 수 없다고 말한다. 아니, 어디부터가 사랑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영화가 마지막 보여주는 산책씬은 겉으로는 아름다워 보였지만, 그 이면에 숨어있는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출처: 영화[팬덤 스레드]

 

독버섯과 거짓, 속임수가 있어야만 유지되는 그런 사랑.

반대로, 자기가 아무런 힘이 없을 때만 보이는 그런 사랑.

 

그런 사랑을 보면서 우리는 그래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도 사랑을 위해선 독버섯이 필요할까?

만약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내가 그 사람과 도저히 수준이 안된다고 좌절할 때,

과연 우리는 독버섯을 먹여서라도 상대방을 붙잡아야만 할까?

 

이들의 사랑을 보면서 결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 것은,

독버섯을 쓸 때부터 이미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를 깎아내려야만 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변명으로 들리는 것은 나뿐일까?

 

오히려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사랑은 정공법이여야 하고 정직함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그러나 그 정직함을 겸비한 사랑도 직면해야 하는 어려움들이 있다.(그러니까 쉬운 길로 가려고 하지)

"사랑도 서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레벨이 맞아야 할 수 있죠. 첫눈에 반했다 하더라도 관심사가 맞지 않으면 결코 행복할 수 없어요. 이 영화도 말하잖아요. 그와 그녀의 교집합이 하나도 없잖아요.

저런 커플이 현실 속에 있다면 아마 3개월이 채 되지 않아 성격차이로 헤어졌을 거예요."

정곡을 찌르는 현실적인 답변들이다.

독버섯이 아니고는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랑.

 

하지만 우리가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고개를 끄덕여야만 할까?

아프지만 현실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사랑은 정말 그런 걸까?

서로가 맞지 않으면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사랑 때문에 독버섯을 먹기 싫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독버섯을 주고 싶지도 않다.

그런 사랑하고 싶지 않다.

독버섯의 도움이 있어야지만 사랑할 수 있는 서글픈 인생.. 살고 싶지 않다.

 

언젠가 알게 될 독버섯의 정체를 알고 레이놀즈가 느낄 배신감은 이제까지의 사랑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또한 영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그 독버섯은 어쩌면 한 번에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또 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혼생활은 과연 행복할까?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지만,

적어도 그런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아직 세상의 단맛 쓴맛 똥맛까지 보질 않아서 그런 순진한 소리를 한다고 사람들이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옳은 것은 원래 좁은 길이다.

그 좁은 길을 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틀린 길은 아니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것은

독버섯을 써야하나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가 객관적이고도 진지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세이다.

그저 '감정'이라는 것으로 무책임한 전개를 펼치는 것은 좁은 길도 아니요, 옳은 행동도 아니다.

 

영화 속 레이놀즈는 확실히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은 것 같다.

그는 확실히 그녀의 몸매에 관심이 있었지, 그녀와 사랑에 빠지진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프로포즈 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행복한 결혼까지 가기 위해선 어쩌면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하나님이 독버섯을 먹이신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하나님이 하실 일이다.

 

독버섯 요리를 만들어 주면서 미소 짓는 그녀의 표정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닌 이상한 그 무엇이다.

그런 미소.

사랑하면서 짓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또 상대방에게.

I think it’s the expectations and assumptions of others that cause heartache
사람들은 타인의 기대와 (타인에 대한) 추측 때문에 상처를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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