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신념과 갈등[엔테베 작전(7days in Entebbe)]

거니gunny 2020. 1. 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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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가진 평생의 신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깨달았다면,

당신은 그 길을 기꺼이 멈출 수 있는가? 아니면 계속 갈 것인가?

 

@ 스포일러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기존에 여러 번 영화화되었던 [엔테베 작전]이었으나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중립적이고, 색다른 시각의 영화다.

 

 

출처: 영화[엔테베 작전]

 

@ 신념의 변화

 

⓵인질범을 자처한 혁명당원들.

 

“내가 두려운 건 의미 없는 삶뿐이야”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이 인질극에 선뜻 참여한 브리짓 쿨만(로자먼드 파이크). 그녀는 이 인질극을 통해 자신이 믿는 혁명을 이루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 또한 고뇌한다.

이는 같은 독일인이었던 보제도 마찬가지다.

6일째 되는 날, 그녀는 무심결에 우간다 다른 공항까지 터벅터벅 걸으며 자신이 옛날 사랑했던 후안에게 통화하듯 독백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고, “난 틀리지 않았어”라고 위로하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 공중전화가 고장 난 전화기로 드러났던 것처럼, 그녀의 신념도 고장 나 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잡은 총은 더 이상 혁명 군자의 성스러운 칼이 아닌 독일 나치의 독가스와 다름없었다.

 

출처: 영화[엔테베 작전] 이스라엘 워룸

 

⓶이스라엘 총리도 마찬가지. 인질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협상까지도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그의 이런 정치적 견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변하게 되고, 결국 군 개입을 사용한, 제압에 의한 구출작전을 결정하게 된다. 마치 성경에 나오는 빌라도처럼 그의 결정은 그가 원하지 않은 것이었으나, 그의 책임이었고, 피 묻은 결정이었다.

 

출처: 영화[엔테베 작전] Echad Mi Yodea

 

⓷ Echad Mi Yodea (Who is One?)

이 영화에서 꽤 흥미로운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댄스 장면이다.

이 댄스는 이스라엘 구전동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내용 가사는 유대인들이 믿는 유일신 하나님과 그의 말씀을 다룬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 참조. https://en.wikipedia.org/wiki/Echad_Mi_Yodea

그런데 노래와 댄스는 내용이 사뭇 다르다. 혹자는 저 댄스 퍼포먼스가 유대인의 홀로코스트를 담았다고 말하기도 하고,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낙오자를 표현했다고도 한다. 노래가사는 신념과 종교가 가득한 노래인데도 불구하고, 댄스는 그것과 정반대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이것이지 않나 싶다.

“당신이 100% 확신하는 신념이 다른 측면에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100% 확신하는 신념이 다른 이들에겐 큰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질 전원 구출”이라는 희망적인 결말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으로 그려내지 않았다. 마지막 음악이야말로 가장 슬펐고, 잔잔했다.

오히려 이스라엘 총리의 입을 통해 “협상이 없다면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말하며 끝을 맺고 있다.

 

 

 

출처: 영화[엔테베 작전]

 

@당신이 가진 신념을 점검해보라. 그것이 정말 진리인지.

 

브리짓이 말한 대로 “의미 없는 인생”은 참 고달프다.

그래서 우리는 고생하더라도 의미 있는 인생을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이 가진 신념이 만약 잘못된 것이라면? 당신이 믿고 있는 그 신념이 무언가 잘 못 되었다고 깨달았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나요?”

 

고장 난 전화기를 붙잡은 로자먼드 파이크는 혼자서 되뇌고 있었다.

자기가 선택한 것이 옳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양심은 요동치고 있었다. 이 길이 아닌것 같다고.

그러나 그녀는 양심 대신 이제까지 달려온 신념을 선택했다.

 

재밌는 점은 인질범 중 2명은 독일인이라는 것이다.

독일이 자행했던 홀로코스트를 극도로 혐오하면서도, 자신들이 똑같은 짓을 할 수 있다는 긴장감을 영화는 보여준다.

 

과연 우리가 믿고 있는 신념은 100% 옳은 것일까?

그 신념이 혹시 틀리다고 깨달으면 그것을 인정할 용기가 우리에게 있을까?

참 많은 것을 묻고 있는 영화였다.

 

 

 

출처: 영화[엔테베 작전]

 

1. 영화 [엔테베 작전]은 무엇보다 빠른 전개로 시원시원해서 좋다.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인질극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과감히 생략한 채 바로 인질극이 시작된다.

그리고 부족한 스토리는 사이사이에 채워 넣는다.

이것은 작가의 탁월한 구성과 감독의 뛰어난 연출이 빛을 발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보이는 생뚱맞은 댄스 연극은 점점 극에 잘 녹아들었고, 이 엔테베 사건을 바라보는 또 다른 예술적인 연출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2. 무엇보다도 영화의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각자의 외국어를 사용한 것은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혹 그냥 배경만 사실적으로 하고, 영어로 얘기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큰 착각이다.

가령, 임진왜란에 대한 영화를 찍으면서 왜군들까지 모조리 다 한국말로만 해버리면 보는 사람이 느끼는 거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극에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영화 [HHhH]를 봤을 때도 그런 아쉬움은 확실히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팔레스타인 2명과 독일인 2명, 그리고 프랑스 승무원들까지. 영어 이외에도 각자 구사하는 언어가 다양하게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은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도록 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충분히 빛을 발하였고, 극에 대한 몰입을 많이 도와주었다. 승객 중 한 명이 독일어로 “도와주세요(Hilf mir)"라고 울며 얘기할 때 독일 인질범이었던 보제가 그녀를 위로해 준 것은 독일어였기에 가능한 동질감이었고, 중요한 감정 변화였다.

보제 역을 맡았던 다니엘 브륄은 독일에서 자랐기에 원어민답게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었겠지만, 영국 토박이인 로자먼드 파이크가 독일어를 유창하게 소화한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대단했다.

(이스라엘 내각에서 영어로만 회의한 것이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아쉬웠으나, 그들은 실제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리 큰 불편함은 들지 않았다.)

 

3. 이 영화에 등장한 주연배우들은 참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다니엘 브륄은 신기하게도 내가 보는 영화마다 혁명과 관련된 역을 맡는다. 그가 일약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발돋움을 하게끔 도와준 [굿바이 레닌]에서는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혁명을 지지하는(?) 동독인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꽤 최근이라고 생각되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도 어벤져스의 분열을 일으키는 혁명군자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그는 혁명을 꿈꾸는 인질범으로 등장했다. 어째 이런 역할이 그에게 잘 맞나 보다.

 

이제는 수식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로자먼드 파이크.

이 영화에서 가장 심경의 변화를 잘 표현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감독 또한 로자먼드 파이크의 역할에 그런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극의 초반에는 자신의 신념을 100% 확신하며, 이 인질극에 동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갈등하며 고뇌하고 있었고, 마지막 모습까지도 어쩔 줄 몰라 하며 그 고민에 휩싸였다.

그녀의 마지막 결말은 다소 아쉬웠으나, 그것이 또한 실화가 견뎌내야 할 사실이기에 그리 허무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공중전화 씬은 영화가 끝나서도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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