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역시 교수님다운 책! 하암.... [믿는 다는 것]

거니gunny 2020. 1. 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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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믿는다는 것]

 

교수님이 변한 건지, 내가 변한 건지...

 

@스포일러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믿는다는 것]

 

제목이 강렬하다.

믿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다수 포함될 것을 예상했다.

강영안 교수는 영적 선배 같은 분이다.

학생 시절 읽었던 [강교수의 철학이야기]와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철학의 '철'자도 몰랐던 나에게 데카르트부터 시작하는 철학사를 알기 쉽고 명쾌하게 알려주었고,

사도신경에 나타난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라는 이 짧은 구절을 깊이 묵상하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왜 다음 사도신경 2탄이 안 나오는지 정말 아쉽다.)

 

이번 강영안 교수의 책을 고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이 분의 책을 오랜만에 보고 싶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거의 10년 만에 만난 책이다.

예전에 느꼈던 알아가는 것에 대한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두 번째로 그가 말하는 "믿는다는 것"이란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다.

단순히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철학 교수이기에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바랐다.

결론적으로 한 마디만 하자면,

시대가 변했는지, 내가 변했는지 예전에 느꼈던 기쁨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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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조직신학 책이 아니다.

'무엇을 믿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도 이 점에 대해서 앞 부분에 미리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믿음의 현상학,

믿음의 의미,

믿음의 방식을 묻는 책이다.(p.8)

출처 입력

 

 

오히려 책의 핵심은 존 파이퍼의 [생각하라]와 같다.


1. 아는 것과 2.믿는 것, 3.행동하는 것의 유기적 결합.

어느 것 하나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믿는다는 것"이다.


물론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여러 가지 저자가 내놓은 화두를 고민해보고 싶었다.

여전히 철학적 소재를 소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흥미로웠다.

(기독교 서적 안에서 이리도 쉽고 정확하게 철학을 알려주는 이가 강영안 교수 말고 얼마나 많이 있을까 싶다.)

대신, 신학적 깊이를 건드리지 않다 보니 역시 수박 겉핥기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믿음과 행위', '선택과 자유'. 이런 주제는 너무 모호하고, 까다로워서 지금까지도 신학적 논의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무거운 주제를 거론하면서, 신학이 아닌 인문서적의 장르를 가지고서 설명하려고 하다니..

"믿는다는 것"을 신학 없이 얘기한다는 것은 정말 진정한 수박의 참맛을 알려주지 않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신앙인이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책을 보면서 문득 이어령 선생의 책들이 떠올랐다.

항상 이어령 선생의 책을 보면 현란한 지식의 향연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어찌 그리 아는 것이 많은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와 이런 뜻이었어?'라고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잘 모를 때가 많다. 많은 정보로 맛깔스럽게 책을 쓰긴 했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너무도 단순하고 간단하다든지, 흥미는 있었지만 굳이 원하지 않은 정보를 많이 볼 때가 많았다.

 

이 책 역시 그러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치 대학 강의를 들을 때 느꼈던 기시감 같다.

강의를 들을 때 만큼은 정말 유익하다 생각한다. 새로운 학설과 명성이 자자한 학자들의 이름이 나열되면 나도 모르게 배우는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수업 종일 울리고 교실 밖을 나오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 책은 불교와 유교, 그리고 기라성 같은 철학자들의 지식을 간간이 맛보기 형식으로 끄집어내어 독자들의 지식욕을 한껏 충족시켜준다.

그러나 정작 내가 원한 궁금증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고, 기독교 잡지에서 늘 볼 수 있는 모범답안만을 본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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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믿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기독교의 믿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다.

예수가 누구인지는 성경과 기독론(조직신학)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만을 믿으라 하지 않는다.

수많은 약속들이 성경에 있고, 수많은 삶의 원리들이 성경에 담겨져 있다.

따라서 단순히 우리는 예수를 메시아로 믿을 뿐만 아니라 성경에 나타나는 수많은 언약들과 삶의 지혜로 일컬어지는 것들을 믿어야 한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수만 믿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을 나도 해야 하지만 동시에 시편 23편의 약속 또한 믿어야 한다.

 

믿음의 범위가 성경 66권이라면 과연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안 믿어도 되는 것인가?

 

그래서 문자주의자들이 부럽다.

그들은 무조건 원칙을 세우고 성경을 접근하기에 이런 갈등과 고민을 하지 않는다.

성경이 말하는 “믿음”이란 단어를 모두 예수 메시아에 대한 믿음이라 말하진 않는다.

구약에는 의인이 복을 받고 악인이 심판받는 약속의 믿음이 있다. 과연 현실에서 그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예수와 구원에 관한 믿음 외엔(어차피 이 결말은 예수님 재림 때나, 죽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거지만)

나머지 믿음들은 거의 유지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오늘날에는 예루살렘 교회처럼 재산과 소유를 다 팔지도 않고 같이 살지도 않는다.

"에이~ 그건 상황화에 맞게 살면 돼요."

'상황화'라는 이름으로 요즘은 안 지켜도 된다고 말하는 교회들이 정말 많다.

십계명은 지키되, 유월절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아이러니.

예수님은 율법을 완성시키러 오셨다고 했는데, 바울은 율법을 폐기하는 아이러니.

 

우리가 과연 믿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니까 궁금증만 더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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