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사공민, 때로는 너였다가 나였다가. [숨 쉬는 망각]

거니gunny 2020. 1. 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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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숨 쉬는 망각]

 

누구라도 사공민을 만난 적이 있고, 될 수도 있다.

비록 허구지만 마치 내 학창시절을 보는 것 같아서 저절로 몰입하며 책장을 넘겼다.

때로는 정훈의 입장이었다가, 때로는 사공민의 입장이 되기도 한다.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정말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게 된다.

 

나에게도 사공민 같은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심지어 대학생 때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이들에게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려고 노력했다.

애써 나름대로 신앙인으로서(게다가 모태신앙인이기 때문에) 소외된 자들에게 능력껏 최선을 다했고 또 그랬다고 자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사공민을 등진 적도 많았다.

한 번은, 어설픈 친절을 베풀다가 혀를 내두르며 친구가 되기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속으로는 '난 최선을 다했어. 걔는 내 능력 밖이야.'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또 한 번은, 아예 남들 앞에 설 용기가 생기지 않아 사공민과 한마디도 섞지 못한 적도 있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내내 잊혔던 그들의 얼굴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지금쯤 잘 지내고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내가 사공민 같다는 느낌도 든다는 점이다.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난 절대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생활과 혹독한 바깥 환경에 살다 보니 내가 어느 환경에서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부류는 아니라는 걸 종종 느끼게 된다.

그들과 잘 어울리고 싶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깜냥에 좌절하며 속앓이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때문에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공민의 좌절과 소외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그러한 좌절 가운데서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각종 이론들과 신념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으나 사람들로 인해 깊게 베인 상처들.

 

물론 사공민은 사공민만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사공민이 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공민을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더욱 사공민을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다.

무서우니까. 두려우니까.

 

다시 한 번, "Why?"라는 질문을 하나님께 던지게 만든다.

주님, 왜 사공민을 만드셨나요..?

 

 

(이 책은 마치 미투 운동 같다. 누구라도 자기만의 사공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절대로 이런 식의 미투 운동을 펼치진 않을 것이다. '나도 피해자다'라는 주장은 펼칠지언정 '나도 가해자다'라고 고해성사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후회할 과거를 절대 까발리지 않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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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내가 왜 옥성호 씨의 글을 좋아하는지 말이다.

옥성호 씨의 책을 보면 고향집에 온 것처럼 마냥 편하다.

우선 뛰어난 가독성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애써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책을 참 맛깔나게 썼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분명 그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그래서 마치 내 마음을 거울로 보는 것처럼 편안하다.

어서 신약성경 야고보 2부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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