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눈 덮인 스키장에서 펼쳐지는 [눈보라 체이스]

거니gunny 2020. 1. 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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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눈보라 체이스]

 

모든 것이 설원에 맞춰져 있는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제대로 된 수작을 만났다.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이상하게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은 영 흥미가 없다.

나랑 스타일이 안 맞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추리소설을 제외한 소설은 모두 재밌다.

 

지난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그랬고, 이번 [눈보라 체이스]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추리소설가에게 비추리소설만 찾는다는 얘기는 실례가 아닐까..?)

옮긴이의 말처럼, 이번 작품 [눈보라 체이스]는

머리를 싸매고 보는 소설이라기보단,

그저 스키를 타는 것처럼 글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소설에 가깝다.

 

주인공인 다쓰미가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은 맞지만 그리 동정이 가지는 않았다.

애초에 자신이 여러 잘못을 하긴 했다.

물론 살인이라는 중죄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잘못들이지만

크고 작은 잘못들(남의 집 열쇠를 멋대로 만지작거린다든지, 개 목줄을 괜히 갖고 오는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이 모여 살인이라는 퍼즐을 맞추게 한다.

 

소설을 다 보고 나서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다쓰미의 친구 나미카와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다쓰미를 도와주는 걸까?

자기랑 1도 관련이 없는 일인데...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단순히 대학교 동기일 뿐인데, 살인 용의자를 도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선택이다.

과거 나미카와가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조사로 인해 가족이 봉변을 당했다거나 살인자를 그대로 놓쳤다면 이해가 간다. 만약 그런 설정이 조금이라도 깔려 있다면, 나미카와가 경찰에 협조하지 않았고, 오히려 친구 다쓰미를 도와주려는 행동이 훨씬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뉘앙스의 떡밥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같은 시간에 친구와 맥주를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인생을 통째로 걸면서까지 (살인자 일지도 모르는) 친구를 도와주었다는 설정이 크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뭐, 이런 저런 몇가지만 빼면 잘 빠진 기성복같은 소설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없었다.

그저 경찰은 경찰대로 용의자를 쫓고, 용의자는 용의자대로 목격자를 찾는 엇갈린 수고를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스키장을 구경하듯 부담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잘 나온 액션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물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경찰이 우왕좌왕 범인을 쫓으러 다니고, 주인공이 별 위기감 없이 도망하는 설정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과 비슷하지만, 그것보다는 이 책이 훨씬 개연성 있고, 재미있다.

또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를 크게 기대하진 않기 때문에 크게 실망스럽진 않다.

무언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씬을 기대했는데, 그점에 있어서는 아쉽긴 하다.

 

보고 나면 확실히 스키를 타러 스키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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