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당연한 걸 책으로 내는 놀라움[영알남의 여행영어]

거니gunny 2020. 4.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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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알남의 여행영어]

 

'아니, 이런 당연한 상식도 책으로 낸단 말이야??'

200쪽도 안 되는 책이지만 솔직히 종이가 아까웠던 책.

 

책은 각 챕터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저자의 여행담과 소소한 팁을 모은 글이고, 

또 하나는 상황에 맞는 영어 표현 한 두 개 정도다. 

 

미리 말해두지만, 내가 싫어하는 전형적인 '블로그 모음집'이다. (이번 경우엔 유튜브 모음집이라고 해야겠지?)

깊이가 전~혀 없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주제는 산만하다.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내용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뒤에 남긴 유용한 영어 표현도 글쎄... 모르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한 두 마디 안다고 해서 정말 해외여행에서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을까?

영어 표현을 원한다면 차라리 영어 회화책을 사는 걸 추천한다. 

몇몇 문장으로 도움은 되겠지만 영양가로 따지면 오렌지주스에 들어있는 오렌지 3% 먹은 느낌?  

비록 오렌지 3%지만 당당히 "오렌지 주스"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3% 영양가로 책을 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1. 책을 읽었는데 얻는 건 무엇??

 

내가 교만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다른 해외여행 책과 비교해보라. 

최근 봤던 [마케터의 여행법]이 사례일 수 있겠다. 

국내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통찰력을 주고, 내용에 깊이가 있고, 그리고 알짜정보가 있다. 

책을 보고 난 후 '보람'이란 걸 느낀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그런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 

 

왕 왕초보를 위해 썼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다 알만한 얘기들이라서 안 읽고 가도 될 것 같다. 

 

2. 오해 소지가 있는 내용들

 

심지어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발언을 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두 가지만 예로 들자면,  

 

첫 째, "항공권(e-ticket)"과 "탑승권(Boarding pass)"을 구분해서 설명해줬어야 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왕복항공권"이라고만 말하면 안 된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왕초보"를 겨냥해 쓰인 책이다. 

"왕초보"의 레벨에 맞게 쓴 거라면 "왕초보"의 레벨에 맞게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이제까지 나도 적지않게 여행을 다녀봤지만 3박 4일 뒤에 출발 예정인 비행기 탑승권을 미리 받은 기억은 단 한 번도 없다. 

비행기 출발 시간 3~4시간 전에 체크인을 하면 탑승권을 받을 수 있고, 또는 24시간 전에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체크인을 해서 탑승권, 즉 보딩패스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Return ticket"이라는 건, 밑에 보이는 탑승권이 아니라, 모바일로든 종이로든 왕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증명하는 증빙서류를 말하는 것이다. 

 

이 모양이 우리가 말하는 "보딩패스 탑승권"이다. 이 티켓을 "왕복항공권"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저자야 여행을 많이 했으니까 "왕복항공권"이라고 하면 "탑승권"이 아니라 E-티켓이라는 걸 쉽게 알겠지만,

"항공권"이라고 할 때 초보들이 느끼는 인상은

"아... 출발할 때도 왕복 탑승권(보딩패스)도 주는구나..."라고 착각한다. 

출발할 때부터 도착용 비행기 탑승권도 같이 주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가는 비행기 보딩패스만 받게 되면 초보자들은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이 문서가 E-ticket이다. 여정이 나와있고, 승객 신상정보가 기재되어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리턴티켓을 보여달라고 하면 이 종이나 모바일을 보여주면 된다. 

 

확실하게 "E-티켓"이라고 말하든가, 

"A4 용지로 돌아오는 여정이 적혀있는 문서"라고 써 줘야지, 

무턱대고 "왕복항공권이 꼭 있어야 한다."라고만 하면, 그건 초보들에게 '절반만 설명하는'무책임한 발언이다. 

사진으로라도 보여주든가...

 

둘째로, 소매치기에 관한 저자의 팁이다. 

소매치기를 안 당하려면 허름한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라는 말은 위험의 소지가 있다. 
물론 저자 본인은 아무 탈 없이 왔다지만 단순히 비닐봉지를 들고 간다고 해서 소매치기가 관심을 아예 안 가질 거란 말은 위험한 발언이다.

소매치기를 당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많은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소매치기를 해 보지 않은 이상, 누가 소매치기의 대상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조건 후줄근하게 옷을 입고, 허름한 비닐봉지를 갖고 다닌다고 해서 소매치기를 안 당할 거란 발언은 위험의 소지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해외여행 초보들을 겨냥한 책이다. 따라서 초보들이 혹해서 믿게 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이 책만 믿고 비닐봉지 들고 다녔는데, 소매치기당한 사람들이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지?

 

3. 발상의 전환은 좋았어요

말을 하다 보니 내가 너무 안 좋은 얘기만 썼군....

그래도 이거 하나는 확실히 배운다.  

아무리 나한테는 쉬운 정보일 수 있어도 정성스럽게, 참신한 스토리를 통해 알려준다면 유익한 정보로 받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구나.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영어 왕초보가 많기 때문에 이 책을 보고 해외여행에 대한 자신감은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단, 정보를 위한 목적이라면 다른 책을 추가로 보길 추천... 론리플래닛이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를 못 한다.

이유야 한도 끝도 없이 많겠지만 한 가지 내가 느낀 건 "욕심이 많다는 것."  
자신이 배워둔 표현을 충분히 체화하지 않고서, 어디 또 뭐 새로운 표현이 없나 영어 관련 코너를 기웃거린다.   
이미 아는 표현도 제대로 못 쓰면서도 항상 새로운 표현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슬랭도 배우고, 아주 신선한 표현들을 매번 배우려고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쓰는 영어가 아니면 다 죽은 영어인 줄로만 착각한다. 
물론 현지 사람들이 교과서에 없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책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급선무가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표현을 내가 알아듣느냐, 그리고 내가 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저자도 중간에 말했지만, 내가 아는 표현인데도 현지 사람이 말하니까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걸 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단 말이다. 

매번 새로운 표현에만 목말라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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