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아빠의 선한 영향력[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거니gunny 2020. 5. 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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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이제까지 응원했던 아나운서는 딱 두 명이다. 

 

처음 한 명은 이지애 아나운서인데, 군 시절 읽었던 그녀의 글로 팬 대열에 합류했다. 

<좋은 생각>이었나? 군에 보급되는 월간지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책에 실린 이지애 아나운서의 에세이는 참 솔직하고 담백했다. 

 

단순히 공감이 가는 것 이상으로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 사람은 딱 한 명, 손미나 씨다. 

 

손미나 씨의 이름 뒤에 아나운서라고 달기에는 어색한 면이 있다. 

워낙에 하는 일이 많고 다양하기에 직함이 이름을 다 커버하지 못한다. 

 

과거 "미나 공주"로 불리며 전국 고등학교 친구들의 우상이기도 했던 그녀가 돌연 아나운서직을 내려놓고 여행작가의 길을 들어섰을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다. 

 

선입견이긴 하지만, 미래가 보장(?)된 아나운서 직을 내려놓고 홀연히 여행작가가 되었다니..!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었지만 멋져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 후 수년이 흐르고, 우연히 이 책을 보고 나서야 그 사연을 알게 되었다. 

 

왜 승승장구했던 그녀가 갑자기 아나운서직을 내려놓았는지,

왜 여행작가의 길을 걸었는지. 

그 후 행보가 어떠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총평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것이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다.

단순히 정보 습득을 위해 에세이를 읽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개똥철학이 담긴 에세이는 싫다. 
마치 친한 형, 누나가 조언해주듯 여유로우면서도 인생의 방향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책이 좋다. 
나에게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다 보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내 속에 있는 내면의 목소리를 너무 안 들었구나.'

내 목소리는 뒷전이었고, 항상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너무 크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죽음 앞에 그 어떤 것도 장사 없기에, 죽음을 앞두고서도 후회하지 않은 인생을 살고 싶다.

(그래서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를 외친다.)

 

가장 감명 깊었던 내용은 역시나 아버지의 편지다. 

 

정말 멋진 부모님이시다. 나도 커서 진짜 이런 아버지가 되고 싶다.  
아버지는 딸을 인간으로서 존중해주고 있었고, 동시에 부모로서 인생의 방향을 정해주기도 하셨다.

무엇보다도 사랑이 듬뿍 담겼다는 것이 나한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아버지 밑에 있는 딸도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미쳤다 진짜.

 

성경구절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는 구절이 왜 이리도 절절하게 생각났을까.

아버지의 사랑이 듬뿍 담긴 씨가 딸의 옥토 같은 마음 밭에 뿌려졌다. 

이러니 좋은 열매가 안 나올 수가 없지!!

 

이 책을 보면서 내내 부끄러웠다. 
같은 24시간 같은 인생을 사는데 왜 이렇게 다른 인생을 살까?  
매일 시간만 축내는 내 인생과 너무 비교된다. 

정말 도전이 된다. 
아직 나에게 남은 인생이 있다. 
이 남은 인생만큼은 내 안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리라 다짐한다. 

 


P6 
현재만 생각하지 말고 죽음을 앞두고 돌아봤을 때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 

P23 
의학, 법률, 경제, 기술은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이란다. 

P35 
언어를 배운다는 건 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과정이다. 
(욕을 배우는 이유) 


P61 


“자율적 책임”
P61 
단순히 귀가 시간에 대한 문제를 떠나 ‘자율적 책임’에 대한 화두를 던져 주셨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어떤 책임을 지고, 또 어떻게 절제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노력’과 ‘열정’의 의미가 퇴색한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이 인생에 중요한 열쇠인 것은 변함이 없다. 
꿈이 있다면 주저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길을 찾아야 한다. 때때로 뒤통수를 맞기도 하지만,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옮겨가는 발걸음에는 언젠가 행운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 

P97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맞닥뜨렸을 때, 상황을 유리하게 반전시키는 힘은 바로 자기 안에 있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당황하는 대신, 상대와 자기 자신을 치밀하게 분석해 알맞은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미나 이 사람은 상당히 센티멘털한 것 같다.  
어쩌면 풍부한 감수성 덕분에 지금의 그녀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감수성 하나면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와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그녀는 감정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게 중요하다. 

P140
“아가씨, 아직 젊어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내가 인생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주지. 인연이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야. 노력해서 만드는 거야. 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우리의 만남이 진짜 인연으로 이어지느냐 아니냐는 이제 아가씨 손에 달렸어. 잘 가요.” 

—이제까지 수십 년을 ‘운명’이라는 신기루를 믿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게으르고 안일한 생각인지 많아 깨닫는 요즘이다. 인연은 내가 노력해서 만든다는 이 말은 정말 진리다.

P161 
... 저희 멋진 그리스 억양은 오히려 강점이었죠.... 이건 나만의 개성이 될 수 있다 싶었어요. 자신의 약점이나 단점을 자신 있게 드러내면 사람들은 오히려 찬사를 보내게 되어 있어요. 
— 뻔뻔함이라는 동전의 뒷면은 자신감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남녀를 불문하고. 

P244 
‘아직 젊고 열의가 있을 때 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미미하지만 나의 경험과 능력을 나눔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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