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단두대 앞에서 당신의 신념을 시험하라[A hidden life]

거니gunny 2020. 5. 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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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내용 주의!@@@

 

1. 단두대 앞에 놓인 당신.
당신이 믿는 신념에 주목하라. 

그 신념을 내가 정말 확신하고 있는지 시험하려면, 단두대 앞에 걸어가라.

그리고 그 앞에서 신앙고백을 해보라.

 

히틀러도, 죽음도 두렵지 않았던 소리 없는 영웅을 기리며. 

그로 인해 우리는 옳은 것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2. 교회여, 그대는 언제나 시녀다.

 

주교가 성경을 인용하면서 주인공을 다그치는 장면이 정말 흥미롭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 (로마서 13장 1절)
  
옳지 않은 전쟁에 반기를 들어야 할 교회는 오히려 성경말씀을 통해 세속 전쟁을 정당화해주고 있었고,  
급기야 전쟁으로 인한 살인을 고뇌하고 있는 신자에게 "당신은 조국에 대한 의무가 있다"라고 훈계하기까지 한다. 

고대 중세 시대를 초월해 21세기가 되었을지라도 변하지 않는, 그 절대적인 선을 가르쳐야 하는 교회는 오늘까지도 정치에 휘말리고, 세속 사상에 잠식되어 있다.  
성경말씀은 그들 정치놀음에 즐거움을 주는 딜도 역할을 할 뿐이다.  

심지어 교회가 권력을 장악했던 중세시대에서도 신앙은 언제나 시녀였다. 

 

 

영화는 성당 행사(성체 축일)를 위해 마을을 행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 그들은 히틀러 전쟁에 기꺼이 참여하고서는 저렇게 '즐겁게' 축일을 즐긴다.  

'전쟁이 정말 옳은가'에 대해 걱정은 조금 되지만, 어차피 교회가 맞다고 해주지 않은가?!
역겹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세속의 시녀 노릇을 하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계속 나타난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안 믿는 게 솔직한 거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

 

3. 오늘도 미소 짓는 쇼펜하우어.

 

영화를 보는 내내 쇼펜하우어가 생각났다. 

마치 사진 속 표정에서 키득키득 웃으며 한 마디 하는 것만 같았다.

"거 봐, 내 말이 맞지?!"

 

 

쇼펜하우어는 그의 책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삶은 맹목적인 의지로 가득 차 있다"

그럴듯하게 합리적인 것 같아 보여도 인간의 이성은 맹목적 의지를 이길 수도 없고, 간파해 낼 수도 없다. 

 

이성은 그저 의지가 가는 데로 따라갈 뿐이다. 오히려 의지의 도구로 쓰일 뿐이다.

영화 속 히틀러의 연설을 보라. 

전쟁을 하려고 온갖 사탕발림 연설을 한다.

인간의 양심과 이성은 전쟁에 대한 의지에 노예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교회까지 나서서 전쟁의 정당성을 내놓는다. )

 이것이 250년 전 쇼펜하우어가 꿰뚫어 본 인간의 본모습이다. 

 

 

"그들은 진실과 싸우지 않아. 그저 무시해 버릴 거야" 

무서운 말이다.  

 

4. 하나님은 이런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영화 속 카메라 시점이 상당히 독특하다.  

 

 

이제껏 보지 못한 독특한 시점에 배우의 표정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치 신이 인간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 을 받는다.

 

과연 신은 인간이 전쟁을 할 때 무슨 생각으로 그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셨을까?

양심에 울부짖는 프란츠의 기도를 들으시고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5. 진정한 영웅, 프란츠

"Heil Hitler!

 Pfui Hitler!"

 

그는 히틀러를 찬양하는 인사 조차 하기 싫어했다. 

이 전쟁에 대한 명분이 없음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남들이 “하일 히틀러!”라고 인사할 때, “푸이 히틀러(히틀러 반대)”라고 말한다.

그냥 말 한마디일 뿐이었지만, 그는 마을에서 왕따가 된다. 심지어 가족까지도 놀림을 받게 된다. 

 

그는 양심이 소리친 것에 귀를 기울였다. 

이 전쟁은 정당한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이 핍박을 받아도, 

자신이 감옥에서 말도 안 되는 싸이코한테 구타를 당해도, 

아닌 건 아닌 거다. 

히틀러에게 맹세할 수는 없다. 

 

6. 이 영화의 숨은 하이라이트 

이 영화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영화 마지막에 나온다. 

 

 

단두대를 보았을 때, 내 눈은 동그래졌다. 
영화인걸 아는데도, 뒷목이 차가워졌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당장에라도 내 신념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소설 [1984]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절망감을 잠시나마 느꼈다.  

 

단두대가 있기에...

프란츠의 신앙은 진짜였음을 알게 된다. 

단순히 구타, 감옥 정도가 아니라, 

내 목이 두 동강 나는 상황 앞에서도 신념을 지킨 프란츠는 진짜다. 


신념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신앙이란 무엇일까? 
그 신앙이 진리냐 아니냐를 떠나,

그 신앙을 위해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교자들의 불굴의 의지는 정말 칭송받아 마땅하다.  

 

7. 이 영화의 유일한 약점..
영어를 꼭 했어야만 했나?

배우들도 다 독일어 하는 배우들인데...

심지어 브루노 간츠까지 나와서 깜놀했다. 

감독도 영어를 쓰고, 연출진도 아마 영어가 편했을 것이다. 

이해는 간다. 하지만 보는 내내 독일 사람이 영어를 써서 답답했다. 


 

코로나로 인해 강력한 정부 감시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지금, 생각해 볼만한 영화다.  

 

올더스 헉슬리의 예언이 틀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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