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낙하산은 생명줄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거니gunny 2020. 8. 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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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인생의 법칙] - 조던 B. 피터슨

 

@스포일러 주의! @

 

공중에서 낙하하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낙하산이다. 

그 어느 누구도 "낙하산은 구속이자 통제야. 나는 선택하지 않겠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낙하산은 우리 몸을 통제하는 규제가 아니라 생명줄이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어떤 규제와 전통도 용납되지 않는 무법의 시대. 

심지어 낙하산 같은 필수적인 요소들도 버리기를 강요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뭐든지 인정해버리고, 전통은 죄다 갖다 버리는 "혼돈의 시대"다. 

 

그러한 가운데 그 혼돈(Chaos)에 대한 해독제를 조던이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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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유튜브에도 많이 나오는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고, 특히나 래퍼 스윙스가 "인생의 책 추천"이라고 하길래 더욱 궁금해졌다.

(왜 스윙스가 이 책을 좋아했는지 알 것도 같다. 스윙스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 포즈들은 그냥 나오는 포즈가 아니었다.

일종의 세상을 향한 선전포고요 내가 바로 승자라는 무언의 선고인 것이다.)

 

 

1. 심리학이자 철학인 책. 

조던은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인생의 법칙을 말하기도 하지만 상당히 철학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생각이라 여겨지는 것은 주로 자기비판이다. 진정한 경청과 마찬가지로 진정한 사고도 드물다. 생각하는 행위는 자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무척 어렵다. 진정으로 생각하려면, 당신은 동시에 적어도 두 사람 역할을 해야 한다. 둘의 의견이 충돌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
허수아비 같은 보잘것없는 아바타들을 세워 둬서는 안 된다. 허술한 허수아비들의 논쟁은 생각이 아니라 사후 합리화일 뿐이다. P344

"사후 합리화"하니까 생각나는 철학자가 없는가?

그렇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맹목적 의지에 질질 끌려다니는 이성이다.

그런데 조던은 이 맹목적인 의지를 이성으로 물리쳐보자는 말을 하고 있다.

염세적인 쇼펜하우어와 다르게 조던은 세상을 직접 물리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렇듯 책 곳곳에서 철학적인 관념과 심리학적인 방법론이 서로 만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유익한 책으로 느껴진다. 

 

2.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는 책. 

 

“어차피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당신입니다.”

세상이 죄가 없는 것이 아니다. 분명 억울한 환경이 있고, 내 탓이 아닌 세상 탓인 경우가 있다. 

조던도 그것을 아예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세상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반듯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한 섣불리 내담자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절대적으로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조던의 이런 자세가 정말 마음에 든다. 이것이야말로 상대방이 존중받고 있다는 증거다. 

사람들은 의지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카리스마 넘치고, 방향이 분명한 사람이 알려준 대로 가야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속임수다. 

어떤 이론도 완벽하지 않다.(모든 이론은 회색이다.-파우스트)

수많은 이론과 방법론이 있는데 “이것이 옳다”말할 수 없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성공의 왕도다.

고객을 내 이론의 아바타로 보지 말라. 온전히 그 사람 있는 모습 그대로 보라.

 

3. 심리학의 내부자, 조던 피터슨

 

프로이트를 어설프게 공부한 심리 치료사들은 거의 모든 마음의 문제를 성적 학대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괴로워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어설픈 심리 치료사들은 뭔가를 찾아내려고 과잉 반응하고 편향되게 해석한다. 어떤 사건은 지나치게 과장하고, 어떤 사건은 경시한다. 자신들 이론에 맞게 사실을 가공하고 다듬는다. 내담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확신을 심어 주며 기억해 내는 문제만 남았다고 설득한다....그런데 그들이 기억해 내는 것이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사건인 경우가 적지 않다. 무고한 사람들을 비난한 것이다.

내부자 고발 같은 느낌?이 든다. 

조던 피터슨이 역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솔직함과 당당함에 있다. 

심지어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심리학 조차 잘못된 통념이나 고정관념이 있다면 여지없이 비판한다. 

페미니스트들이 조던 피터슨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었다.

 

4. 뼈 때리기의 달인

 

그런데 왜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것일까? 성공을 규정하지 않으면 실패도 규정되지 않는다. 성공을 명확히 규정하면 성공이 불가능해질 염려가 있고. 실패를 규정하지 아니면 실패하더라도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아도 실패는 실패다. 순진하게 이 등식을 믿는다면 당신은 자신의 삶에 대한 끝없는 실망과 자기 비하 그리고 세상을 향한 증오심을 떨쳐내지 못할 것이다. P386

 

참 뼈 아픈 얘기다. 우리가 세상 탓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내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심리학이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정신과 의사랑 얘기하는 이유는 하나다. 환자가 자신이 겪은 것을 뚜렷하게 인식하기 위해서다. 환자는 자기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말함으로써 ‘어라? 이런 문제가 있었네?!’ 자신도 모르게 깨닫게 된다.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해결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문제를 명확히 밝혀내는 것이 이들의 첫 목표이자 치료의 시작이다.

문제의식이 해결의 모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옳은 시작점은 맞는 것 같다.

문제를 회피하지 말자. 내 안의 용을 빨리 인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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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점들...

 

1. 성경을 신학 없이 읽으면 벌어지는 사태...

조던은 곳곳에 성경구절을 인용한다. 창세기 이야기들, 예수님의 설교 구절들.

하지만 조던은 성경을 문학적으로만 접근해서인지 상당히 적용점들이 조악하고 비논리적이다. 

예를 들어, 2장에서 창세기를 토대로 인간의 존엄성, 자아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아니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어떻게 인간의 자아와 연결이 되는가??

창세기 저자가 정말 인간의 자아를 말하려고 아담과 하와를 얘기했을까?

창세기를 해석하면서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니...;;; 전혀 와 닿지 않는다.

 

2. 계속 나만 바꾸래...

 

앞에서 칭찬했던 점이지만 동시에 반대하는 점이기도 하다. 

바깥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를 뜯어고친다는 발상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구라도 문제가 밖에 있음을 아는데 “너만 변하면 다 좋아져”라고 속을 긁고 있다.

분명 A잘못인데 내가 변해야 한다니... 누가 심리학자 아니랄까 봐 맨날 문제 해결을 나에게 찾는다.

 

불의에 항거하는 것은 상당히 거친 공격이다.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거친 행동 중 하나다. 내 불만을 표시할 때 일어나는 온갖 불편한 관계들이 있다.

하지만 역사는 이런 항거가 정의를 구현하는 것임을 잘 알려주고 있다.

앞으로의 삶을 저자가 말한 식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할 말은 하고 사는, 불의에 대항하는 사람으로 살리고 싶다.

 

차라리 로버트 그린처럼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게 나을 듯하다. 

 

3. 편집하는 법을 배우세요...

 

아니, 모험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에서 남녀 차별이야기가 왜 나오나??

이 작가는 이렇게 항상 곁길로 새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핵심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하도 곁가지 이야기들도 많아서 읽는 내내 피곤하다. 

아이가 스케이트 타는 걸 얘기하면서 마르크스 사회주의까지 나온다;;;

이건 너무 갔다고밖에 할 수 없다. 물론 아예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챕터에 장황한 이론들을 다 집어넣으면 독자는 자기가 뭘 알아야 할지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조던은 편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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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2,3번은 더 읽어야 할 책. 

 

어떤 책은 한 번만 읽어도 시간 낭비하는 느낌이 든다.

반면 이번 책은 정반대다. 읽을수록 얻는 것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인생의 방향까지 올바르게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조던 피터슨은 과거에 내려오는 인간의 규율과 도덕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특이한 사람이다. 상대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 판치는 이 시대에 제거의 대상이었던 과거 전통을 계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수천 년간 이어져온 인간의 발자취가 그가 가진 증거물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대 주의자들과 이데올로그들은 주장만 있을 뿐 증거가 없다. 나오는 증거들이라고는 고작해야 스탈린의 공산 지옥, 독일의 나치즘, 소련의 붕괴, 북한의 삼대세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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