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아리스토텔레스 등장?![소울] 디즈니

거니gunny 2021. 1. 3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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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에서 방황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영화

 

 

디즈니는 더 이상 유아 동화 제작소가 아니다. 

(오히려 '어린애들이 이걸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나?' 하는 걱정도 든다.)

이번 장편 애니메이션 [소울]도 아이들보단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참 격세지감이다. 

불과 십 년 전만 하더라도 무한의 긍정을 가르치며

"넌 할 수 있어! 짜잔~~~~"하고 감동을 선사했을 디즈니였는데..

 

그랬던 디즈니가 갑자기 태도가 탈룰라급이다. 

(개인적으로 [인사이드 아웃]부터 뭔가 바뀌고 있는 듯하다. 아주 현실적으로.)

 

이번 영화 [소울]도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주는 영화다. 

어린 시절 '무엇인가 되고 말 거야!'라는 꿈을 가진 젊은 청년이 있다. 꿈을 향해 달리지만 냉정한 현실은 그를 무릎꿇게 만든다.
그때 조이가 말한다.
'재능이 없어도 괜찮아. 무언가 큰 사람이 되어야만 의미 있는 건 아니야. 삶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라고 위로를 건넨다. 

 

 

 

*이 영화를 플라톤이 싫어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이데아'를 말하며, 우리는 모두 '이데아'를 꿈꾸며 살아간다고 가르쳤다. 

누구든지 자신만의 '이데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걸 찾아내서 살아간다면 가장 행복할 거라고 격려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이데아를 찾기 위해, 마치 파랑새를 찾는 것처럼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런 꿈이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우린 좌절한다. 

 

이데아를 못 찾은 삶이란???

마치 내 삶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이데아가 없는 삶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좌절한다. 

하지만 영화 [소울] 속 주인공 조이 가드너는 말한다. 

'이미 우리 안에 이데아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모든 물체는 질료와 형상이 모두 있다'는 놀라운 반전을
애니 속 조이가 피아노를 치며 말한다.

그렇다. 더 이상 이데아를 찾으려고 마음 고생할 필요가 없다.

 

* '죽음'을 함부로 다루면 안 되는 이유

 [소울]에는 위로와 감동이 있다.
거기에 귀를 호강시키는 재즈의 선율도 있다.
다 좋다 이거야.
근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코코] 죽음 이후 내세를 아주 코믹하게 그려낸 디즈니 영화

 

2017년 개봉한 디즈니 영화 [코코]가 문득 떠오른다.

'죽음'이라는 인간의 가장 무거운 주제를 애니메이션으로 말했던 영화였다. 

 그때도 느낀 거지만, 죽음과 내세를 다룰 때는 주의해야 한다.

죽음과 내세는 우리가 겪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력과 특정 종교성(믿음)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영화 [코코]에서는 멕시코 고유의 민간신앙이 깔려있었다.  

죽음 이후에도 혈연 전통이 이어진다는 설정이다. 이것을 통해 "혈연의 영속성"을 은연중에 가르친다. 

 

[소울]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이승과 저승을 마음껏 오갈 수 있는 영매(Psychic)가 등장!

심지어 주인공 존 가드너도 피아노를 치니 갑자기 저승으로 날아간다. 

이런 식의 설정은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런 설정 자체가 100% 종교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 여기에 무슨 종교가 들어가요~~'라고 하지만 

죽음 이후에 내세가 있다는 것 자체가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다.

거기에 영매까지 나타나는 설정은 특정 종교가 아니면 말할 수 없는 설정이다. 

 

이걸로 디즈니가 어린이들을 정신개조를 한다고 볼수는 없다. 하지만 유아들이 이런 걸 볼 때 내세를 왜곡되게 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나 "디즈니 음모론"이 성행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디즈니가 "오비이락"을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디즈니는 그런 걸 신경도 안 쓰겠지만)

 

 

네이버 영화 페이지

 

*현대인의 고민을 반영하는 [소울]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관객, 평론가 모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긍정'과 '목적'이 판치는 사회다. 

'내 재능은 'OOO’니까 조금만 고생하면 빛을 발할 거야!'

'난 목표가 뚜렷한 사람이야! 난 ‘OOO’를 위해 태어났다고!!'

그렇게 언젠가 완성될 완벽한 나를 꿈꾸며 현재를 희생한다. 

 

그런 무한 '긍정'이 오히려 현대 인간을 죽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피로사회](한병철 지음)라는 책까지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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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어떤 삶도 무의미한 것이 없음을 깨닫는다면 이 영화는 그 사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너무 꿈 없이 사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꿈만 좇는 삶도 문제다. 

 

과연 나는 내 삶 자체로 만족하며 살고 있을까?

 

이 영화를 다 보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재즈를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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