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가장 일본스럽게, 선택과 집중![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거니gunny 2021. 2. 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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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 : 무한열차]

 

 

 

'이게 무슨 일이지???'

어리둥절했다.

 

지난주 네이버 영화 순위 1위였다가 현재는 네이버 영화 2위가 된 

재패니메이션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아무리 봐도 아이들 만화인 데다가, 

"귀멸"이라니... 괴물 나오는 거 아니야??

 

그런데 이거 왠열?????

 

 

 

평점이 어마어마하다. 

요즘은 코로나 19 때문에 댓글 알바도 없을 텐데...

 

'그래... 덕후들이 또 의리로 N차 관람하니까 평점이 높을 거야...'

 

그런데 아닛~???!!~!!!!

 

 

이동진 평론가의 별점이 심상치않다. 3개하고도 1/2이라니!!!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이 영화에 별점을 3개 반이나 주었다. 

 

게다가 심상찮은 일본의 흥행성적. 

19년 만에 난공불락이었던 1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흥행을 넘어섰다는 소문이다. 

([센과 치히로...] = 약 320억 엔 //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 약 330억 엔)

 

결국, 못 참고 이 시국에 보고 옴. 

 

 

한 마디로 미쳤다. 이 애니!!

 

모두가 같은 느낌 아닐까?

주인공 "탄지로" 보러 갔다가 다들 "렌고쿠"에 푹 빠지는 놀라운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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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이번 극장판은 절대 흥행할 수 없는 조건이다. 

 

왓챠에서 TV판을 볼 수 있다.

 

첫 째, 이 영화는 TV판 26화를 보고 난 후 봐야 알 수 있는 2부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OTT 왓챠에서 귀멸의 칼날(19세 이상, 피, 잔인한 장면이 많다) TV판을 미리 봤기에 망정이지

안 보고 극장판 봤으면 낭패 볼 뻔했다. 

 

극장판이라고 해서 앞부분에서 짧게 캐릭터 설명해주지도 않고, 주인공한테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명탐정 코난]처럼 유명한 만화도 아닌데 이렇게 불친절한 전개는 처음 접해본다. 

 

TV판을 안 보고 극장판을 본 사람들은

그냥 막무가내로 아이들이 기차에 뛰어들고 나서 괴물이랑 막 싸우니까 당연히 지루할 거다. 

 

둘째, 장르 자체가 너무 보편적이지 않다.

검객이라는 설정에다가 징그러운 괴물을 무찌른다는 스토리. 

소재 자체가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흥행할 수 없는 스토리다. 

칼 액션을 좋아하는 연령층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절대로 흥행할 수 없는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하고 있다니 놀랄 노자다.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TV판과 극장판을 모두 본 사람으로서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1. 작화력 무엇! 액션씬은 정말 안구정화!

이동진 영화평론가도 말했지만 이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주먹 불끈 쥐게 하는 액션씬에 있다. 

"갈아 만든 액션"이라는 표현이 정말 맞을 정도다. 

스토리를 떠나서 이런 신선한 액션은 처음 본다. 

 

칼 한 번 휘두르는데 온갖 자연이 다 나온다. 

불이 튀어나오고, 물이 튀어나온다. 

주인공이 검을 휘두를 때 물보라가 이는 상상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게다가 물보라 볼 때마다 엄청 청량감이 느껴진다. 주인공 검을 정말 써보고 싶을 정도로!)
원작이 뛰어난 건지, 애니 제작팀의 인내의 산물인지 몰라도 정말 대단한 검술 장면이다. 

(가끔 UFOTABLE을 찬양하는 댓글들이 많은데 저 제작팀이 엄청 유명한 제작팀인가 보다.)

 

가끔씩 CG도 보였다가 익살스러운 2D 만화체도 보였다가 아주 안구정화를 제대로 했다. 

 

 

 

옛날 슬램덩크를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느낌이 아닐까?

슬램덩크처럼 액션씬에서는 '우와~~~!' 할 정도의 화려한 그림을 감상하고
싸우지 않을 때는 한없이 귀여운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긴장을 풀어준다. 

단짠단짠 같은 맛이랄까? 


스토리는 둘 째치더라도, 모두 액션씬에서 후회가 없었을 듯하다. 


2. 철저하게 일본스러운 애니. 

 

이 애니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애니메이션이 "진격의 거인"일 것이다. 

닮은 점이 많다. 

 

주인공이 원수로 인해 가족이 살해를 당하고, 복수를 다짐하고, 

철저하게 훈련받는다. 

한 부대의 일원이 되면서 동료와 선배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 성장한다. 

 

TV판을 보면서도 "진격의 거인"을 정말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었으니, 

배경이다. 

[귀멸의 칼날]은 어설픈 유럽이 배경이 아니다.

철저하게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그 안에 쓰이는 모든 소품들이 일본을 연상케 한다.

가면도 의상도 일본풍이다. 

검을 사용한다는 점도 일본 사무라이를 연상케 한다. 

 

배경이 다이쇼 시대라면 충분히 총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들은 총보다는 검을 선택했다. 

가장 일본스러운 만화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철저하게 일본의 이미지를 담았기에 한국 사람인 나로서는 상당히 이국적이고 신비로웠다. 
한국인도 흥미로웠는데 하물며 일본인들은 이 애니에 얼마나 열광했을까!!

한국이 영화 [기생충]을 보며 자랑했듯이 일본은 이 애니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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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클리셰가 오히려 강점이 됐다. 

 

화려한 액션신을 제외하고 스토리만 보면 상당히 심플하고 단조롭다. 

분명한 선과 악의 싸움. 

그리고 싸우면서 성장하는 주인공. 

(일본 특유의 오버하는 대사들까지)

 

하지만 오히려 이런 클리셰가 있기 때문에 이 애니는 흥행한 것으로 보인다. 

복잡하고 머리 터지는 설정.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설정을 했다면 액션씬에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본 [귀멸의 칼날]은 스토리가 단순했기 때문에 극도의 집중을 할 수가 있다. 

 

스토리는 단순화시키고 각각의 캐릭터들의 능력에 초점을 더욱 맞췄다. 

 

개인적으로 이 애니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건 주인공이 가졌던 초능력, 즉 냄새를 맡는 능력이다.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냄새로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신뢰의 냄새. 
배신의 냄새. 
사랑의 냄새. 
연민의 냄새. 

추상적인 감정과 느낌을 냄새로 맡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치 시인 같다. 

 

이렇듯 스토리는 최소화시키고 캐릭터의 능력에 스토리를 커버했다. 

캐릭터가 재밌다 보니 오락실에서 즐겨보았던 "사무라이 쇼다운"을 보는 느낌까지 들었다. 

 

[귀멸의 칼날]보는데 사무라이 쇼다운이 왜 생각이 날까?

 


최근 소울이란 영화를 봤지만 
같은 애니메이션인데 이렇게 다른 장르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4. 묵직한 교훈까지 선사한다. 

TV판도 그렇지만 극장판은 확실한 교훈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도와야 한다는 교훈. 

실력을 쌓지 않으면 억울해도 당하고만 살아야 한다는 교훈. 

동료라는 존재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하는 교훈. 등등. 

 

강렬한 칼춤과 선홍빛 피를 보고 난 후 말하는 교훈은 

그냥 말하는 교훈과는 무게가 다르다. 

온몸이 찢기고 죽음이 찾아올 때 했던 그 한 마디로 관객들은 눈물을 흘린다. 

 

특히, 극장판 마지막 부분에서 렌고 쿠의 주마등은 모두가 눈물을 훔칠만한 감동이었다. 

 

이 극장판을 본 청소년들은 분명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교훈을 애니를 통해서 배울 것이다. 

실력을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주인공과 동료들은 요행이나 운을 바라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신의 개성을 극대화시키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이 이걸 보고서 탄 지로처럼 인생 찐하게 살고자 다짐하지 않겠는가?!

 

아쉬운 점 : 딱 두 가지.

 

 

첫 째, 잔인함이 좀 지나치다. 

당연히 괴물과 싸우는 검사 만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검사들이 죄다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애들이고, 

이 애니를 보는 연령층도 상당히 낮을 것인데 상당히 잔인하다. 

양날의 검인 것 같다. 

액션씬이 대단한 만큼 튀어 오르는 잔인함도 크다. 

단지 혈흔이 낭자한 거 보기 싫은 사람, 목이 잘리는 잔인함을 굳이 돈 주면서 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불호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 이렇게 잔인한데 왜 이렇게 크게 흥행했을까...? 이것도 참 미스터리다.)

 

둘째, 일본 특유의 오버스러움이 역시나 묻어나 있다. 

당연한 소리를 필요 이상으로 소리 지르며 말하는 대사들. 

자결을 통해 깨어나고자 하는 극단적인 행동들. 
다이쇼 시대, 그러니까 일본 가미가제가 떠오를만한 행동을 주인공이 하기에 섬뜩하기도 하다. 

(TV판에서는 농담으로 '할복'하라는 말까지 나온다.;;;;)

오버스러움이 너무 짙게 드러나면 거부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조금은 오버스러움을 자제한다면 훨씬 더 감동적이고 만족스러운 감상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혀 영화 본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애니였다. 

제발 바라기는, 애니화가 만화책 끝까지 이뤄지길 바란다. 

물보라 치는 애니메이션을 계속 보고 싶어서 그렇다. 

 

사무라이의 나라 일본. 

가장 일본스러운 소재로, 가장 일본스럽게 만든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주인공 탄지로처럼 사람의 냄새를 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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