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런 책이 진짜 책이지.
맨날 블로그식 책만 보다가 김영하 작가의 책을 보니 느낌이 완전 다르다. 뇌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가벼운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지만
글의 무게감은 여느 철학책보다 무겁다.
알쓸신잡에는 워낙에 좌파진영 사람들만 나오다 보니 즐겨보진 않았다.
(김영하씨도 책에서 보니 과거 사회주의를 열망했던 흔적이 있었는데, 뭐 대놓고 정치색을 띄진 않으니 패스)
우연히 김영하씨가 나오는 장면을 봤는데
첫 인상이 나름 강렬했다.
말하는 논조나 흐름이 엄청 깊고 우아했다.
사람이 말을 저렇게 우아하게 할 수 있구나를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그 사람의 여행이야기라 기대가 됐다
여행에 관한 자기 경험담을 얘기하는데
온갖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쏟아진다.
글 읽는 게 재밌다는 느낌을 참 오랜만에 가졌다.
중공이야기, 그리스신화 이야기, 뉴욕 이야기 등등
가만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로 풍성했다
작가라는 직업때문에 글을 잘 쓴다고 보긴 어렵다.
작가 중에서도 정말 재미없는 책들이 많다.
그런데 김영하씨의 책은 정말 흡입력이 있고 재밌다.
무엇보다도 재밌다. 이웃 동네에 지식이 뛰어난 형을 만난듯한 느낌이 든다.
에세이기 때문에 스토리는 없다.
손미나 씨의 에세이에 이어
김영하씨의 에세이집을 본 건데
둘 모두 실패하지 않은 것 같아 기쁘다.
다만 살짝 아쉬운 게 있다면
글 내용을 읽다보면 알게 모르게 자격지심이 든다고 해야하나?
솔직한 글인데 되게 나랑 동떨어진 삶이란 생각도 많이 든다. 누구나 동경하는 뉴욕에서의 삶을 꽤 오래 살고, 이태리에서 3개월 여행마음껏 하는 작가를 보며
서민의 삶은 아닌데 되게 서민인척 하네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자격지심이 있어서 그러는거겠지?
오늘 나는 여행자인가 아니면 정착주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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