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비포 에브리씽 [보이후드]

거니gunny 2021. 11. 2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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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비포 시리즈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인생을 담은 영화를 또 만들었다.

2002년부터 12년 동안 무려 12년 동안 찍은 "인생영화"

비포 선셋이 2004 개봉했고, 

비포 미드나잇이 2013년 개봉했으니까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찍는 내내 이 영화를 준비한 것이다. 

작품도 뛰어났지만 그것을 떠나서 그의 장인정신은 그야말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https://tv.naver.com/v/217861

 

<보이후드> 메인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tv.naver.com

감독은 인생을 영화로 만들 줄 아는 감독인 것 같다. 

 

비포 시리즈도 사실 인생을 다루는 영화에 가깝다. 

[비포 선라이즈]는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영화이지만 후속작 [비포 선셋]과 [비포 미드나잇]을 보면 

단순히 사랑 영화가 아닌 인생을 다루는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영화 [보이후드]역시 인생을 통째로 넣어버렸다. 

 

이 영화를 보면 총 세 가지 관점에서 플롯을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어린 주인공 메이슨의 성장관점. 

또 하나는 언니 사만다의 성격 변화.

마지막으로 부부의 세계.

1. 처절한 엄마의 세계, 그리고 마지막 통곡

 

영화는 6살 메이슨으로 시작한다. 스토리의 주도권이 전적으로 부모에게 있는 시기다. 

젊은 시절 실수(?)로 인해 아이를 낳고 헤어진 커플. 

양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채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엄마가 되어버렸다.(그러고 보니 영화 속 이름도 그냥 "엄마"로 나온다)

간간히 아이들을 만나러 오는 대책 없는 아빠. (그래도 맨 마지막에 메이슨의 졸업식에 찾아온 것을 보면 그나마 나은 놈이다.)

이렇게 그들은 삐그덕하게 육아생활을 시작한다. 

 

이 여자의 삶이 참 기구하다. 

싱글맘으로 힘겹게 살아가며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는데도,

자기 꿈은 포기하지 않고 슈퍼맘으로 살아간다. 

그 와중에 미친 교수 새끼를 잘못 만나 씨게 고생을 하지. 진짜 욕이 튀어나올 개 같은 놈이다.

 

그렇게 열심히 인생을 살아간 그녀. 

그래도 그녀는 사랑을 갈망하며 여러 남자를 만나본다. 

그리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가도록 뒷바라지를 헌신적으로 도와준다. 

 

그런데!

마지막 그녀의 통곡은 충격이었다. 

 

아이들을 독립시키는 가장 후련하고 시원할 순간에 그녀는 이유모를 허망함을 느낀 것 같다.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난 오히려 그녀가 더 홀가분할 줄 알았다. 노심초사 자식 걱정 안 해도 될 테니 말이다. 

(미국은 대학교 진학하는 나이면 "독립"이라고 여긴다. 우리나라처럼 무늬만 독립이 아니라, 진짜 "독립"이다.)

 

완벽하게 그녀의 눈물이 이해 가는 것은 아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편으로는 또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 이 여자에게 좀 더 반듯한 남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변태 새끼 말고, 

군대 새끼도 말고, 

자유분방해서 사고 치고 떠난 새끼도 말고. 

 

비록 영화지만 그 엄마에게 내가 말해주고 싶었다. 

 

"수고 많았어요 엄마."

 

2. 인간은 변하고 또 변한다. 발랄했던 그녀가 이렇게 성장하다.

 

누나 사만다는 정말 귀여운 캐릭터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씬스틸러는 바로 사만다이다!

게다가 "Oops I did it again" 댄스라니!! (이 장면 보고 진짜 빵 터졌다.ㅋㅋㅋㅋㅋ)

 

이랬던 그녀가!!!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말수가 적어지더니 예전 발랄했던 성격이 아예 사라지고 없어져버렸다. 

 

이사하는 순간에도 우편함에게 작별인사를 하면서 엄마를 돌려 깎았던 말괄량이 딸이었는데...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고 나서는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내성적인 소녀가 되어버렸다.

메이슨이야 워낙에 처음부터 조용조용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얼굴만 우락부락해지고 성격의 변화는 크게 못 느꼈다. 

반면 사만다는 너무 180도 변해버려서 좀 서글픈 생각도 든다. 

딸은 원래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여담으로, 사만다 역을 맡은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다름 아닌 이 영화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딸이라고 한다!

 

영화 마지막까지 정말 최고의 역을 선보여준 사만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의 미래는 분명 더욱 행복할 것이다. 

 

3. 성장하는 메이슨, 그것을 도와줘야 하는 우리들. 

도화지 같았던 메이슨

메이슨은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가장 수동적인 인물이다. 

그가 성장하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 친구들로 인해 그의 인생은 계속 바뀌고 또 바뀐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교육이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준 메이슨이다. 

특히, 암실에서 나눴던 3분의 짧은 상담은 메이슨의 미성숙함을 성숙의 길로 접어들게 한 결정적인 장면으로 생각한다. 

 

이제껏 살면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않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70억 인구 중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인생의 조력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엑스트라에 가까운 단역이었지만, 메이슨 말고도 누군가의 한마디에 인생이 바뀐 사람이 또 있다. 

멕시코 출신 배관공이 그 주인공이다. 엄마의 진심 어린 충고 한마디로 그는 배관공으로 평생 사는 것을 거부하고 대학교에 진학해 식당 지배인까지 오르게 된다. 

"점심값은 걱정 마세요. 제가 쏠게요. 제가 드릴 최소한의 표시예요." 캬~ 

(약간 인위적이고 클리셰 같아 보였지만 ㅎㅎ)

 

70억 명의 메이슨.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누구라도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나는 과연 어떻게 유년시절을 보냈을까? 

행복했을까? 불행했을까? 

내가 재수 없다고 주먹질을 했던 고학년 선배 새끼는 잘 지내고 있을까? 

매번 바뀌는 절친들. 

평생을 함께 할 것만 같은 사람들이 몇 년 후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채운다. 

인생은 참 덧없고, 답 없다. 

 

[보이후드]야말로 비포 시리즈의 또 다른 인생영화다. 

한 사람의 12년의 성장기를 매년마다 볼 수 있는 영화는 이제까지 단연코 없었다. 

"비포 에브리씽"을 보는 듯한 영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이 감독의 다른 작품들이 급 궁금해졌다. 

 

 

P.S.: 미국 부모는 참 신기하다. 어떨 때는 한국 부모처럼 엄격해 보이고 하늘같이 보이지만, 또 어떨 때는 친구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참 영화 보면서도 신기했다. 친구 같은 아빠, 친구같은 엄마. 

그래서 다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부모. 그런 부모가 된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존경과 신뢰를 한 번에 받는 부모는 어떤 부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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